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의 속을 마지막까지 태웠다.
지난 2019년 당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로 토트넘에 입성한 뒤 큰 활약 없이 임대로 다른 팀을 전전긍긍한 '먹튀'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 얘기다. 토트넘엔 올 여름 만큼은 그를 무조건 팔겠다고 다짐하고 완전 이적 직전까지 갔지만 선수가 자존심을 세우면서 '없던 일'이 됐고 결국 또 한 번 임대로 다른 팀에 보냈다.
은돔벨레는 유럽 빅리그 이적시장 마감 기한을 넘겨서도 토트넘에 머무르고 있다가 지난 5일 튀르키예 명문 갈라타사라이에 임대 신분으로 1년간 가기로 했다. 토트넘 동료로 완전 이적에 성공한 다빈손 산체스와 함께 가게 됐다.
갈라타사리아가 내년 여름 그의 완전 영입을 결정할 경우 이적료는 1500만 유로(약 213억원)다. 5시즌에 걸쳐 분할 지급된다.
토트넘은 빅리그 이적시장이 끝나 은돔벨레 처분에 애를 먹다가 갈라타사라이와 '빅딜'에 성공해 한 숨 돌렸다. 하지만 1년 뒤엔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은돔벨레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긴 어렵고 일단 1년간 불을 간신히 끈 셈이 됐다.
은돔벨레의 연봉 수령 구조를 보면 토트넘이 여전히 속이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토트넘 소식을 알리는 '스퍼스 캠프'는 "은돔벨레가 갈라타사라이로 갔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그의 주급 중 75%를 지급한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지저스)크라이스트"를 외치기도 했다. 처분인 듯 처분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달 '스포츠 ABC'에 따르면 은돔벨레는 토트넘에서 손흥민보다 많은 연봉 180억원을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갈라타사라이는 45억원만 지불하고 은돔벨레를 쓰는 것이다. 토트넘은 135억원을 뛰지도 않는 선수에게 지불한다.
사실 은돔벨레는 갈라타사라이로 갈 운명은 아니었다. 은돔벨레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에서 김민재 등과 힘을 합쳐 세리에A 우승에 공헌했는데, 이를 눈여겨 본 세리에A 승격팀 제노아가 은돔벨레를 핵심 미드필더로 점찍고 완전 이적을 제의했기 때문이다.
14일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토트넘과 제노아는 이적료에 합의했고 토트넘은 그가 이탈리아까지 타고 갈 전용 비행기까지 마련했다. 드디어 골칫덩이를 처분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비행기 타기 직전 은돔벨레가 제동을 걸었다. "승격팀에 가고 싶지 않다.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에 가겠다"며 공항에 가길 거부했다. 이에 제노아 이적은 없던 일이 됐고, 토트넘은 원점에서 다시 새 팀을 찾아나서 갈라타사라이 임대로 가닥을 잡았다. 갈라타사라이는 지난 시즌 튀르키예 우승팀이어서 챔피언스리그에 가긴 간다.
다만 토트넘 입장에선 100억원 넘는 연봉을 부담하게 됐고 내년 은돔벨레가 다시 올 수 있어 그에 대한 위험을 계속 떠안게 됐다.
은돔벨레는 토트넘 최악의 영입생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 2019년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리옹에서 6500만 파운드(약 1091억원)라는 이적료를 기록하며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고 입단했다.
당시 은돔벨레는 리옹의 핵심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다. 유려한 탈압박과 저돌적인 전진 드리블, 자로 잰 듯한 정확한 패스 능력이 일품이었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 바르셀로나 등 유럽 강팀들을 상대로도 변함 없는 기량을 선보이며 여러 팀들이 주목하는 선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토트넘에서는 리옹에서 보여준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 공수 전환이 빠르고 신체적으로 거친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장기인 탈압박과 전진 드리블, 패스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부족한 수비 가담이 최대 약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전력 외 선수로 분류돼 지난 2시즌간 리옹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임대를 보냈다. 지난 시즌에는 나폴리에서 리그 우승컵을 들고 돌아온 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그의 활용을 시사하기도 했으나 결국 공식전 엔트리에서 계속 빠졌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시 전력에서 제외되며 기회를 찾기 위해 이적을 택했다.
토트넘 팬들은 은돔벨레의 이적 조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러다가 다시 토트넘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실제 은돔벨레는 지난 시즌에도 2200만 유로(300억원)의 완전 이적 옵션으로 나폴리에 임대를 다녀왔으나, 나폴리는 그를 요긴하게 잘 쓰고도 이적료가 비싸다며 토트넘에 돌려보낸 적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