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국내 선발진의 맏형 최원준이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선배 양의지의 격려와 리드 속에 자신감도 회복했다.
두산은 지난 7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서 3-0 승리를 거두고 2연패를 끊었다. 하루 만에 5할 승률을 회복하고 5위 KIA를 3경기 차로 추격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다툼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 승리의 수훈갑은 단연 선발투수로 출격한 최원준이었다. 최원준은 5이닝 4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KIA 타선을 봉쇄하면서 시즌 3승을 수확했다. 지난 7월 9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약 2개월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맛봤다.
최원준은 이날 최고구속 143km, 평균 140km를 찍은 직구와 주무기 슬라이더의 조합을 바탕으로 KIA 타선을 잠재웠다. 공격적인 피칭으로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KIA 타자들과 맞붙어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나갔다.
6회초 이닝 시작을 앞두고 오른손 중지 피부가 벗겨지는 돌발 상황 속에 예상보다 빠르게 교체됐지만 최원준은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팀과 자신 모두에게 큰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멋진 투구였다.
최원준은 경기 후 "우리 불펜이 좋기 때문에 뒤에서 충분히 막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5~6이닝을 던진다는 생각보다 1이닝씩 잘 막자고 생각하면서 던졌다"며 "양의지 형이 내 공이 좋다고 전혀 문제없다고 말해주고 자신감을 많이 심어준 덕분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원준은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30승을 따내며 두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줬다. 2022 시즌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 달성은 아쉽게 불발됐지만 8승 13패 평균자책점 3.60으로 제 몫을 해줬다.
하지만 올해는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7일 KIA전 전까지 21경기(17선발) 2승 9패 평균자책점 5.34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최근에는 불펜으로 보직이 바뀌는 부침도 겪었다.
최원준은 일단 "야구를 하다 보면 이런 시즌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뛰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뒤처지면 안 되고 후배들과 경쟁도 해야 한다"며 "불펜으로 뛰는 건 별 다른 게 없다. 팀을 위해 더 좋은 선수가 선발로 나가는 게 맞다. 내가 안 좋았기 때문에 받아들였고 더 잘 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팀에 많이 민폐가 됐기 때문에 오늘은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못 던졌다면 다른 투수에게 기회가 간다고 항상 생각하고 프로는 경쟁이 있기 때문에 특혜를 바라면 안 된다. 내가 경기력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마운드에 올랐던 각오를 설명했다.
팀 선배 양의지를 향한 고마움도 거듭 나타냈다. 양의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올 시즌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최원준은 "의지 형에게 너무 고맙다. 의지형이 지난 4일 월요일 경기까지 하면서 힘들만도 한데 내가 선발등판 한다고 하니까 포수로 뛴다고 하셨다"며 "올해 많이 힘들었는데 의지 형이 옆에서 도와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서 이렇게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지 형 본인도 야구를 하면서 여러 부침이 있었다고 하더라. 나만 겪는 게 아니닌까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마운드에서 단순하게 해보라고 하셨다.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잠실,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