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과 합을 맞추며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윙어 마노르 솔로몬이 지난해 전쟁의 포화 속에서 벌벌 떨던 일을 기억하며 "토트넘에 온 것이 꿈만 같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언론사 '와이넷뉴스(Ynetnews)'는 최근 솔로몬과의 밀착 인터뷰를 공개했다. 솔로몬은 "토트넘은 꿈의 클럽"이라며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고 결연한 모습을 드러냈다.
솔로몬은 "고작 1년 6개월 전 내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은 너무 다르다"며 토트넘으로 합류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솔로몬은 지난해 상반기 우크라이나 명문 구단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뛰고 있었다. 샤흐타르는 돈바스 전쟁으로 홈구장을 기존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수도 키이우의 올림픽 경기장으로 옮겨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솔로몬은 키이우에서 부리나케 도망쳐야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키이우에 폭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그는 키이우에서 도망쳐 나오며 러시아군 탱크가 도시에 진입하는 것도 목격했다.
솔로몬은 약 15시간을 도망친 끝에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 도착했다. 폴란드 국경에서 가까운 리비우는 폴란드 도시 라딤노로부터 차량으로 2시간 떨어진 곳이다. 솔로몬은 밥도 못 먹고 휴대전화도 꺼진 상태로 추위에 시달리다가 모국 이스라엘 외교부가 보낸 호송 차량으로 폴란드에 입국할 수 있었다.
이제 솔로몬은 비싼 SUV를 타고 토트넘 훈련장으로 향한다. 불과 18개월 만에 그의 상황은 180도 변한 것이다. 일상이 '악몽'에서 '달콤한 꿈'으로 바뀌었다.
솔로몬은 2022년 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으로 임대이적 형식으로 이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가 침공이 일어난 뒤 국제축구연맹(FIFA)이 두 나라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에 임시 자유계약신분(FA)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풀럼에서 24경기 5골로 활약한 솔로몬은 올 여름 FA 신분을 완전히 취득해 토트넘에 합류했다.
솔로몬은 "프리미어리그는 세계 축구의 NBA(미국프로농구)"라며 축구종가의 최고 수준 리그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그래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선수들이 잉글랜드 중위권 팀으로 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솔로몬은 그가 누리고 있는 '달콤한 꿈'을 거저 얻지는 않았다.
매체는 "솔로몬은 고강도 훈련을 잘 수행해내며 선수 본인과 코치진에게 토트넘이라는 팀에서 잘 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한다"며 "토트넘같은 '빅 클럽'엔 한국인 주장 손흥민 같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는 말로 토트넘 유니폼에 대한 무게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평했다.
또한 엄격하고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신임 감독 엔지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뛰는 것도 솔로몬에겐 또 하나의 노력이다.
솔로몬은 포지션이 윙어여서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 이반 페리시치 등과 포지션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솔로몬은 "이전 팀들 코치는 날 믿어주고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려 했다. 그러나 엔지(포스테코글루)는 다르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냉엄한 현실도 숨기지 않았다.
전쟁통에서 빠져 나와 빅리거 꿈을 키워가는 솔로몬의 롤모델은 조국 이스라엘의 축구 스타 요시 베나윤이다.
베나윤은 웨스트햄에서 프리미어리그 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리버풀과 아스널, 첼시 등 빅클럽에서 활약했다. 솔로몬은 "많은 이스라엘 선수들이 그러한 빅 클럽에서 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나도) 작은 클럽에서 시작해 토트넘으로 왔다"며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