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이끄는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이 '원정팀의 무덤' 올드 트래퍼드에서 3골을 터트렸음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브라이턴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뒀다.
9월 A매치 휴식기가 끝나고 치르는 첫 경기인 맨유전에서 브라이턴은 전반 20분 전 맨유 공격수였던 대니 웰백이 친정팀 상대로 선제골을 터트리면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전반 39분에 덴마크 공격수 라스무스 회이룬이 동점골을 터트리며 맨유 데뷔골을 기록하는 듯했지만 비디오판독(VAR) 결과 직전에 공이 골라인을 나가면서 회이룬의 득점은 취소됐다.
계속 리드를 유지한 브라이턴은 후반 8분 파스칼 그로스와 26분 주앙 페드루가 각각 추가골과 쐐기골을 터트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후반 28분 맨유 2003년생 유망주 한니발 메브리의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한 골 내주긴 했지만 이후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맨유 원정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겨갔다.
이로써 브라이턴은 개막 후 리그 3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 때 1-3으로 패한 경기를 제외하고 맨유전을 포함해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승점 12(4승1패)로 리그 4위에 올랐다. 반면에 직전 경기였던 리그 4라운드 아스널전 1-2 패배에 이어 브라이턴전까지 지면서 2연패를 기록 중인 맨유는 승점 쌓기에 실패해 승점 6(2승3패)으로 리그 13위에 위치했다.
브라이턴은 지난 시즌 리그 6위를 차지한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팀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상대이지만 세계 최고의 클럽 중 하나인 맨유를, 그것도 '원정팀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퍼드에서 제압한 건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브라이턴은 최근 리그에서 맨유와 4번을 상대해 모두 승리하면서 '맨유 킬러'로 거듭났다. 2021/22시즌 리그 36라운드 때 4-0으로 완파한 브라이턴은 지난 시즌 두 번의 맞대결 모두 각각 스코어 2-1, 1-0으로 승리했다. 이후 이번 시즌 첫 맨유와의 맞대결이자 올드 트래퍼드 원정 경기에서 3골을 뽑아내며 맨유전 리그 4연승 달성에 성공했다.
이런 가운데 브라이턴을 이끄는 데 제르비 감독의 인터뷰가 맨유 팬들을 한층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경기가 끝나고 데 제르비 감독은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후 데 제르비 감독은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훌륭하고, 훌륭한 경기를 했다. 우린 이길 자격이 있었고, 좋은 경기를 했다"라며 "맨유가 우리가 준비했던 것과 다른 방식으로 경기했기 때문에 처음 15~20분 동안 힘들었지만 이후에 우리는 훌륭한 경기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난 브라이턴이 공을 잡았을 때 경기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우리가 공을 잡는 순간에 맨유 압박이 거세졌고, 이는 우리가 공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줬다. 우리에겐 매우 빠르고 좋은 공격수가 4명이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기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지고 있을 때도 우리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라며 "경기가 바뀔 수 있지만 경기 결과가 우리의 스타일을 바꾸는 건 좋지 못하기에 우린 브라이턴의 DNA를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우리의 특정과 퀄리티를 잃지 않고, 더 많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오늘 3골을 넣었지만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탈리아 출신 데 제르비 감독은 지난해 9월 브라이턴 명장 그레이엄 포터 감독이 첼시로 떠나자 후임자로 임명돼 브라이턴 지휘봉을 맡게 됐다. 중도 부임에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임에도 데 제르비 감독은 팀을 잘 추스르면서 리그 6위로 시즌을 마무리해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얻었다.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 브라이턴은 아약스(네덜란드),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프랑스), AEK 아테네(그리스)와 함께 B조에 편성됐다.
이번 시즌도 개막 후 리그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는 인상적인 출발을 보일 뿐만 아니라 맨유 원정 경기에서 어렵지 않게 승점 3점을 챙겨간 데 제르비 감독은 명실상부 프리미어리그 명장 중 하나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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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