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유준상 기자) KT 위즈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는 올 시즌에도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2021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핸 개인 한 시즌 최다승까지 노려볼 만하다.
고영표는 1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등판, 7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9-0 승리를 견인했다. 투구수가 87개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적인 투구를 선보인 고영표는 시즌 8승 달성과 함께 전반기를 마감했다.
사실 시즌 초반만 해도 고영표는 부침을 겪었다. 4월 한 달간 6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2.88로 순항하던 고영표는 5월 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57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다가 6월 이후 반등에 성공하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고영표는 "시작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6월에 밸런스를 잡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폼이 많이 올라오면서 평균자책점도 그렇고 승리도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를 많이 기록해서 만족스러운 전반기를 보낸 것 같다"며 "올 초에 삼진도 잡지 못하고 구속도 많이 떨어져서 그 부분이 아쉬웠는데, 최근 몇 경기 동안 삼진이 나오면서 그 부분이 내게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앞으로 큰 마음 먹고 삼진을 잡아보겠다"고 자신의 투구를 돌아봤다.
특히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선발투수들이 시즌 개막 후 대거 부진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고영표는 묵묵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고영표는 "WBC를 준비한다고 플로리다에 갔는데, 매커니즘쪽으로 폼이 좀 떨어지더라. 체력 훈련을 잘했는데 기술적으로 내가 좀 떨어지는 부분을 느낀 게 아쉬웠고, 4월에도 변형된 폼이 돼서 제구나 구속이 떨어졌다"며 "2년간 풀타임을 도니까 관절이 부담을 많이 느끼고 피로가 쌓였는데, 6월과 7월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폼이 올라왔고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전반기에만 8승을 챙긴 고영표는 다승 부문 공동 5위로, 토종 투수만 놓고 보면 곽빈(두산 베어스)과 더불어 가장 많은 승수를 챙겼다. 그러나 정작 고영표가 관심을 갖는 기록은 승리가 아니었다. 바로 QS+였다. 투수가 7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으로, 선발투수에게는 '꾸준함'의 상징과 같은 기록이기도 하다.
고영표는 "나는 8승도 좋지만 QS+를 11개나 한 게 기분이 너무 좋다. 13번의 등판 중에서 QS+를 11번 기록했으니까 그 부분이 선발투수로서 내가 한 단계 성장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한테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다"고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면 바로 '볼넷 9개'다. 선발은 물론이고 불펜투수들도 이 정도로 볼넷을 적게 주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고영표의 이닝은 103⅔이닝으로, 토종 투수 중에서는 안우진(키움·107이닝)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몸에 맞는 볼(6개)도 예년보다 적은 편이다.
고영표는 "기분 좋은 기록이다. 앞으로 최대한 (볼넷을) 안 줄 생각이다. 나는 치라고 던지니까 카운트를 올리면서 3-2까지 1~2번 갔던 것 같은데, 볼넷을 최대한 적게 줘서 최소 볼넷 시즌을 만들고 싶다"며 "과거에는 내가 몸에 맞는 볼을 많이 줬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볼넷보다 더 싫어하는 게 몸에 맞는 볼인데, 몸쪽 제구가 잘 되면서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하는 고영표는 부산으로 향한다. 그는 "가족과 부산에 같이 내려가서 휴가 겸 육아를 할 예정이다"며 "내가 선발이라서 컨디션 때문에 잠도 잘 자야 하다 보니까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이번에 쉴 때 좀 열심히 할 것이다"고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