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데뷔 2경기 만에 도움 하나를 기록하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다만 첫 실점 장면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보여줘 아쉬움도 남겼다.
뮌헨은 2일(한국시간) 싱가포르에 위치한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풀(잉글랜드)과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 마지막 경기에서 4-3 역전승을 거뒀다. 앞서 지난 26일 일본 도쿄에서 있었던 친선 2연전에서 맨체스터 시티(1-2패), 가와사키 프론탈레(1-0 승)와 맞붙었던 뮌헨은 리버풀과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하면서 아시아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 가와사키전에서 벵자맹 파바르와 함께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던 김민재는 리버풀전에도 선발로 이름을 올렸고, 전반전 45분을 소화하는 동안 도움 한 개를 기록하며 뮌헨 소속으로 첫 번째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첫 실점 장면에서 실책성 플레이를 펼쳐 아쉬움도 남겼다.
4-2-3-1 포메이션을 꺼내든 토마스 투헬 감독은 골키퍼에 얀 좀머, 수비에 알폰소 데이비스, 김민재, 파바르, 다요 우파메카노를 내세웠다. 중원은 콘라드 라이머, 요주아 키미히가 호흡을 맞췄고 2선에 자말 무시알라, 세르쥬 그나브리, 르로이 사네가 위치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는 18세 공격수 마티스 텔이 맡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4-3-3으로 대응했다. 알리송이 골문을 지켰고, 트렌트 알렉산더 아널드, 조엘 마팁, 버질 판데이크, 앤디 로버트슨이 백4를 구성했다. 신입생 알렉시스 맥앨리스터, 도미닉 소보슬러이, 커티스 존스가 중원을 형성했고, 모하메드 살라, 코디 학포, 디오구 조타가 3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김민재는 데뷔전이었던 지난 가와사키전에서 현지 언론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이탈리아 아레아 나폴리는 "독일 언론이 김민재 데뷔전을 보고 대왕 오징어를 연상했다"라고 보도했다.
아레아 나폴리가 언급한 곳은 뮌헨 지역지 재쥐트도이체 차이퉁으로 매체는 김민재 데뷔전에 대해 "관객들이 뮌헨의 새로운 센터백 김민재가 왜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 알게 됐을 때 도쿄국립경기장 안에서 수군거림과 감탄사가 퍼져나갔다"라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매체는 "김민재는 상대 선수로부터 공을 빼앗으려고 결심했을 때 위치 선정에서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고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반격을 했을 때 곧바로 만회하기 위한 엄청난 결심을 보였다"라면서 "김민재는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 몸을 던졌다. 선수 뒤에서 마치 대왕 오징어의 촉수와 같은 긴 다리로 공을 성공적으로 걷어냈다"라고 김민재의 수비를 대왕 오징어로 표현했다.
경기 후 투헬 감독은 "김민재는 수비뿐만 아니라 전방에서도 잘 뛰었다. 매우 만족한다. 오늘 경기는 김민재의 첫 경기였다. 그는 매우 열심히 훈련하고 잘 해내고 있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고, 이번 시즌 김민재와 함께 호흡을 맞출 예정인 월드클래스 센터백 마테이스 더리흐트도 "모두가 김민재가 갖고 있는 퀄리티를 봤다. 그는 매우 빠르고 공격적이며 몸싸움에서 강하다. 김민재는 잘했다. 때때로 동료들과 호흡이 맞지 않기도 했지만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리버풀전을 앞두고는 클롭 감독이 김민재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사전 기자회견에 참석한 클롭은 "뮌헨에는 4명의 월드클래스 센터백, 두 명의 월드클래스 미드필더 조합이 있다. 최전방은 스피드가 있고 모두 다 기술이 좋으며 마무리 능력도 있다. 그래서 그런 점들이 아주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뮌헨이 보유한 센터백은 김민재, 더리흐트, 파바르, 우파메카노다. 이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뮌헨이 보유한 센터백 자원들 모두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김민재는 리버풀 센터백 판데이크(반다이크)의 이름에서 유래된 '반도다이크'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김민재가 뮌헨으로 이적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이날 예정된 리버풀전에서 판데이크와 맞대결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김민재, 판데이크 모두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하면서 팬들의 바람이 이뤄졌다.
리버풀이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스로인 상황에서 학포가 공을 받으러 움직였고, 김민재가 마크하러 쫓아갔으나 뺏어내지 못했다. 측면으로 다시 공을 내주고 김민재가 비우고 나온 뒷공간으로 빠르게 침투한 학포는 측면에서 올라온 공을 잡은 후 그대로 박스 안까지 몰고가 골망을 흔들었다.
2분 뒤 다시 한 번 뮌헨 뒷공간이 한 번에 뚫렸다. 김민재가 순간적으로 오프사이드 라인을 맞추지 못해 공간이 열렸다. 노마크 상태에 있던 살라에게 공이 연결됐고, 살라가 슈팅하려는 찰나, 김민재가 빠르게 달려와 막아냈다. 전반 8분에는 쉬운 패스를 실수해 상대에게 공격권을 내줬다.
김민재에서 시작된 뮌헨의 공격이 무위에 그쳤다. 코너킥 공격에서 김민재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파바르가 2번이나 머리에 갖다댔으나 한 번은 골대, 한 번은 골대 위로 넘어갔다.
뮌헨은 그나브리가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득점을 노려봤지만 알리송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곧바로 리버풀이 한 골 더 달아났다. 코너킥 공격에서 판데이크가 뒤에서부터 달려드는 헤더로 골문 구석에 꽂아넣었다. 김민재는 앞에서 공을 끊으려 했으나 김민재 뒤로 크게 넘어가 막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김민재가 만회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반 33분 김민재가 후방에서 길게 찔러준 패스가 리버풀 수비를 모두 통과해 그나브리에게 연결됐다. 공을 받은 그나브리는 오른발 바깥으로 돌려놓으면서 뒤따라오던 마팁을 제쳤고, 오른발로 침착하게 골문 안에 밀어넣었다.
전반 막판 뮌헨의 동점골이 터졌다. 전반 43분 텔이 왼쪽으로 크게 벌려줬고, 그나브리가 박스 안쪽으로 몰고 들어온 후 반대쪽에 있던 사네에게 연결했다. 리버풀 수비가 그나브리 쪽으로 완전히 쏠린 상태에서 아무런 방해가 없었던 사네는 힘들이지 않고 골망을 열어젖혔다.
리버풀에 악재가 찾아왔다. 전반 추가시간 맥앨리스터가 별다른 충돌 없이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졌다. 구단 의료진이 바로 경기장으로 뛰어들어갔고, 전반전은 2-2로 종료됐다.
양 팀 모두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를 진행했다. 리버풀은 마팀, 맥알리스터, 조타가 나갔고, 이브라히마 코나테, 다르윈 누녜스, 루이스 디아스를 투입했다. 뮌헨은 김민재 대신 더리흐트, 사네 대신 킹슬리 코망, 좀머 대신 스벤 울라이히를 투입했다.
교체 투입된 코망이 리버풀 왼쪽 수비를 집요하게 허물었다. 현란한 드리블로 리버풀 수비를 벗겨낸 뒤 중앙으로 파고들어 컷백까지 내주려고 했지만 최종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8분에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패스를 받아 일대일 기회에서 강력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리버풀도 교체 투입된 루이스 디아스를 필두로 뮌헨 수비를 괴롭혔다. 디아스가 로버트슨과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며 박스 안까지 진입을 시도했으나 여의치 않자 로버트슨에게 다시 내줬다. 로버트슨의 크로스는 뮌헨 수비가 걷어냈다. 이어진 소보슬러이의 강력한 중거리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팽팽한 흐름이어지자 양 팀 감독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공격이 여의치 않자 클롭 감독은 리버풀 선수들에게 호되게 호통을 쳤고, 투헬 감독도 열정적으로 지시하면서 선수들 위치를 조정했다.
뮌헨이 텔의 기습적인 침투로 득점 기회를 잡는 듯 했으나 판데이크가 노련하게 침투 방향을 예측해 공격을 끊어냈다.
양 팀이 선수를 대거 교체했다. 뮌헨은 데이비스, 라이머, 무시알라, 그나브리, 우파메카노, 파바르를 빼고 누사이르 마즈라위, 요시프 스타니시치, 레온 고레츠카, 프란스 크래칙, 아리온 이브라히모비치, 라이언 그라벤베르흐를 투입했다. 리버풀은 학포, 로버트슨, 알렉산더 아널드 대신 콘스탄티노스 치미카스, 조 고메스, 하비 엘리엇을 내보냈다.
직후 살라의 침투 패스를 받은 누녜스가 절묘하게 수비 틈 사이로 침투해 슈팅까지 가져가봤으나 슈팅 순간 몸 균형이 무너져 제대로 슈팅하지 못했다. 공은 골대 옆을 지나가 옆그물을 때렸다.
리버풀이 다시 앞서나갔다. 계속 뮌헨을 위협하던 살라가 번뜩였다. 후반 21분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살라는 드리블을 치며 중앙으로 진입했고, 쇄도하던 디아스에게 가볍게 내줬다. 디아스는 달려들어오는 속도를 살려 오른발로 그대로 밀어찼고, 공은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다시 끌려가게 된 뮌헨은 키미히와 텔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알렉산다르 파블로비치, 부나 사르를 투입해 변화를 줬다.
하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공격 작업에서 선수간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서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리버풀 진영으로 넘어가보려고 시도할 때마다 리버풀 수비수들이 쉽게 끊어내고 막아냈다. 오랜 만에 유효슈팅까지 만들어보기도 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30분 리버풀은 어린 선수들을 투입하며 기량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존스, 살라, 판데이크, 소보슬러이가 빠지고 바비 클라크, 벤 도크, 자렐 아모린 콴사, 제임스 맥코넬이 들어갔다.
리버풀이 승부에 쐐기를 박을 뻔 했다. 후반 32분 뮌헨 왼쪽 수비가 완전히 무너졌고, 낮게 올라온 크로스를 중앙에서 대기하던 바비 클라크가 오른발로 꺾어 차봤다. 울라이히 골키퍼 정면으로 갔으나 순간적으로 울라이히가 공을 놓치며 골라인 부근까지 공이 굴러갔고, 울라이히가 다급하게 잡아냈다.
뮌헨이 다시 따라붙었다. 후반 35분 프리킥 공격에서 더리흐트가 번쩍 뛰어올라 헤더 슛을 시도했다. 공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고, 알리송이 깜짝 놀라 쳐냈으나 스타시니치 발 앞에 떨어졌다. 스타니시치 오른발로 재차 밀어넣으면서 동점에 성공했다.
리버풀이 곧바로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살리지 못했다. 후반 38분 누녜스가 일대일 기회에서 때린 슈팅이 울라이히 골키퍼 품에 너무 쉽게 안기면서 득점으로 이어이지 못했다. 옆에 있던 디아스는 골대를 붙잡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리버풀 패스 한 번에 뮌헨 수비가 계속 흔들렸다. 왼쪽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했고, 리버풀이 이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하지만 득점 장면까지 이어가진 못했다. 뮌헨도 역습 상황에서 박스 안까지 진입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봤지만 중앙으로 내준 패스가 공격수들을 모두 스쳐지나가면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뮌헨의 역전골이 터졌다. 후반 45분 더리흐트가 길게 찔러준 공을 받은 크래칙이 환상적인 왼발 하프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출렁였다. 벤치에 있던 투헬 감독, 뮌헨 선수들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을 정더로 멋진 골이었다.
추가시간 4분이 주어졌다. 뮌헨이 다시 기회를 잡았고, 코망의 날카로운 슛은 알리송 선방에 막혔다. 흘러나온 공을 마즈라위가 다시 떄려봤으나 이번에도 알리송이 막아냈다. 총 7골이 나온 끝에 뮌헨의 4-3 역전승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사진=AP, DPA/연합뉴스, 리버풀, 바이에른 뮌헨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