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6.24 09:07 / 기사수정 2013.08.24 21:20
[엑스포츠뉴스=백종모 기자] 동명의 유명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SBS 드라마 '시티헌터'가 총 20부작 중 절반이 방영됐다.
시청률 13.5%로 선전하며 순항하고 있지만, 드라마 시티헌터는 원작과의 괴리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난 설정과 스토리 전개 때문에 돌아오는 실망감은 적지 않아 보인다. 국내의 원작 팬들은 물론, 드라마 제작 소식에 관심을 보였던 일본인들까지도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드라마를 꼭 원작과 판박이로 만들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어렵게 구입했다는 '시티헌터'의 판권을 얼마나 잘 활용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어떤 부분이 얼마나 원작에서 벗어났기에 논란이 되는 걸까.
■ 여성 취향화
드라마 시티헌터는 여성 시청 층을 크게 의식했다.
이윤성(이민호 분)은 원작의 남성적이고 거친 모습의 주인공과는 거리가 있다. MIT 출신의 엘리트에 부자인 이윤성은 하드보일드물 보다는 한국식 멜로물의 캐릭터와 가까워 보인다.
또한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 특수부 검사 김영주(이준혁 분)가 여 주인공 김나나(박민영 분)을 사이에 두고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원작에도 이와 비슷한 경찰청 여형사가 등장하지만 러브라인을 위해서인지 남성 캐릭터로 바뀌어 버렸다.
■ 총을 못 쏘는 '시티 헌터'라니
원작과 가장 큰 괴리감을 주는 부분은 주인공이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윤성은 자신이 폭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저항하며 고민하는 나머지 약한 인상이 짙어졌다.
원작이었으면 쉽게 벗어날 수 있었을 법한 상황에서 김나나에게 총을 맞았고 이에 괴로워 하다가 꿈에서도 재차 총을 맞는다.
총을 쏘기를 극도로 꺼리는 모습도 다소 의아하다. 서울로 돌아온 이윤성이 총을 쏘는 것은 사격 훈련 외에는 거의 볼 수 없다. 심의 문제가 있다지만, 원작에서도 실제 사람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장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도망치는 상대의 구두 굽을 맞춘다던가, 서로 총을 겨눈 상황에서 상대방의 총을 맞춘다던가 하는 식으로 불필요한 폭력은 자제하고 있다.
일부러 맞아주는 설정이라지만 굳이 본인이 서용학(최상훈 분)의 큰 아들에게 맞을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스럽다. 특히 극 중반에 올수록 이윤성이 계속 약해지는 느낌이다. 때문인지 9화와 10화에는 이윤성이 김상국(정준)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늘 피하기만 한다.
■ 유머가 사라진 시티 헌터
원작의 주인공은 마초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것이 특징이다. 만화적 표현을 그대로 옮겨올 수는 없겠지만, 이윤성이라는 캐릭터는 무미건조하다. 같은 시기에 방영된 MBC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이 능숙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 것과 대비됐다.
■ '시티 헌터 비긴즈'의 아쉬움
드라마는 원작과 비교해 시기와 무대 등 여러 가지 설정이 다른데, 특히 주인공의 나이와 정체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주연 배우 이민호는 드라마를 '시티헌터 비긴즈'라고 표현했다.
이윤성은 이미 서울이라는 '시티'에 들어서 있다. 그러나 자신의 정체에 관한 고민을 끝내지 못해 '헌터'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정체성에 관한 고민은 드라마 중반까지도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런 고민을 베트남에서 끝내지 못하고 서울에까지 가져와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복수'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설정이 아쉽다.
■ '시티헌터' 향 첨가 멜로 드라마
드라마를 세세히 들여다 보면 의외로 원작을 반영한 부분도 많다.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바람둥이 취급을 받으며 구박을 당하는 부분, 김나나에게 항상 맞는 부분, 이윤성이 음식을 밝히는 부분 등은 원작과 유사하다.
등장 인물 중 최다혜(구하라 분)은 원작의 특징인 미녀 의뢰 대상에 해당한다. 최다혜는 원작에서 주인공이 경호했던 야쿠자 보스의 딸, 15세의 아이돌 가수를 합쳐 놓은 느낌으로 '나이트 클럽'을 좋아하는 부분은 전자와, 이윤성에게 '꼬맹이' 취급을 받는 것은 후자와 같다.
그밖에 한 점으로 일치시킨 사격 표지판, 저격당하기 어려운 위치의 낡은 아파트, 어둠 속에서 노려진 김나나를 구해내는 장면 등 원작을 반영한 부분들은 많다. 이진표(김상중 분)과 유사한 캐릭터도 원작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원작과의 연결고리는 극중 부가적인 요소에 그치고 있으며 드라마의 스토리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결국 드라마는 하드보일드한 액션 보다는 '소파 키스', '전구 키스' 등의 멜로적인 요소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트렌디 드라마로써 안정적인 시청률을 쫒다 보니, 드라마 시티헌터는 액션물도 로맨스물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경쟁 드라마들과 시청률을 나누는 형국이 되다보니, 시청률 면에서도 두드러진 성적을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과감한 정면 승부로 나갔더라도 다른 시청 층이 유입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는 수출을 고려하면 더욱 확대되는 부분이다. 특히 일본에는 원작에 대한 추억을 안고 있는 팬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직까지 원작을 제대로 실사화한 일례가 없기 때문에 희소성 또한 크다.
적절한 한국적인 색채를 섞어 원작에 충실한 방향으로 제작했다면 어땠을까. 한류 드라마의 팬 층을 젊은 남성층까지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는 아니었을까.
[사진 ⓒ SBS '시티헌터'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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