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진화, 김지수 기자) 3년 만에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남자 축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첫 경기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로 승리를 손에 넣었다. 유기적인 압박과 빠른 스피드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은 19일 중국 진화시 저장사범대학 동경기장(zhejiang Normal University East Stad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대만과의 경기에서 전반 두 골을 잘 지켜 2-0으로 이겼다.
북한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만, 키르기기스탄과 함께 F조에 편성됐다. 1차전 승리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는 총 23개국이 출전해 A, B, C, D, E, F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가 16강에 직행하고 3개국이 편성된 D조를 제외한 A, B, C, E, F조 3위 중 상위 4개 팀이 토너먼트 진출권을 얻는다.
D조에서 아프가니스탄, 시리아가 갑작스럽게 출전을 포기하면서 C조는 홍콩, 우즈베키스탄이 자동으로 16강에 진출한 상태다. 북한은 첫 경기부터 승점 3점을 확보, 향후 인도네시아, 키르기기스탄전 운영에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북한은 이날 골키퍼 강주혁을 비롯해 수비수인 주장 장국철, 김경석, 김유성 등 3명으로 백3 카드를 들고나왔다. 중원은 김국범, 백청성, 강국철, 리일성 등 4명이 배치됐고 공격은 김범혁, 리조국, 김국진 등 최종 엔트리에 공격수로 분류된 5명 중 3명을 선발 출전시키며 파상공세를 예고했다.
이중 강주혁과 장국철, 김국범이 24세 이상 와일드카드 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전반 초반부터 대만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특히 스피드가 느린 대만의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대만 수비 라인의 뒷공간을 끊임없이 노리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북한은 선제골을 얻어내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6분 리조국의 중거리 슛이 대만의 골망을 흔들면서 1-0으로 먼저 앞서갔다.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북한으로서는 자신감을 한껏 올릴 수 있는 귀한 골이었다.
득점 과정도 약속된 플레이로 보여졌다. 북한은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로 대만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리조국이 아크 정면에서 왼발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공이 대만 수비수 몸에 맞고 굴절됐고 대만 골키퍼는 완전히 역동작에 걸려 실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세가 오른 북한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공세를 퍼부었다. 수비 라인을 내리고 잠그기보다는 적절하게 공수 간격을 유지한 상황에서 언제든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할 태세를 유지했다.
북한은 좋은 흐름을 살려 전반 12분 추가골을 얻어냈다. 매끄러운 패스 플레이로 대만의 수비를 허물고 스코어 2-0을 만들었다.
전반 내내 빠른 돌파와 드리블로 대만 수비를 괴롭혔던 백청성이 대만의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완벽한 크로스를 박스 안으로 연결했다. 쇄도하던 김국진이 컷백으로 마무리하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백청성의 돌파에 이은 택배 크로스, 김국진의 강력하고 정확한 슈팅까지 물 흐르듯 연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상대가 약체 대만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공격 전개였다.
대만은 공수 모두에서 북한에게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볼 컨트롤, 킥 등 기본기 부족 속에 유의미한 공격 기회 창출이 거의 없었다. 외려 미드필드와 수비 라인 사이의 격이 전반 20분 이후 크게 벌어지면서 공을 소유하고 있을 때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북한은 전반 30분 이후에도 강도 높은 압박을 유지했다. 2골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게임을 풀어간 끝에 전반전을 2-0 리드 상태로 마쳤다.
대만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선수 2명을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라인을 끌어올린 뒤 북한 박스 근처로 다이렉트로 공을 배급하는 반격 전략을 시도했다.
북한은 침착하게 대만의 공격을 잠재웠다. 주장 장국철이 지휘하는 수비 라인은 기량이 높지 않은 대만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일대일 다툼, 협력 수비, 압박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대만의 공격을 저지했다.
대만은 최전방으로 한 번에 공을 보내는 롱볼 전략도 써봤지만 북한은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대만 선수들의 킥 퀄리티도 떨어져 북한의 수비수들이 쉽게 대처했다. 대만은 몇 차례 박스 근처 혼전 상황에서 볼 터치, 키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효 슈팅까지 이어가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다.
북한은 조금씩 게임의 주도권을 되찾아왔다. 후반 15분 세트피스에서 강국철이 박스 안으로 올려준 볼을 박광천이 헤더로 득점을 노렸지만 크로스바를 넘겼다.
후반 18분에는 박광천이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시도한 바이 시클 킥이 대만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다. 박광천은 찬스에서 지체 없이 자신 있게 슈팅을 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킥의 강도, 정확성도 나쁘지 않았지만 대만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다.
후반 20분에는 리조국이 드리블 돌파로 대만의 박스 안으로 침투한 뒤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대만 수비수들은 어떻게든 실점을 막기 위해 몸을 던지는 육탄 방어로 볼이 골문으로 향하는 걸 막아냈다.
게임은 이후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대만은 후반 25분을 기점으로 체력이 크게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역습 찬스에서도 힘이 빠진듯 볼 컨트롤 미스가 속출했다.
북한도 2-0으로 앞서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플레이보다는 확실한 찬스 창출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공을 소유하면 경기장을 폭 넓게 사용하면서 점유율을 높여 빌드업을 전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도 후반 35분 이후 선수들의 움직임에서 활기참이 서서히 떨어졌다. 후반 37분 공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면서 대만에게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하지만 북한은 수문장 강주혁의 슈퍼 세이브로 고비를 넘겼다. 강주혁은 후반 38분 박스 근처에서 대만에 내준 프리킥 위기에서 대만의 강력한 슈팅을 그림 같은 선방으로 막았다.
후반 40분에도 대만이 북한 수비 라인 뒷공간을 파고든 침투 패스를 박스 안으로 연결했지만 강주혁이 빠른 상황 판단으로 뛰어나와 볼 소유권을 되찾아 왔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후반 교체 투입된 대만 공격수 CHEN Po Yu가 박스 안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완벽한 득점 기회에서 슈팅을 허공으로 날리면서 북한은 2-0 클린시트 승리를 챙겼다.
북한 축구는 지난 2020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조별리그 탈락 이후 지난해까지 국제무대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감염 우려를 이후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중도 기권 등으로 논란을 빚었다.
최근에도 2024 U-23 아시안컵 예선 무단 불참을 AFC에 통보하기도 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출전을 결정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이 역대 최고 성적인 가운데 이번 대회에서는 대만, 인도네시아, 키르기기스탄과 F조에 편성돼 토너먼트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 남자 축구대표팀을 지휘 중인 신용남 감독은 외부적으로 어떤 정보도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은 오는 21일 오후 8시30분 같은 경기장에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과 2차전을 치른다. 이어 24일 오후 5시엔 인도네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벌인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