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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후보' SON+KIM 두고 '졸전'...벤투 빌드업 반년 만에 실종→'무색무취' 클린스만호

기사입력 2023.09.08 08:30



(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발롱도르 노미니(후보) 두 명을 보유하고도 무슨 축구를 하려고 하는지 보여주지 못했다.

9개월 전, 월드컵 16강을 일궈낸 축구가 완전히 실종된 한국 축구는 현재 '무색무취'다.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3월과 6월에 치른 총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를 기록한 것에 이어 이번 웨일스전에서도 비겨 5경기 동안 승리가 없게 됐다. 역대 외국인 감독 데뷔 후 무승 신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대표팀은 이날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수비를 맡았다.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 홍현석이 중원을 구성했으며 손흥민과 조규성이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다. 황희찬과 황의조, 오현규, 양현준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반면, 웨일스는 유럽선수권대회 여파로 인해 예고했던대로 1.5군으로 맞섰다. 4-3-3으로 나선 웨일스는 대니 워드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네코 윌리엄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 코너 로버츠가 백5를 형성했다. 해리 윌슨,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브레넌 존슨과 네이선 브로드헤드가 투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벤 데이비스, 조 로든, 브레넌 존슨이 선발로 출전하면서 손흥민과 전·현 토트넘 동료들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2무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다. 6월 A매치에서도 남미 복병 페루에게 패하더니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조차 이기지 못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 경기 바로 전, 일본에게 0-6 완패를 당한 팀이었기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인 것도 아니다. 이번 웨일스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과 리오넬 메시 경기를 챙겨본다는 등 대표팀과 하등 관련 없는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본인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 클린스만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판이 계속되는 와중에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소집선수 명단 발표까지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한국 복귀 대신 유럽에 머물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에 참석하는 등 대표팀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행사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A매치 준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클린스만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대표팀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선발됐다. 심지어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황희찬과 조규성, 오현규를 모두 불러들여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했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강인과 김진수, 송범근 등은 제외됐다.




소집 기간이 겹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교통정리'도 했다. 이에 따라 백승호와 송민규(이상 전북 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드레스덴)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창원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할 수 있도록 이번 유럽 원정에는 제외했다.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과 관련해 클린스만은 "선수들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 도중 교체아웃됐던 두 공격수의 소집 강행 의사를 밝혔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면서 이번 웨일스전이 고비가 될 거라고 분석했다. BBC는 7일 "클린스만, 승리가 없는 한국 감독에게 시간이 촉박한가?"라면서 "승리가 필요한 건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 뿐만이 아니다"라고 클린스만 역시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부진한 성적, 잘 풀리지 않는 업무 방식으로 부임 6개월 만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홈에서 열린 4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월드컵 예선 뿐만 아니라 1960년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인 1월 아시안컵을 위한 이상적인 준비가 아니다"라고 클린스만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왔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보도자료 공개 논란 등을 지적한 BBC는 마지막으로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될 수도 있다"며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클린스만이 이번 웨일스전을 통해 첫 승을 따내고 여론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경기 결과는 무득점 무승부, 클린스만 부임 이후 첫 무실점 경기였지만, 지난 6월 페루전 무득점 이후 또다시 무득점에 그쳤다. 

후방엔 지난 6월 A매치 당시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해 합류하지 못했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새로운 소속팀과 함께 합류하며 중심을 잡았다.

특히 지난 202223시즌 나폴리에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낸 괴물 수비수 김민재가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선정됐다.

발롱도르를 주관하는 프랑스 축구 전문 매체 프랑스 풋볼은 7일(한국시간) 2023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이끈 김민재는 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 시즌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나폴리에 합류해 첫 시즌을 보낸 김민재는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서 우승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시즌 총 52경기에 출전해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나폴리가 1989/90시즌 이후 33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르는 걸 도왔다.

프랑스 레키프는 "김민재가 발롱도르 최종 후보 30인에 선정된 이유는 이번 여름 바이에른 뮌헨에 합류하기 전, 나폴리에서 보여준 공중에서의 운동 능력과 첫 번째 빌드업 능력으로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라며 김민재가 후보에 오른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김민재는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1년 전에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하는 튀르키예 리그에서 활약했다. 유럽 5대리그 중 하나인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로 이적했을 때 보다 강한 팀, 더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란 의문부호가 붙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처음에는 칼리두 쿨리발리가 첼시로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영입으로 여겨졌으나 연일 빼어난 활약으로 나폴리 민심을 사로잡았고, 아예 쿨리발리를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가져갔다.

이적 첫 시즌이었음에도 적응기는 필요하지 않았다. 곧바로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파트너 아미르 라흐마니와 함께 나폴리 후방 수비를 든든히 책임졌다. 김민재는 압도적인 공중볼 장악력, 빠른 스피드, 준수한 빌드업 능력을 보여줬다.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 루치아노 스팔레티 당시 나폴리 감독 스타일게 가장 완벽하게 부합하는 수비수였다.





김민재는 리그 35 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30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전임자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에 불과했던 김민재는 완벽하게 그 공백을 지워버리며 1년 만에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했다. 강력한 공격수들도 김민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리그 정상급 공격수들을 틀어막은 김민재는 수비 축구 본고장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리그 최우수 수비수로 선정된 데 이어 팀 동료 조반니 디 로렌초,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빅터 오시멘과 함께 올해의 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민재의 활약으로 나폴리는 구단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1989/90시즌 이후 무려 33년 만에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승승장구 했다. 리버풀, 아약스 등 까다로운 팀들과 조별리그 일정을 치러 당당히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비록 8강에서 AC밀란에게 패해 탈락했으나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발롱도르 후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돌아온 김민재는 사실상 독박 수비를 펼쳤다. 공 소유 시 라인을 높게 끌어올린 한국은 빠른 발을 가진 상대 윙어와 공격진을 커버하려면 김민재의 빠른 발이 필요했다.  그는 정승현(울산현대)와 호흡을 맞추며 상대 빠른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다.

후반엔 196cm의 장신 공격수 키이페 무어(본머스)가 투입되면서 공중볼 경합에도 신경을 써야 했다. 공중볼 경합에선 이날 단 한 번만 성공한 그는 높이 싸움은 정승현(공중볼 경합 7회 중 3회 성공)에게 더 맡기기도 했다. 

후방에 김민재가 있다면 최전방엔 손흥민이 있다. A매치 직전 열린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고 합류한 그는 조규성보다 한 칸 아래에 위치해 공격 전 진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손흥민은 현재 아시아 선수 중 발롱도르 역대 최고 순위를 자랑한다. 2018/19시즌 토트넘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생애 첫 발롱도르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22위를 기록한 손흥민은 3년 뒤 다시 30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득점왕이 됐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리그 23골을 기록한 그는 아시아 선수 최초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고 아시아 최고 순위인 11위를 경신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 주장 완장까지 달며 달라진 위상을 자랑한 손흥민은 공격 전 지역에서 고군분투했다. 상대 수비가 집중 견제를 하면서 그에게 많은 공간이 나오지 않았고 슈팅 기회도 적었다. 박스 왼쪽에서 한 차례 오른발 감아차는 시원한 슈팅을 보여줬던 그는 이후엔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노력에도 제대로 된 기회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손흥민의 유효슈팅이 팀 전체 유일한 유효슈팅으로 남았을 만큼 한국의 슈팅 기회는 극도로 적었다. 

이는 결국 클린스만호의 전술적 선택이 틀렸다는 걸 보여준다. 백5로 내려선 팀을 상대로 세밀한 세부 전술 없이 나선 공격이 얼마나 단조로운지 명확히 보여준 경기였다. 



이는 내려선 팀을 상대로 후방에서 패스를 통해 공을 소유하고 상대의 압박을 유도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전술과는 확연한 대비를 이룬다. 상대가 깊게 내려서더라도 상대를 끌어낸 뒤 빠른 공격 전환으로 슈팅 기회까지 만들며 세부적으로 측면 윙어들과 풀백들의 연계 플레이를 구현했던 벤투호와 지금의 클린스만호는 차이가 난다. 

지난 3월과 6월 A매치에 클린스만이 꾸준히 강조하고 내용에서도 그나마 보였던 공격 지향적인 축구는 9월에 접어들면서 완전히 실종됐다. 상대에게 점유율은 가져오고 슈팅 숫자는 확연히 부족해진 축구를 누가 공격 지향적인 축구라 하겠는가. 

6월 A매치 일정 이후 3개월 간 재택 근무를 하며 선수들을 원격으로 관찰했던 클린스만호의 선수 선택에는 어떠한 질문도 할 수 없었다. 9월 A매치 명단은 명단 발표 관련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로 대체됐고 새로 합류한 선수들에 대한 코멘트만 있었을 뿐이다. 

클린스만은 웨일스전을 앞두고  "매 경기 팀이 발전하는 것을 보고 싶고, 나 역시 승리를 절실하게 원한다"라며 "하지만 승리는 반드시 아시안컵에서 나와야 한다. 한국은 아시안컵에서 6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하고 있다. (아시안컵 우승이) 진정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승리는 아시안컵 '전'에 나와야 한다. 적어도 클린스만 본인이 아시안컵을 지휘하고 싶다면 말이다. 영국 BBC도 7일 "승리 없는 클린스만의 시간은 끝나가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6개월 동안 A매치에서 이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대표팀 지휘 방식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6개월 동안 한국에서 머문 시간이 67일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이는 한국인들의 업무 문화와 잘 들어맞지 않고, 대표팀 명단 발표도 기자회견 없이 보도자료로 대체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휴식을 취한 뒤 곧바로 다음 경기가 있는 잉글랜드 뉴캐슬로 향한다. 한국은 오는 13일 오전 1시 30분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부임한 사우디 아라비아와 두 번째 경기를 갖는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웨일스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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