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부담됐지만…덕분에 '나쁜엄마'도 잘 찍어" [엑's 인터뷰①]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라미란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잔혹한 인턴'에서 다시 한 번 현실 공감 캐릭터를 완성하며 공감을 불러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라미란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잔혹한 인턴'은 7년 공백을 깨고 인턴으로 컴백한 고해라(라미란 분)가 성공한 동기 최지원(엄지원)에게 은밀하고 잔혹한 제안을 받으면서 겪는 내면의 갈등을 사회생활 만렙 경력의 경험치로 불태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라미란은 극 중 독종 워커홀릭으로 일하다 7년의 공백을 깨고 취업에 성공한 고해라 역을 맡았다.

극중 드라마틱하거나 스펙타클한 사건이 없었던 터라 촬영 당시에는 '밋밋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라미란은 "생각보다 공감한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오히려 그래서 더 자기 얘기 같고, 옆집 얘기 같다고 하시면서 공감해주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한상재 감독과 과거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함께 작업했던 그는 "몇 년 전에 감독님이 '이런 걸 할거다' 말씀하셨고, 초안이 나왔을 때도 대본을 받아서 봤다"면서 "다 읽고 나서 '나한테는 안 어울리는 거 같다'고 했다"고 운을 뗐다.

오래 전부터 배우로 활동해온 만큼, 평범한 사회생활을 해본 적 없는 사람으로서 연기하는 것이 부담 됐다고. 물론 이야기 자체나 인물 자체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부담스러웠다는 라미란은 "강압과 회유에 못 이겨서 하게 됐다"고 농담했다.

그러면서도 "'누나가 해야 돼'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시긴 했지만, 저 스스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작품에 참여할 수는 없지 않나. 반농담이긴 하지만,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감독님의 지분이 제일 컸던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한상재 감독은 그에게 고해라를 맡아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줬을까. 라미란은 "제가 인물이 되니까 그러지 않았나 싶다"고 웃은 뒤 "평범하고 공감이 갈 수 있어야 하는 캐릭터인데, (엄)지원이 같은 사람한테 이입하기는 쉽지 않지 않나. 대신 지원 같은 인물의 삶을 사는 분들은 많이 이입해서 보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라미란은 어떤 작품에 임하든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한다고 밝혔지만, 이번 작품은 특히나 연기를 하는 느낌보다는 일상의 연속이라는 느낌이 강했다고 말했다. 자신 또한 임신을 하고 공백기를 갖고 복귀를 했던 만큼, 극중 해라의 상황을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고.

"사실 그 마음이 되게 불안하다. 다시 무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캐스팅이 될 수 있을까,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2년 동안 했다. 물론 (임신을 하고) 자의로 무대를 떠났지만, 타의에 의해서 복귀를 해야하는 상황도 찾아왔다. 그러다보니 그런 것들이 쉽지는 않더라."

출산 후 사회에서 주눅드는 모습을 보여줬던 해라의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는 라미란.

그는 "나도 모르게 신경을 쓰게된다. 저도 공백을 갖고 다시 활동할 때 어깨가 말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쉬다가 활동을 재개한 게 '친절한 금자씨'였는데, 데뷔 후 첫 영화여서 낯선 환경에서 결이 다른 일을 하다보니 정말 사방으로 눈치를 보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해라는 자기가 경력이 있다는 생각에 공백을 생각하지 못하고 열정이 넘치지만, 그 전까지는 정말 눈치보이고 자기도 자신을 못 믿는 모습을 보여준다.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힘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연기자로서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도 없었지만,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장했던 라미란은 지금도 연기에 대한 결과는 시청자, 혹은 관객의 평가나 피드백에 따라 받아들인다고도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이 자신의 이후 작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해라는 그래도 밝고 희망적이지 않나. 저도 평소에 되게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니는데, 어느 순간 풀이 죽은 거 같은 느낌이 나더라. 그나마 이 인물은 땅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어서, 해라를 하면서 '그냥 하면 되지' 하는 마인드가 생겼다. 이걸 찍고 '나쁜엄마'를 찍었는데, 홀가분한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어려운 게 어딨어', '엄마 몇 살이라고? 괜찮아' 하는 해라 마인드가 장착된 거 같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티빙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