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 최정예 멤버를 내세운 클린스만호가 웨일스 원정에서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오전 3시 45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국가대표 A매치 친선 경기를 갖는다.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7위, 웨일스가 35위로 대표팀이 근소하게 앞선다. 5년 6개월 만에 유럽 원정 A매치를 치르는 가운데 대표팀은 그 첫 번째 경기인 웨일스전에서 클린스만 부임 후 첫 승에 도전한다.
대표팀은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키고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가 수비를 맡는다.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 홍현석이 중원을 구성하며 손흥민과 조규성이 최전방 투톱으로 호흡을 맞춘다. 황희찬과 황의조, 오현규, 양현준 등은 벤치에서 대기한다.
반면, 웨일스는 유럽선수권대회 여파로 인해 예고했던대로 1.5군으로 맞섰다. 4-3-3으로 나선 웨일스는 대니 워드가 골키퍼 장갑을 끼고 네코 윌리엄스, 벤 데이비스, 크리스 메팜, 조 로든, 코너 로버츠가 백5를 형성한다. 해리 윌슨, 에단 암파두, 조던 제임스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추며 브레넌 존슨과 네이선 브로드헤드가 투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린다. 애런 램지 등 핵심 멤버들은 벤치에서 대기한다.
벤 데이비스, 조 로든, 브레넌 존슨이 선발로 출전하면서 손흥민과 전·현 토트넘 동료들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지난 3월부터 대표팀을 이끈 클린스만은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지금까지 치른 A매치 4경기에서 2무2패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3월 A매치 2경기에서는 남미 강호 콜롬비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1무1패를 기록했다. 6월 A매치에서도 남미 복병 페루에게 패하더니 FIFA 랭킹 75위 엘살바도르조차 이기지 못했다. 특히 엘살바도르가 대표팀과 경기 바로 전, 일본에게 0-6 완패를 당한 팀이었기에 많은 우려를 낳았다.
아직 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기에 조금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대표팀을 지도한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4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이 최초다.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움베르토 코엘류나 요하네스 본프레레, 울리 슈틸리케조차 3경기 안에는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클린스만호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술적 색채를 보인 것도 아니다. 이번 웨일스전 승리가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부임 당시 조건으로 내걸었던 한국 상주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해외 출장 및 재택근무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과 리오넬 메시 경기를 챙겨본다는 등 대표팀과 하등 관련 없는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클린스만은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스포츠매체 ESPN, 스페인 유력지 AS의 축구 프로그램 패널로 등장하면서 토트넘 홋스퍼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하고 해리 케인과 리오넬 메시의 동향을 평가하며, 일부 경기 승무패까지 내다보는 등 월드컵 16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고 보기 힘든 행보를 보여 빈축을 샀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본인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 더욱 큰 지탄을 받았다 . 클린스만은 해당 논란에 대해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만, 그의 태도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지 않았다.
비판이 계속되는 와중에 클린스만은 9월 A매치 소집선수 명단 발표까지 기자회견이 아닌 보도자료로 진행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에도 한국 복귀 대신 유럽에 머물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추첨에 참석하는 등 대표팀과는 크게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행사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번 A매치 준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클린스만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대표팀에는 손흥민, 김민재, 황희찬 등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선발됐다. 심지어 부상으로 컨디션 난조를 보였던 황희찬과 조규성, 오현규를 모두 불러들여 유럽 원정 2연전을 준비했다. 다만 회복까지 시간이 필요한 이강인과 김진수, 송범근 등은 제외됐다.
소집 기간이 겹치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일부 선수들에 대한 '교통정리'도 했다. 이에 따라 백승호와 송민규(이상 전북 현대),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박규현(드레스덴)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창원 훈련에 처음부터 참가할 수 있도록 이번 유럽 원정에는 제외했다.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과 관련해 클린스만은 "선수들 부상은 A매치 준비의 가장 큰 변수다. 특히 이강인의 부상으로 경기 운영에 차질이 생겨 곤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다른 계획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이강인이 조속히 회복되어 소속팀에 빠르게 적응하고 아시안게임에도 정상 컨디션으로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행히 조규성과 황희찬의 경우 소속팀과 계속 소통하면서 이번 소집 합류에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으로 소속팀 경기 도중 교체아웃된 두 공격수의 소집 강행 의사를 밝혔다.
영국 BBC는 클린스만이 처한 상황에 주목하면서 이번 웨일스전이 고비가 될 거라고 분석했다. BBC는 7일 "클린스만, 승리가 없는 한국 감독에게 시간이 촉박한가?"라면서 "승리가 필요한 건 롭 페이지 웨일스 감독 뿐만이 아니다"라고 클린스만 역시 꼭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부진한 성적, 잘 풀리지 않는 업무 방식으로 부임 6개월 만에 압박을 받고 있다"며 "한국은 홈에서 열린 4경기에서 2무 2패를 기록했다. 이는 11월 월드컵 예선 뿐만 아니라 1960년 마지막으로 우승한 대회인 1월 아시안컵을 위한 이상적인 준비가 아니다"라고 클린스만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왔다고 지적했다.
재택근무 논란, 대표팀 명단 보도자료 공개 논란 등을 지적한 BBC는 마지막으로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한다면, 캘리포니아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알게될 수도 있다"며 경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클린스만이 이번 웨일스전을 통해 첫 승을 따내고 여론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웨일스축구협회, 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