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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쉬는 동안 연구했어요"…백정현이 말하는 '백쇼'의 귀환

기사입력 2023.08.18 11:00



(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삼성 라이온즈 백정현을 늘 따라다니는 별명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백쇼'다. '백쇼'는 백정현과 LA 다저스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클레이튼 커쇼의 합성어로, 팬들은 그가 잘 던지는 날이면 이 단어를 언급하곤 한다.

2년 전의 백정현이 말 그대로 '백쇼 모드'였다. 백정현의 2021시즌 성적은 27경기 157⅔이닝 평균자책점 2.63으로, 2007년 1군에 데뷔한 그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종전 한 시즌 최다 승수는 2017년과 2019년 8승이었다.

그랬던 백정현이 지난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24경기 124⅔이닝 4승 13패 평균자책점 5.27이라는 초라한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감했다. 전반기만 놓고 보면 단 1승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부진이 길어졌다. 게다가 2021시즌이 끝나고 삼성과 4년 총액 38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이후 첫 시즌이었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역시 흐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5경기 24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4.13을 기록한 백정현은 5월 4경기 26이닝 2승 평균자책점 1.73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6월 들어 또 하락세를 타면서 고민에 빠졌다. 더구나 6월 23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는 팔꿈치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일찌감치 전반기를 마감해야 했다. 말소됐을 때만 해도 한 텀 정도만 쉬어가면 될 것으로 보였지만, 공백이 꽤 길어졌다.

누구보다도 답답함을 느낀 건 백정현 본인이었다. 부진에 부상까지 떠안은 만큼 마음이 가벼울 리가 없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백정현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수확이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체인지업이다.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백정현의 체인지업 구사율이 지난 시즌 16.8%에서 올 시즌 22%로 증가했다. 변화구만 놓고 보면 백정현이 가장 큰 변화를 준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는 의미다.



백정현은 17일 대구 LG 트윈스전이 끝난 뒤 "전반기가 끝나서 아파서 쉬는 동안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어떻게 구사할지 연구하다가 2군 경기에 나올 때부터 조금씩 던져봤는데, 괜찮았던 것 같아서 (체인지업을) 많이 쓰고 있다. 다행히 결과가 괜찮게 나와서 빈도를 좀 높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백정현은 "부담스러운 게 좀 있어서 체인지업을 바깥쪽 위주로 던지려고 하는데, 제구가 원활하지 않다 보니까 (바깥쪽으로 던진 공이) 몸쪽 같기도 하고 해서 정교하게 던질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좌타자에게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초반부터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가져간 백정현은 LG 타자들을 상대로 많은 땅볼과 뜬공을 유도했고, 6⅔이닝 6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1탈삼진 1실점으로 효과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그는 "전략을 짜기보다는 이번에는 직구 위주로 많이 던지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변화구를 좀 많이 던졌던 것 같다"며 "뭔가 계속 수싸움한다고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어졌던 것 같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변화구의 위력은 물론이고 빠른 공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평균 구속이 130km대 초중반에 머물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치가 상승했다. 17일 LG전 직구 평균 구속은 138.6km/h로 측정됐다. 백정현은 "지난 시즌을 통해서 여러 구종의 변화구가 안 좋으니까 제구도 신경 쓰려고 했고, 변화구를 연구하려고 하면서 변화구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직구 구위도 올라갔다. 여러 요소가 겹쳐서 지난해보다 괜찮은 기록으로 가고 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직구가 따로 빨라진 비결은 없었다. 다만 백정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식단 관리를 꾸준히 했다. 지난해에도 (성적이) 좋진 않았으나 계속 꾸준히 했다"고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올 시즌 눈에 띄는 또 다른 변화는 바로 투심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는 점이다. 지난해 22.3%에 달했던 백정현의 투심 구사율은 올해 1.1%로 뚝 떨어진 반면 포심 구사율은 26.1%에서 40.8%로 크게 상승했다.

백정현은 "지난해 내가 원하는 대로 투심 제구가 잡히질 않았다. 공이 자꾸 자기 마음대로 날아가서 실투가 계속 많아졌다"며 "무브먼트가 괜찮다 보니까 포수도 수싸움을 하기보다는 무브먼트를 생각하고 던지려고 사인을 냈는데, 생각하는 대로 공이 안 갔다. 그러다가 (강)민호 형이 '올해 직구를 던져보자, 직구로 (승부를) 하고 맞게 되면 투심을 던지자'고 얘기를 했는데, 자연스럽게 직구 위주로 던졌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들이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백정현은 후반기 4경기 24⅓이닝 3승 평균자책점 1.95로 '환골탈태'했다. 조금 늦긴 했지만, 그토록 삼성 팬들이 기다린 '백쇼'가 돌아왔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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