(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여자 수영 배영의 떠오르는 신성 이은지(17·방산고)가 생애 첫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직전 부상 불운을 시상대에 오르며 훌훌 털어냈다.
이은지는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Hangzhou Olympic Sports Centre aquastic sports arena)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배영 200m 결승에 출전해 2분09초75를 기록, 3위로 동메달을 따냈다.
이은지는 이날 오전 열린 예선 1조에 출전해 2분11초42를 기록했다. 조 1위는 물론 총 19명의 선수가 출전한 이 종목 전체 1위로 결승에 진출하며 메달 획득을 예고했다.
이은지는 결승에서도 힘차게 물살을 갈랐다. 최종 순위는 예선보다 한 단계 낮은 3위였지만 기록을 2초 가까이 단축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중국의 펑쉬웨이(2분07초58)와 류야신(2분0870)에 이어 세 번째로 터치 패드를 찍고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이은지는 결승에서 150m 지점까지 4위였지만 막판 50m에서 드라마를 썼다. 막판 스퍼트를 힘차게 끌어올린 끝에 당당히 입상권에 이름을 올리고 처음으로 밟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값진 경험과 메달을 함께 챙겨가게 됐다. 지난 25일 배영 50m 결승에서 28.60으로 5위에 머무르며 입상권에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하루 만에 씻어냈다.
한국 여자 선수가 하계 아시안게임 배영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1998 방콕 아시안게임 대회 200m 심민지(동메달)와 100m의 최수민(동메달) 이후 25년 만이다.
이은지는 배영 200m 결승 종료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진짜 너무 놀랐다"고 운을 뗀 뒤 "너무 감사하다. 전날 50m를 잘못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200m를 다시 마음잡고 했더니 3등으로 들어왔다. 너무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확실하게 알지는 못했지만 (레이스 중) 옆을 봤을 때 3등이 아니라 4~5등 정도를 예상했다"며 "터치 패드를 찍고 순위 확인 전에 '됐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기록이 (2분) 9초대였고 너무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걸 모두 다 보답받는 느낌이었다"고 기쁜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은지가 언급한 "힘들었던 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 직전 발생했다. 이은지는 지난 8월 말 훈련 중 초저온 회복처치기(크라이오 테라피·Cryotherapy) 치료를 받던 중 청천벽력 같은 동상 진단을 받았다. 아시안게임에 맞춰 한창 몸 상태를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부상을 당하면서 걱정이 컸다.
하지만 이은지는 의연하게 대처했다. 낙담하기보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17살 소녀가 아닌 대한민국 수영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이은지는 "이미 당한 부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빠르게 회복해서 좋은 몸 상태로 아시안게임을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며 "열심히 훈련하면서 잘 극복한 것 같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25년 만에 여자 배영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의 주인공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소녀 감성'이 새어나왔다. 이은지는 취재진에게 1998 방콕 대회 이후 여자 배영 첫 메달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 부분은 처음 듣는다. 25년이 진짜 너무 길었던 것 같은데 '여러분 제가 깼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 남아 있는 개인전 및 단체전 일정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배영 200m 동메달의 기운을 받아 항저우에서 또 다른 메달도 챙겨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은지는 "아직 개인전도 하나 남았고 단체전 종목도 이어진다. 여러분이 더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회 시작 후 매일 경기를 뛰고 있어서 힘들기는 하지만 값진 메달을 얻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10배 더 힘들어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영이 침체기는 아니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스포츠였는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또 새로운 팬들이 유입될 수 있게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