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에이징 커브라고 보고 있지는 않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후반기 가장 큰 고민은 좀처럼 깨어나지 않는 김재환의 방망이다. 김재환은 개막 후 89경기에서 타율 0.224(290타수 65안타) 8홈런 33타점 OPS 0.686으로 기대했던 파괴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이 지난해 정규리그 9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건 김재환의 부진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김재환은 2022 시즌 타율 0.248(448타수 111안타) 23홈런 72타점 OPS 0.800으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2월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김재환을 일찌감치 2023 시즌 4번타자로 고정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무한 신뢰를 보냈다. "우리 팀 키플레이어는 김재환이다. 김재환이 살면 두산 타선이 굉장한 폭발력을 지닐 수 있다"며 김재환의 활약에 기대를 걸었다.
김재환의 올 시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4월 23경기에서 타율 0.271(70타수 19안타) 2홈런 10타점 OPS 0.850으로 순조로운 첫발을 뗐다.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충분히 '부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5월 21경기 타율 0.239(71타수 17안타) 4홈런 6타점 OPS 0.659로 주춤했고 6월 24경기에서도 타율 0.250(76타수 19안타) 3홈런 10타점 OPS 0.747로 딱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7월에는 14경기 타율 0.176(51타수 9안타) 2홈런 7타점 OPS 0.633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고 8월에는 7경기 타율 0.045(22타수 1안타)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1988년생으로 30대 중반에 들어선 김재환의 에이징 커브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승엽 감독은 일단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김재환은 현재 고토 타격코치와 매일매일 열심히 훈련 중이다. 에이징 커브라고 보고 싶지는 않고 그러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다"라며 "지금은 자신감을 잃은 상태라고 본다. 좋은 타구가 하나만 나오면 분명 반등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믿음을 보냈다.
두산은 팀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받는 양의지가 옆구리 근육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며 당분간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 복귀까지 최소 열흘에서 최대 3주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연스레 타선의 무게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두산은 3위 NC, 4위 KT에 1경기 차 뒤진 5위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안정적으로 승수를 쌓고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타자들의 분발은 필수적이다. 6위 KIA에 1.5경기 차로 쫓기고 있어 5강 진출을 마냥 낙관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이승엽 감독도 "양의지가 당분간 빠지게 된 상태에서 김재환이 정말 해줘야 한다. 본인이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책임감을 조금 더 가져줬으면 좋겠다"며 "치든 못 치든 김재환에 섣불리 승부를 걸 수 없기 때문에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스윙을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서 김재환까지 빠진다면 더 힘들어진다. 김재환을 믿고 맡기는 건 선수의 능력, 커리어를 존중한다는 뜻이고 아직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팀이 지금 순위 싸움 중이지만 김재환의 부진이 더 길어지면 팀도 당연히 (성적이)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그 책임은 (감독인) 내 몫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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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