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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봐, 비판 여론 그만!"…클린스만 '5일 만에' 다시 미국행→부임 6개월 국내 체류 '73일'

기사입력 2023.09.20 15:20 / 기사수정 2023.09.21 11:41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입국할 때부터 "여러분들이 오라고 해서 왔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킨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이 한국에 불과 5일간 체류한 뒤 자택이 있는 미국 LA로 향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은 전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LA로 떠났다. 지난 9월 A매치를 유럽 원정으로 소화하고서 지난 14일 귀국한 지 닷새 만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한 차례씩 찾아 K리그1 2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감독이 LA에서 개인 업무를 본 뒤 유럽으로 넘어가 국가대표 선수들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초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기간 뒤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독일 뮌헨으로 갈 계획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김민재를 점검하고 한국에 오지 않고 LA로 이동, 개인 업무를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잦은 '원격 근무'를 두고 여론이 악화하자 계획을 전격 변경해 14일 국가대표 선수단 본진과 함께 귀국했다. 한국에 갑자기 오느라 보지 못한 개인 업무를 이번에 정리하고서 유럽으로 가 해외파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클린스만은 9월 말 다시 한국에 오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10월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7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평가전을 치른다.

지난 2월 선임된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에 상주하기로 했다는 축구협회의 설명과 달리 해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3월 콜롬비아전(2-2 무), 우루과이전(1-2 패)을 지휘한 뒤 4월 1일 미국으로 떠났고, 그달 중순부터 유럽파를 점검하고서 26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5월 7일 아시안컵 조 추첨을 위해 출국, 행사 일정을 소화한 뒤 곧바로 미국으로 가 원격 근무를 하다가 6월 2일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6월 A매치 기간 페루전(0-1 패), 엘살바도르전(1-1 무)을 소화하고 한 달 동안 휴가를 떠났다. 그러더니 8월 1일에는 취임 전 잡힌 자선행사 관련 일정과 유럽파 점검을 이유로 다시 출국, 한 달 넘게 외국에 머무르다가 곧바로 영국에서 9월 A매치를 지휘했다.

클린스만호는 9월 A매치 2연전의 첫 경기인 웨일스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으나 두 번째 경기인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1-0으로 승리하며 데뷔 6경기 만에 고대하던 '첫 승리'를 올렸다.

사우디전 승리로 잠시 수그러들었던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이번 출국으로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부임 6개월이 지난 클린스만의 국내 체류 시간은 출국 당일을 포함해 73일이다. 전격 귀국으로 간신히 끈 것 같았던 비판의 목소리가 다시 커질 전망이다.

앞서 클린스만은 지난 14일 귀국할 때도 스스로 촉발시킨 자신 및 대표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비판하며 응원을 주문해 논란이 됐다.

사실 팬들이 보인 반응은 갑자기 일어난 게 아니라 지금까지 쌓여온 분노가 터진 것이다. 지난 2월부터 태극전사들을 지휘한 클린스만은 이후 한국보다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기간이 더 길어 '재택근무' 논란을 일으켰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지적했다.




K리그를 관찰하는 건 차두리 코치 등에 일임하고 클린스만은 유럽, 미국에서 대표팀 업무를 수행했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을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했다.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또 9월 A매치를 앞두고 지난 1일 프랑스 모나코에서 열린 2023/24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본선 조추첨 행사에 참석했고, 그전엔 현역 시절 친정팀인 프랑스 리그1 AS모나코에 방문해 인터뷰를 가지는 등 국가대표팀 감독이라고 믿기 힘든 행보를 보였다.

심지어 클린스만은 A매치 기간 중에도 논란을 일으켰다. 웨일스전과 사우디전 사이인 10일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첼시 레전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간의 '레전드 매치'가 열렸는데, 이때 클린스만이 뮌헨 레전드로 초청돼 경기에 뛰겠다고 한 것이다.

당장 웨일스전에서 졸전을 보인 직후에 대표팀 감독이 캠프를 비우고 A매치 기간 중에 자신의 현역 시절 몸담았던 구단의 레전드 매치를 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며, 상식을 벗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다.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더더욱 그러기 어렵다. 

앞서 지난 7일 주최 측인 첼시가 공개한 양 팀 명단에 클린스만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대한축구협회는 8일 클린스만 참가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개인의 생각은 달라 영국 체류 중 휴식 시간에 레전드 매치 참가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생각을 했다. 결국 10일 오전 1시 40분 최종 공개된 뮌헨 명단에 클린스만의 이름이 빠지면서 그의 레전드 매치 불참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하지만 이번 불참 확정에 대해서도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이미 국민들과 축구팬들의 신뢰를 다 잃은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클린스만은 갑작스럽게 계획을 전면 수정해 14일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입국 인터뷰에서 은연 중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에)와서 되게 기쁘다. 여러분들을 영국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매번 소집할 때마다 기분이 좋고, 상당히 긍정적인 요소를 찾았다. 3월과 6월 그리고 9월에 소집을 했는데, 우리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더 발전하고, 아시안컵을 향해서 과정을 거치는 부분들을 많이 느꼈다. 카디프와 뉴캐슬에서 경기를 하면서 성장해 발전하고 있고, 다음 소집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과 논의를 코칭스태프와 같이 나눴다"는 그는  "일정을 변경해 한국에 오게 됐는데 바꾼 계기가 무엇인가"란 질문에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오게 됐다. 이를 떠나 (대한축구)협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고 선수단이 귀국할 때 감독도 함께 귀국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번 주에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대결을 관전할 예정이었는데, 크게 일정을 바꾼다고 문제가 될 게 아니라 팀과 함께 이동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오라고 해서 왔다"는 말에 자신의 생각이 함축된 셈이다.

그는 이어 "이번 주말에서 K리그 현장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될 거 같다. 내가 독일이나 미국에서 일을 할 때 해외에 갔다 왔을 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에 새로운 부분도 있다. 친선전 후에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는 건 새로운 경험이기에 일정에 변화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상주 기간이 짧다는 아랑곳 하지 않고 금세 나갈 뜻을 내비쳤다.



"계속 왔다 갔다 할 일정이 있다. 외국에서 관전해야 할 경기가 있지만 10월 A매치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 영국에서 경기가 끝난 후 코칭스태프와 다음 상대를 준비하고 분석해야 한다. 모두 알다시피 친선전이 이제 두 번 밖에 안 남았다. 10월 친선전 이후엔 바로 월드컵 예선에 들어가 실전에 돌입하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하고, 선수를 구성하고, 팀을 꾸려야 할지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10월 끝나면 (2026 북중미)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까지 가는데 여러분들과 함께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클린스만을 향한)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을 두고는 "(내년 1월)아시안컵이 '기준점(벤치마크)'이다"며 "큰 대회가 끝나고 다음 대회까지 준비할 때 상당히 긍정적인 여론과 힘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아무리 우리가 강하게 뭉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져도 외부 요소나 많은 분들이 자꾸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팀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이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독일 대표팀이 아주 좋은 예인 거 같다. 독일은 월드컵에 가기 전부터 모든 것들이 부정적이었고, 결국 조별리그에서 탈락하고 집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 긍정적인 여론과 분위기 그리고 에너지를 선수들이 받아야 한다. 특히 국가대표는 국민의 팀이고,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기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 가는 건 큰 도움이 된다. 행여나 성적이 안 나왔거나 원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그때 질타를 하고, 비난하고, 비판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카타르에 가기 전까지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자신의 깔끔하지 못한 처신이 문제가 아니라 긍정 시선을 주지 않는 여론이 문제라는 답변을 내놨다.



대표팀 감독은 축구로 말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걸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본 자세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는데 내년 1월만 지켜보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시대가 바뀌어 종목별 대표팀 감독이 평가전이나 업무 태도 등으로도 거취가 바뀌는 시대가 왔다. 평가전을 보고 하계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할 것 같아 감독을 하차시킨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이 대표적이다.

마음에 안 들면 감독을 바꾸라는 식의 클린스만 행보와 그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에 축구팬들과 국민들이 화만 내는 형국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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