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음악은 물론 방송·영화 산업은 어느새 세계 속에서 K문화 산업으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의 한류는 현재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며, K문화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는데요. 엑스포츠뉴스가 창간 16주년을 맞이해 직접 도쿄를 찾아 현지에서의 한류를 생생하게 담아봤습니다. 한정된 대상에만 어필한 과거와 달리 일본의 남녀노소 모두에게 폭넓은 지지를 끌어내는 '오늘의 한류'를 다방면에서 분석해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도쿄, 명희숙 기자) 2·3세대에 이어 4세대 K팝 아이돌들이 일본에서 콘서트를 통해 현지 팬들과 만나고 있다. 이들이 오르는 공연장은 점차 넓어지고 있고 무대 퀄리티 역시 끝없이 발전 중이다.
엑스포츠뉴스는 일본에서 지난 2008년부터 20여 년간 K팝 아이돌들의 무대 디자인부터 공연 무대 감독 및 공연 전문 통역 등을 맡아왔던 정정화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K팝 공연의 역사와 미래를 짚어봤다.
정정화 씨는 2008년 일본의 Shimizu Octo, Inc. 의 디자인부에서 공연의 세트와 무대 디자인 등을 담당하며 2009년 이병헌 팬미팅을 시작으로 제국의 아이들과 유키스 등의 아이돌 일본 투어 무대를 본격적으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정화 씨는 2011년부터 프리랜서로 시작해 세븐과 YG패밀리, 빅뱅과 투애니원, 지드래곤과 위너, 현재 블랙핑크와 트레저까지 무대 디자인과 감독에 이어 공연 전문 통역으로도 활약 중이다. 또한 최근에는 아이콘의 공연 무대 총괄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현지에서의 전문 공연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방탄소년단과 에이티즈, 에스파와 스트레이키즈, 2PM 준호 등의 무대의 조명과 음향, 영상 관련 전문 통역을 진행했다.
정정화 씨는 YG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과 오랜 작업을 한 이유로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선배가 AVEX의 YG관련 부서와 일할 사람을 찾으면서 무대 관련 용어도 잘 알고, 도면을 그릴 수도 볼 수도 이해도 하고 있는 제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무대 관련 통역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 줬다"고 했다.
그는 "선배가 AVEX 라이브 관련 부서에 소개를 시켜 주셔서 그때부터 YG관련으로 한국 스태프가 오는 공연에 통역으로 참여하면서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정화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K팝 아티스트의 무대로 빅뱅을 꼽았다.
그는 "제가 빅뱅의 팬이기도 하지만 그 이후에 여러 아티스트의 무대를 봐도 빅뱅의 공연을 대체할 무대는 아직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2014년 BIGBANG JAPAN DOME TOUR 2014~2015 “X”(DOME TOUR)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대도 멋졌고, 멋진 공연이었다"고 회상했다.
오랜 시간 K팝 음악 산업과 함께 해온 정정화 씨에게 2009년부터 현재까지의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2009년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서 그에 관련된 배우들이 인기가 많았다. K팝은 동방신기가 인기가 많았던 것 같다. K팝이 대세라는 느낌보다는 '이런 반짝 인기는 언제가는 시들해지겠지'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본의 팬층도 연령대가 높았고 어린 세대는 별로 없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아이돌 제작할 때부터 일본과 전세계를 타겟으로 해서 그런지 일본 멤버도 있고 더 인기도 있는 것 같다. 연령층도 어린 친구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게 체감된다."
이어 최근 공연 무대의 트렌드에 대해 정정화 씨는 "한국은 연출가가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서 연출가에 따라 무대 연출이 많이 다른 편"이라며 "공통되는 건 정말 대형 LED화면으로 영상을 중요시 한다라는 점이다. 또한 자주 쓰이는 키네시스 모터를 이용해서 움직이는 장치물을 설치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일본에서 K팝의 흐름을 어떻게 바뀌었을가.
"제가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K팝 가수들이 제일 먼저 지나쳐야 하는 곳은 니혼부도간(日本武道館)이라는 곳이었다. 일본 무도를 하는 곳이라 어찌 보면 일본의 상징적인 곳인데 그곳에서 한국 가수들이 공연을 한다는 거 자체가 뭔가 뜻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지면서 쇼케이스 자체를 이제는 아레나에서 시작하니 그 다음은 당연히 돔이 되는 거 같더라. 사실 돔은 정말 크고, 입성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데뷔하고 1~2년 내, 또는 데뷔하고 얼마되지 않아 단독 돔 공연까지 가는 걸 목표로 한다는 게 놀랍다. 그런 타이틀을 필요로 하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이어 그는 무대 감독을 일할 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으로 유키스의 2022년 제프 투어를 꼽았다. 그는 "정말 라이브 하우스라서 작은 공연장인데 처음으로 무대감독이라는 일을 했다. 무대 디자인을 겸했기 때문에 무대 설치 과정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며 "유키스 멤버들도 정말 열심히 했기 때문에 스태프도 멤버에 대한 사랑이 엄청났다. 무대도 프리랜서가 된 이후 첫 번째로 디자인한거라 제 생각도 많이 반영돼 뿌듯함도 있었다"고 했다.
수십년간 일본에서 K팝 공연 업무를 했던 그에게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다소 의외였다. 정정화 씨는 "공연이 시작되어 오프닝이 열릴 때 관객의 첫 함성 소리는 늘 소름이 돋는다. 그런걸 보면 아티스트들은 정말 이런 면에서 공연을 하고싶어 하는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사진 = 각 소속사, 정정화 본인 제공
명희숙 기자 aud666@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