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한체육회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7·러시아)의 도핑 의혹과 관련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재조사를 요구하기로 하는 등 소트니코바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당사자가 "발언이 왜곡됐다"며 느닷 없이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앞서 대한체육회는 지난 11일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관련 자료를 정리, 해당 자료와 과거 사례 등을 모아 IOC에 소트니코바 재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소트니코바는 2014년 1차 검사에서 양성, 2차 검사에서 음성을 받았다고 본인의 입으로 말했다. 이는 매우 희박한 사례라 재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그동안 도핑 검사 기술이 향상된 만큼, 당시엔 확실하게 적발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얘기했다.
2014 소치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편파 판정 논란 속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했던 소트니코바는 대회 후엔 판정 논란뿐 아니라 도핑 논란에 휘말렸다. 소트니코바는 IOC가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 실태를 조사한 2016년 소변 샘플이 훼손됐던 것으로 알려져 도핑 의혹을 받았다.
소트니코바는 당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지만, 최근 직접 도핑과 관련해 입을 열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올림픽에서 도핑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난 두 번째 테스트를 받아야 했고, 다행히 두 번째 샘플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 징계받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소트니코바의 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관련 내용이 알려지자 국내에선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소트니코바의 재조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IOC가 대한체육회 요구를 받아들여 재조사에 나선다면, 2014년 수집한 소트니코바의 1, 2차 샘플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IOC가 재조사해 문제가 확인된다면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을 박탈할 수도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4위를 했던 역도 국가대표 출신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동메달을 땄던 흐리프시메 쿠르슈다(아르메니아)의 소변 샘플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되면서 뒤늦게 동메달을 받기도 했다. 소트니코바의 메달이 박탈되면, 김연아에게 금메달이 돌아간다.
그런 가운데 논란이 커지자 침묵하던 소트니코바가 입을 열었다.
그는 12일 자신의 SNS에 "지난 주 내내 나와 우리 팀, 주변 사람들은 갑자기 부풀려진 미디어 보도에 대한 견해를 듣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며 "모두가 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난 이런 정보가 항상 인용되고 많은 조회수를 얻을 것임을 이해한다. 그러나 언론은 이미 내가 금지된 약물을 사용했다고 했다. 여러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오히려 남의 탓을 하고 나섰다.
그는 이어 "난 '도핑이 발견됐다'고 말한 것"이라며 "'(소치 올림픽 당시)도핑 샘플에 긁힌 자국이 있었고, 그들(세계도핑방지기구 혹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 발견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샘플 훼손 흔적에 관해서도 운송·보관 담당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소트니코바는 특히 2014 소치 올림픽 금메달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누구도 내게서 중요한 것들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며 "소치 올림픽, 시상대에서의 감동, 울려 퍼졌던 러시아 국가, 팬들의 응원과 전율, 조국을 위해 뛰면서 느꼈던 감정, 이 모든 것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약물 논란을 확산시킨 이는 소트니코바 자신이다. 이미 7년 전 제기됐던 자신의 도핑 양성 논란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어서 12일 자신의 반박은 오히려 그의 소치 올림픽 도핑 샘플을 자세하게 검수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또 소트니코바가 도핑 양성으로 최종 판정될 경우 김연아가 정당하게 금메달을 받는 것인데, 이를 빼앗는다라며 화를 낸 것도 난센스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