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지운 감독이 '거미집'의 여정을 함께 해 준 든든한 영화적 동지 송강호를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올해 '거미집'까지 다섯 작품을 함께 했다.
"25년 동안 다섯 편을 했으니, 평균적으로는 거의 5년마다 한 편씩 만난 것 아닌가"라고 미소 지은 김지운 감독은 "그렇게 점점 더 훌륭한 배우가 되는 것은, 결국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자신의 일에서 어떤 정상의 성과를 이루고 또 그것을 유지한다는 것은 엄청난 단련과 자기 인내, 겸손함에 끊임없이 치열하게 싸워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것들이 다 갖춰져 있을 때 유지도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거미집' 안에서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 역을 연기하며 처음으로 카메라 뒤의 감독을 연기했다.
1970년대, 대본부터 검열 받아야 했던 한국을 배경으로 회의와 자학, 열정과 재능, 자본의 논리와 그 사이에서 부딪히는 욕망까지 한 편의 영화가 탄생하기까지의 역동적인 과정을 밀도 높은 연기로 표현하며 극의 몰입을 이끈다.
김지운 감독은 실제 송강호가 현장에 등장했을 때 "항상 제작자가 한 명 더 있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긍정적인 의미냐'는 넉살 담은 취재진의 물음에 "맞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김지운 감독은 "그만큼 전체를 관장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큰 것, 작은 것까지 모두 살펴본다. 이 영화 전체를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얘기했다.
이어 "가끔 (송)강호 씨가 편집을 하고 있는 중에 올 때가 있다. '이거 정말 잘했다'고 깔깔대며 웃더라. 조금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털어놓으며 웃음 지은 뒤 "다시 돌아와서는 본인이 나온 장면임에도 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제안도 한다. 그리고 상대 배우가 더 그 공간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러니까, 정말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훌륭한 조력자이자 지원군, 훌륭한 파트너이고 훌륭한 사람이자 연기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정상에 한 번 올라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오고, 재능이 있다면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유지한다는건 또 다른 문제이지 않나. 그런 면에서 송강호 씨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칭찬했다.
'거미집'에서 송강호가 선보인 연기에 대해서도 "'송강호'라는 배우 정도 되면, 이미 결과로서 이 사람이 주는 전체에 주는 어떠한 영향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송강호 씨가 연기를 하고 있으면, 다른 배우들이 그것을 지켜보며 무언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얻어가려고 하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있다.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밀정' 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테이크를 갈 때마다 그 테이크 안에서 연기가 진화하더라"고 놀랐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 공간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쥐락펴락하는 텐션이 있다. 그것이 송강호라는 배우의 유일무이하고 독보적인 천재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함께 하는 동료들을 보며 끊임없이 자극을 얻고 자신 역시 발전하려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한 김지운 감독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 작품을 할 때마다 영화적인 에너지와 생기가 생긴다. 새로운 것에 도전을 하지 않고 안주하고 있을 때 늙게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인 김지운이 늙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영화적으로는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며 영화를 향한 남다른 열정을 내비쳤다.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