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여의도, 이현석 기자) 이탈리아 무대를 뒤흔든 김민재의 활약은 이탈리아 레전드들의 뇌리에도 강렬하게 남은 듯 보인다.
파올로 말디니와 프란체스코 토티가 22일 오전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두 선수는 라싱시티그룹의 초청으로 지난 21일 방한하여 이번 기자회견에 한국 축구 레전드 안정환, 최진철과 함께 참석했다.
말디니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김민재에 대해 언급하며 "너무 잘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라며 세리에A 후배 김민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승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했고, 정규리그에선 38경기 중 35경기를 전부 선발로 나서 나폴리가 1989/90 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다.
김민재의 활약이 큰 주목을 받는 데는 말디니의 반응도 한몫했다. 지난 2022/23 시즌 말디니는 AC밀란과 나폴리의 경기 당시, 후반 종료 직전 김민재의 철벽과 같은 수비를 목격하고 놀라는 표정이 중계화면에 잡히며 큰 화제를 모았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활약하던 김민재는 나폴리 합류 직전까지도 유럽 변방인 튀르키예 리그에서 뛰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 냈다. 처음에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으로 여겨졌으나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이적 첫 시즌이었음에도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나폴리 후방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빠른 스피드,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 스타일에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수비수였다.
이후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고, 지난 7일에는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 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이 발표한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나폴리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 선수로는 설기현, 박지성, 손흥민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지난해 손흥민에 이어 한국 선수가 2년 연속 발롱도르 후보가 되긴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공격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공격수, 그 다음 미드필더가 많은 주목을 받는 데다가 그바르디올은 월드컵에서의 활약, 디아스는 맨시티 트레블 핵심 멤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민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세리에A의 전설적인 수비수인 말디니는 김민재의 지난 시즌 활약에 대해 "나폴리가 정말 이상하게도 너무 잘하는데 있어서 김민재가 큰 역할을 한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김민재를 보면 체력이나 정확도에 있어서 잘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도 눈여겨보고 있었다"라며 나폴리 우승의 주역인 김민재의 기량을 인정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그렇게 잘하기 힘든 것을 이미 다른 선수도 잘 알고 있는데,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라며 이적 이후 곧바로 세리에A에서 활약한 김민재에 대해 감탄을 쏟아냈다.
말디니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토티도 김민재에 대한 평가에 칭찬을 더했다. 토티는 "나도 말디니처럼 김민재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나폴리가 잘한 것 중 하나가 김민재를 영입한 거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민재를 보자마자 나폴리가 우승한 것이 당연한 이유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2년은 적응해야 하는 기간이 있지 않나 싶은데 너무 빠르게 적응한 것이 놀라웠다"라며 김민재의 적응 능력을 칭찬했다.
앞서 말디니와 토티보다 먼저 한국에 방문했던 이탈리아 수비수 잔루카 잠브로타, 마시모 오도도 김민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브로타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리그에서 우승하는 데 있어서 핵심, 큰 열쇠였다고 생각한다"면서 "이탈리아 축구가 김민재를 놓쳤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보낸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재와 같이 뛰었다면 어땠을지 묻자 "내가 나이가 있어서 김민재와 함께 뛸 수 있는 행운은 얻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C SPAL 감독직을 맡으며 김민재의 활약을 두 눈으로 지켜본 오도 또한 "(김민재는) 수비수로서 최고의 선수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극찬하면서 "불행하게도 함께 뛸 기회가 없었다. 나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있었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있었다면 만날 수 있었을 터라 정말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레전드들의 연이은 칭찬으로 세리에A에서 불과 한 시즌 활약했음에도 김민재에 대한 평가는 날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라싱시티그룹 코리아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