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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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위권 선수에 졌는데 무슨 핑계 필요한가…권순우, 태국 선수에 '뒤늦은 사과' [항저우AG]

기사입력 2023.09.26 11:49 / 기사수정 2023.09.26 14:50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국 테니스 간판 권순우(당진시청)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600위권 선수에게 충격패한 뒤 라켓을 내리치고 상대 선수와 악수를 거부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그야말로 경기도 지고 인성도 진 셈이다. 중국 포털에서 태국 선수의 비매너 행위가 먼저 있었다고 제기했으나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26일 유튜브와 SNS에는 권순우가 경기에서 진 뒤 라켓으로 분풀이를 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다. 관중석에서 찍힌 듯한 이 영상에서 권순우는 패배가 확정되자마자 코트를 가로지르며 라켓을 6차례나 내리친다. 라켓은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이는 25일 열린 권순우와 카시디트 삼레즈(태국)의 남자 단식 2회전이 종료된 직후 장면이다. 단식 세계랭킹 112위인 권순우는 자신보다 500여 계단이나 낮은 삼레즈(636위)에게 1-2(3-6 7-5 4-6)로 져 탈락했다. 이번 대회 남자 테니스 최대 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획득에 도전하고 있는 권순우는 단식에서 일찍 탈락하자 분을 삭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권순우는 아직 군에 가질 않았다.



경기에서 진 테니스 선수가 라켓으로 분풀이를 하는 것은 프로 대회에서도 꽤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세계 톱랭커도 하위권 선수에게 패하면 이런 행동을 벌이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심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수 차례 라켓을 치고 삼레즈의 악수 제의까지 거부한 것은 '선'을 넘은 행동이라는 비판이다. 권순우는 삼레즈가 다가가 악수하기 위해 기다렸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짐 정리만 했다.

삼레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한 번 가로저었다. 그리고 경기를 지켜본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다. 팬들도 삼레즈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반면 일부 팬들은 권순우를 향해 거센 야유를 보냈다. 해당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경기 뒤 양 선수가 악수하며 인사하는 것은 테니스의 예절이다. 우크라이나를 무력 침공한 러시아에서 온 선수 혹은 러시아 조력국인 벨라루스 선수와의 경기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나 다른 유럽 국가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악수하지 않고 떠나는 것 정도만 이해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포털에선 태국 선수의 경기 도중 비매너 행동이 먼저 문제였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에선 삼레즈가 1세트 뒤 화장실 가서 10분간 돌아오지 않고, 2세트에선 권순우 승리 직전 삼레즈가 메디컬 타임 아웃을 신청하는 등 매너 플레이를 하지 않아 권순우의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대 비매너가 600위권 선수에게 져서 화풀이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 게 테니스계 입장이다. 올해 2월 어깨 부상을 당한 권순우는 6개월 정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가, 지난 8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 출전해 복귀했다. 하지만 깊은 부진에 빠졌다. 이번 패배까지 포함해 복귀 뒤 6전 전패를 당했다.



해외 팬들도 권순우에게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 네티즌이 "피아니스트가 손가락을 사랑하고 사진작가가 눈을 사랑하고 군인이 총을 사랑하는 것처럼 선수는 라켓을 사랑해야 한다. 이런 사람(권순우)이 지는 건 당연하다. 테니스를 무시하는 이런 사람은 평생 자격정지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적었다고 전했다. 

스포츠전문 스포츠키다도 이날 "우승후보 중 한 명이었던 권순우가 모든 분노를 쏟아낼 만큼 이번 패배는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며 "권순우는 자신의 라켓을 코트에 내려치고, 의자에 때려 산산조각 내면서 관중들의 환호와 야유를 이끌어냈다. 권순우는 삼레즈, 심판의 악수 요청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권순우는 오늘(26일) 오전 태국 선수단 훈련장에 찾아가 상대에게 사과하고, 경기 잘하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상대도 괜찮다고 했으며 서로 잘 풀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직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권순우는 홍성찬(세종시청)과 조를 이룬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 도전을 이어간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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