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9월 들어 4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이번에도 시즌 4승 도전에 실패했다.
류현진은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 4⅓이닝 7피안타(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62에서 3.31로 상승했다. 한 경기에 홈런을 3개 이상 허용한 건 2021년 8월 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약 2년 만이다.
지난달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경기로 1년 2개월 만의 빅리그 복귀를 알린 류현진은 5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을 떠안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안정감을 찾았다. 특히 8월 14일 시카고 컵스전부터 21일 신시내티 레즈전, 27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까지 3경기 연속으로 선발승을 수확했다.
류현진은 이달 들어 2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부터 직전 등판이었던 18일 보스턴 레드삭스전까지 4경기 20⅔이닝 2패 평균자책점 3.05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다만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이 흠이었다. 가을야구 경쟁이 한창인 팀에게도 1승이 간절하지만, 류현진 개인도 승리를 원한 이유다.
이날 경기 전까지 빅리그 통산 탬파베이전 성적은 5경기 24⅔이닝 평균자책점 2.55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트로피카나필드에서의 성적으로 범위를 좁히면 4경기 18이닝 평균자책점 2.50이었다.
올 시즌 홈보다 원정경기 성적이 비교적 나았던 점도 눈길을 끈다. 류현진의 홈경기 성적은 5경기 25⅔이닝 2승 2패 평균자책점 3.16, 원정경기 성적은 4경기 19이닝 1승 1패 평균자책점 1.89였다.
다만 주의가 필요했다.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 팀으로, 언제든지 한 방을 칠 수 있는 타자가 타선 곳곳에 배치돼 있다. 랜디 아로자레나가 부상으로 이탈하는 등 완전체를 갖춘 건 아니지만, 모든 투수들이 까다로워하는 팀 중 하나다.
류현진은 탬파베이의 공략에 불안하게 경기를 시작했다. 1회말 리드오프 얀디 디아즈에게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파울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선점했지만, 1-2에서 던진 6구째 직구가 공략을 당했다. 타구는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류현진의 시즌 7번째 피홈런.
류현진은 후속타자 해롤드 라미레즈에게 공 4개로 볼넷을 헌납하면서 위기를 이어갔다. 무사 1루에서 커티스 미드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운 뒤 아이작 파레데스와의 승부에서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앞세워 첫 번째 탈삼진을 잡아냈지만, 2사 1루에서 주니어 카미네로의 볼넷으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2사 1·2루의 위기에 몰린 류현진은 조시 로우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포를 헌납하며 탬파베이의 빅이닝을 지켜봐야만 했다. 한 경기에 피홈런을 2개 이상 기록한 건 부상 복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류현진은 2사에서 마누엘 마고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힘겨웠던 1회말을 마무리했지만, 이닝이 끝났을 때 이미 두 팀의 격차는 0-4까지 벌어져 있었다. 홈런 두 방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1회말에 비해 2회말은 비교적 무난하게 흘러가는 듯했다. 류현진은 선두타자 크리스티안 베탄코트의 2루수 뜬공으로 공 1개 만에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채웠고, 공 2개 만에 테일러 월스를 2루수 땅볼 처리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첫 타석에서 홈런을 내준 디아즈를 몸에 맞는 볼로, 라미레즈를 우전 안타로 내보내며 2사 1·2루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나마 미드의 타구가 중견수 케빈 키어마이어 정면으로 향하면서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고, 류현진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류현진은 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한숨을 돌렸다. 3회말 선두타자 파레데스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그는 1사에서 카미네로에게 빅리그 데뷔 첫 안타를 헌납했지만 1사 1루에서 로우와 마고를 상대로 각각 3루수 뜬공과 삼진을 잡아내면서 이닝을 마감했다.
류현진의 상승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4회말 선두타자 베탄코트에게 볼카운트 1-2에서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타구가 관중을 맞고 그라운드로 떨어진 장면에 대해 비디오 판독이 이뤄졌지만, 결과는 원심 유지.
류현진은 월스의 땅볼 이후 1사에서 디아즈의 좌전 안타로 1사 1루를 만들었고, 이후 라미레즈와 미드의 연속 땅볼로 추가 실점 없이 4회말을 매듭지었다. 원하는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류현진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류현진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선두타자 파레데스에 볼넷을 내줬고, 카미네로의 우익수 뜬공과 로우의 안타 이후 1사 1·2루에서 토론토 벤치가 움직였다. 불펜에서 몸을 풀던 트레버 리차드가 구원 등판하면서 류현진은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투구수는 89구로, 구종별로 보면 체인지업(24개)이 가장 많았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이상 16개)·커브(14개)·싱커(9개)가 그 뒤를 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부상 이후 매 경기 안정적인 제구를 앞세워 제 기량을 뽐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구위도 떨어졌고, 제구도 불안했다. 특히 이전 등판과 비교했을 때 커브, 체인지업 등 효과적으로 활용했던 변화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결국 탬파베이의 불방망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6회 현재 토론토가 0-5로 지고 있는 가운데, 이대로 패배한다면 류현진은 시즌 4패째를 떠안게 된다.
사진=AP, AFP,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