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아시아 수비수 최초로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포함된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SNS를 통해 자축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한 김민재는 '2023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포함됐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풋볼은 지난 7일(한국시간)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조국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 역사상 최초의 트레블을 이끈 엘링 홀란 등이 포함된 가운데 나폴리에서 활약한 김민재가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김민재는 8일 개인 SNS에 프랑스 풋볼이 게시한 '김민재 발롱도르 후보 포함' 게시글을 공유하며 자찬했다. 김민재는 전날 발표된 발롱도르 후보 등극 소식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국가대표로 참가한 웨일스전에서 무실점(0-0)을 이끈 뒤 한숨 돌리며 후보 선정된 것을 자축한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 입장에서도 이 순간이 자랑스러울 수밖에 없다. 발롱도르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개인 상이다. 이 상을 받는다는 건 그 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 받는 걸 뜻한다. 때문에 모든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수많은 레전드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로 불리는 알프레드 디 스테파노를 비롯해 소련의 전설적인 골키퍼 레프 야신, 김민재 소속팀 뮌헨의 레전드 프란츠 베켄바워, 브라질 축구황제 호나우두 등 시대를 주름 잡은 선수들이 발롱도르를 들어올렸다.
올해 처음으로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된 김민재는 아시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수비수로 활약하는 아시아 선수가 발롱도르 후보로 선정된 건 김민재가 역대 최초다.
올해 최종 후보 30인 중 수비수 포지션은 요슈코 그바르디올, 후벵 디아스(이상 맨시티)와 함께 김민재 3명 뿐이다. 보통 주목을 받기 쉬운 공격수, 미드필더들이 대거 후보에 포함되며,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한 수비수나 골키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 후보에 오르는 건 쉽지 않다. 김민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건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보여준 활약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걸 뜻한다. 김민재 입장에서도 스스로를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만 하다.
김민재는 지난 2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불과 2년 전까지 중국 리그에서 뛰었던 김민재는 2021년 여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 입단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페네르바체 핵심 수비수로 활약한 김민재는 1년 만에 빅 리그 입성에 성공했다. 나폴리로 이적하면서 유럽 5대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로 무대를 옮겼다.
처음에는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 성격이 강했다. 튀르키예보다 강한 리그에서 보다 강한 팀, 더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부호가 붙은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이적 첫 시즌이었음에도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나폴리 후방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빠른 스피드,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 스타일게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리그 35 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30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에 불과했던 김민재는 완벽하게 그 공백을 지워버리며 1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했다. 강력한 공격수들도 김민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틀어막은 김민재는 수비 축구 본고장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데 이어 팀 동료 조반니 디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과 함께 '올해의 팀'에 선정돼 개인 상을 휩쓸었다.
이런 김민재에게 수많은 팀들이 달려들었다. 프리미어리그 강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파리 생제르맹, 바이에른 뮌헨 등이 관심을 보였다. 결국 바이에른 뮌헨이 나폴리가 설정한 바이아웃 금액 5000만 유로(약 714억원)를 지불하며 김민재를 품었다. 바이아웃 덕에 오히려 본래 가치보다 더 싸게 영입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랐을 정도였다. 실제로 현 소속팀 뮌헨 팬들은 김민재를 5000만 유로만 지불하고 데려온 것에 대해 "헐값이었다"고 환호했다.
뮌헨으로 이적해서도 단숨에 주전 센터백 자리를 꿰찼다. 당초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함께 센터백 조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됐으나 더리흐트가 김민재에게 밀리고 다요 우파메카노가 김민재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지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전에서는 뮌헨 이적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토마스 투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축구대표팀에서도 굳건한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8일 웨일스와의 A매치 친선전에서 특유의 공격적인 수비와 정확한 롱패스 등으로 발롱도르 후보로 선정된 '클래스'를 증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폴리에서의 활약이 발롱도르 후보 선정에 큰 영향을 줬다. 프랑스 풋볼은 김민재를 최종 후보 30인에 포함시키면서 아시아 축구 역사가 새로 쓰였다.
한편, 현지에서는 김민재의 최종 순위를 25위로 예상했다. 영국 90min은 김민재를 전체 30위 중 25위로 예측했다. 크로아티아의 카타르 월드컵 3위를 이끈 그바르디올(28위)보다 높은 순위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니콜로 바렐라(인터밀란), 야신 부누(알힐랄), 안드레 오나나(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랑달 콜로 무아니(파리 생제르맹)도 김민재보다 낮은 순위에 위치했다.
2023 발롱도르 시상식은 현지 시간으로 10월 30일 진행된다. 김민재가 아시아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한 손흥민(11위)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과연 몇 위까지 오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랑스풋볼, 뮌헨, 김민재 SNS 캡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