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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신화에 우승까지' 감개무량

기사입력 2006.05.14 02:02 / 기사수정 2006.05.14 02:02

윤욱재 기자


[프로야구 25년 특별기획 - 나의 몬스터시즌 20] 2000년 박경완 

새천년 새로운 이정표, 4연타석 홈런 신화

2000년 5월 19일 현대 유니콘스 대 한화 이글스 경기. 프로야구 사에 잊지 못할 대기록이 수립된 날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이라 여겼던 4연타석 홈런. 아니 하루에 홈런 하나도 치기 어려운데 무려 4방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믿기 어렵겠지만 이 놀라운 기록의 주인공은 바로 현대 '포도대장' 박경완이었다.

박경완은 이 경기에서 2회 2점 홈런, 3회 2점 홈런, 5회 솔로홈런, 6회 2점 홈런을 연속으로 때리며 7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고 한 경기 최다루타 타이기록(16루타)을 세웠다.

밀레니엄의 해가 밝은 2000년. 프로야구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SK 와이번스가 창단하자 현대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겠다고 선언, 현대는 연고지였던 인천을 SK에 넘겨주고 임시 거처로 수원을 선택했다. 언젠가 서울로 떠날 것을 알고 있기에 수원 팬들의 반응은 싸늘했지만 현대는 투수왕국의 부활과 못 말리는 타선의 힘에 탄력을 받아 선두를 질주했다.

현대는 타선 짜임새가 으뜸이었다. 톱타자의 교과서로 불리는 전준호와 타격에 눈을 뜬 박종호가 전방에 나서고 중심타선에선 간판타자 박재홍을 필두로 화끈한 장타력이 선보였다. 박경완, 톰 퀸란, 박진만 등이 버티는 하위타선도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여기에 이숭용, 심재학 등 좌타자들이 중하위타선에 포진해 좌우 밸런스도 완벽했다. 비록 에디 윌리엄스가 도중하차하고 새로 들어온 대릴 브링클리가 부진했지만 '마지막 카드'로 여겼던 찰스 카펜터가 어느 정도 만족스런 활약을 보이며 유일한 옥에 티도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다.

투수진의 활약도 눈부셨다. 에이스 정민태가 고군분투하던 99 시즌과 달리 김수경이 원래 모습을 되찾고 절치부심하던 임선동이 에이스 급 활약을 펼치며 마운드 높이를 올렸다. 조웅천이 이끄는 중간계투진도 한 몫 거들었고 무엇보다 마무리로 기용된 위재영의 활약이 대단했다. 앞뒤가 척척 들어맞는다는 표현이 정답이다.

투타에 걸쳐 완벽한 모습을 자랑한 현대. 물론 모든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구심점'은 따로 있었다.

이미 국내 최고 포수로 정평이 나있던 박경완은 안정된 투수 리드로 투수들의 경기력을 업그레이드시켰고 타석에선 장쾌한 홈런포로 불을 뿜으며 타선의 핵탄두 역할을 했다. 최강을 자랑하는 투수력, 타력 모두 박경완이 없었다면 실현이 불가능했다.

40홈런 쾅! 최후에 웃은 박경완

사실 박경완은 언제든 한 방 터뜨릴 수 있는 바주카포를 갖췄다 하더라도 홈런왕 후보로 거론되는 선수는 아니었다. 게다가 지난시즌 홈런 신드롬을 일으킨 이승엽(삼성)과 홈런 타이틀에 재도전하는 타이론 우즈(두산) 등 홈런왕 출신들이 득실거리는 마당에 박경완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야구는 해봐야 안다고 했던가. 박경완은 4연타석 홈런을 발판 삼아 제일 먼저 20호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레이스를 이끌었다. 물론 경쟁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팀 동료 박재홍과 퀸란이 위협했고 우즈와 송지만(한화)도 가세했다. 여기에 이승엽은 몰아치기를 하며 박경완을 압박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멈춰 설 박경완이 아니었다. 후반기가 시작되자 박경완은 역대 포수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종전 기록 83시즌 이만수의 27개)을 갈아 치우고 가장 먼저 30호에 도달했다. 박경완은 30호 이후 침묵을 거듭하며 결국 역전을 허용했지만 이번엔 3연타석 홈런(공교롭게도 상대는 한화, 구장은 대전)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며 홈런왕의 희망을 이어갔다.

때마침 시드니 올림픽 대표(드림팀Ⅲ)로 뽑힌 박경완은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드림팀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첫 태극마크의 설렘도 잠시. 호주와의 경기에서 3루 주자와 충돌로 허리에 강한 충격을 받아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경기에 나설 수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드림팀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박경완도 점차 호전되면서 국내로 돌아왔을 땐 뛰는데 지장이 없었다.

허리 통증이 사라진 만큼 박경완의 홈런포도 멈출 줄 몰랐다. 시즌 마지막까지 알 수 없던 홈런왕 타이틀은 결국 유일하게 40홈런을 때린 박경완의 몫으로 돌아갔다. 박경완은 장종훈(한화), 이승엽에 이어 국내 선수론 세 번째로 40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되었고 포수로선 역대 최초였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밥 먹듯 꾸준히 병행하고 바깥쪽 코스 공략을 터득하며 밀어치기에 눈을 뜬 그는 '준비된 홈런왕'이었다.

MVP와 KS 우승까지 '최고의 해'

현대는 드림리그 1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 와일드카드로 어렵사리 올라온 삼성과 만나게 됐다. 결과는 싱겁게도 현대의 4연승. 그만큼 현대는 강했다.

한국시리즈에 손쉽게 올라간 현대는 LG와 혈투 끝에 KS행 막차를 탄 두산과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마침 두산은 김동주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 중심타선에 맥이 빠진 상태였다.

전체적인 전력을 놓고 봐도 현대의 압도적인 우위. 현대는 투타의 절묘한 조화로 3연승을 질주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두산의 뚝심이 발휘되면서 3연패로 몰려 결국 최종 7차전까지 가고 말았다.

결국 현대는 마지막 7차전에서 퀸란의 신들린 방망이로 승리를 장식하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박경완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팀의 마운드를 안정적으로 이끌고 시원한 홈런포로 팀의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대 우승의 일등공신. 박경완은 팀 우승의 기쁨과 함께 MVP의 영광까지 얻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생애 최고의 해였다.

박경완(2000) → 40홈런 95타점 타율 0.282



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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