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정유미가 '잠'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이선균과 함께 촬영한 기억을 떠올렸다.
정유미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영화 '잠'(감독 유재선)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 분)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잠'에서 정유미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가장 신뢰하던 존재가 매일 밤 끔찍한 위협을 가하는 대상으로 변하게 된 공포스러운 상황에 처한 수진 역을 연기했다.
정유미는 "시나리오가 정말 간결했다. 그런 대본을 처음 받아보기도 했고, 그러고 나니 이 글을 쓴 감독님이 너무 궁금하더라. 이 대본에서 느껴지는 어떤 빈 공간들을 어떻게 채워나갈지 감독님 입을 통해 직접 듣고 싶었고, 감독님을 만나뵙고 얘기를 듣고 나서 뭔가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참여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잠'에서 정유미는 사랑하는 남편이 잠들면 다른 사람처럼 변해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자 잠들기 두려운 공포에 휩싸이지만, 남편을 되찾고 가족을 지키려는 적극적 의지로 섬세하게 변해가는 수진을 입체적인 연기로 그려냈다.
영화 공개 후 일명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애정 어린 애칭을 얻은 것에 대해서는 "칸에서부터 그런 표현을 들었었다"고 웃었다.
이어 "그런 표현을 해주실 것을 알았으면 더 광기 있게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기를 할 때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하지는 않았고, 시나리오에 나온 대로, 감독님이 디렉션을 주시는 대로 연기했다. 어쩌다보니 몇 년 사이에 '맑눈광'이라는 표현이 유행어처럼 됐더라"고 웃어 보였다.
특히 이선균과는 네 번째 호흡. 홍상수 감독의 '첩첩산중'(2009), '옥희의 영화'(2010), '우리 선희'(2013) 등으로 만났다.
정유미는 "정말 신기한 것이, 10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홍상수 감독님 작품으로는 세 편을 같이 했는데, 회차가 많지는 않아도 대사의 양이나 테이크 수까지, 그 밀도가 어마어마하다. 그러다보니 저희 나름대로 어떤 훈련이 돼 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색하지 않게, 작품으로는 10년 만에 만났지만 떨리지 않고 잘 촬영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이어 "제가 이상하게 첫 촬영에서는 늘 떨기도 한다. 그런데 (이)선균 오빠 앞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 서로 호흡을 맞췄던 느낌들이 편안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제가 먼저 캐스팅 얘기가 되고 있었고, 선균 오빠가 하실 것 같다고 해서 좋은 마음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함께 촬영하며 이선균의 걸음걸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고. 정유미는 "모두 다 땅바닥에 발을 딛고 걷지만, 선균 오빠는 유난히 무거운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 (이선균의 전작인) '킬링 로맨스'까지는 못 봤는데, 제가 본 작품 안에서의 모습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발이 두꺼워서 그런가"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 정유미는 극 중에서 이선균이 날고기, 날생선, 날계란 등을 먹는 연기를 지켜보면서 "정말 불쌍했다"고 느꼈다고 털어놓아 다시 한 번 현장에 폭소를 안겼다.
정유미는 "날계란과 날생선을 먹고, 수도꼭지에서 그대로 물을 마시는 연기를 하는 것을 보며 '진짜 여기까지 가는구나' 싶더라. 저렇게까지 해야 대배우가 되는구나 생각했다. 전 못할 것 같다"면서 칭찬을 함께 전했다.
또 "촬영을 하면서 느껴질 수 있는 빈 지점들도 파트너인 선균 오빠가 많이 채워넣어주셨다. 오빠가 끊임없이 감독님과 대화하는 것을 봤었는데, 그런 점들이 영화를 더 매끄럽게 만들어질 수 있게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떠올렸다.
'잠'을 통해 상업영화 감독에 데뷔한 유재선 감독을 향한 믿음도 전했다. 1989년 생인 유재선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 연출부 등을 거친 뒤 '잠'으로 첫 상업영화에 데뷔하게 됐다.
정유미는 봉준호 감독이 '잠'을 극찬한 것에 대해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봉준호 감독님이 재밌게 봤다고 하시면 사람들이 기대를 하실 것 아닌가. 그러다가 재미가 없다고 느끼시면 또 실망하실까봐 걱정도 된다. 정말 5대 5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 "일단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군더더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미팅을 할 때도 감독님이 불필요한 말씀은 안하시더라"고 웃었다.
이어 "저희 영화가 어떻게 보면 저예산 영화에 속하는데, 그러다 보니 작업하는 면에 있어서 조금 콤팩트하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감독님도 원하시는 것을 간결하게 잘 표현해주시고 정확하게 포인트를 얘기해주셔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잠'은 9월 6일 개봉한다.(인터뷰②에 계속)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