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신예 이원정이 선배 김동욱에게 감동받은 일화를 전했다.
KBS 2TV 월화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는 우정리 연쇄 살인사건에 관련된 윤해준(김동욱 분)과 백윤영(진기주)가 1987년의 시간에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탄탄한 극전개와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며 호평 속 막을 내렸다.
이원정은 1987년 당시 우정고 3학년 학생으로 훗날 윤영의 아버지가 되는 백희섭 역을 연기했다. 순애(서지혜)에게 첫눈에 반한 순수함부터 어린 시절 겪은 가족의 비극, 마을의 연쇄살인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미스터리한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최근 엑스포츠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이원정은 "지난해 더운 날씨에 고생 많이 하면서 찍은 작품인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 끝났다는 기쁨도 있지만 물아일체가 된 희섭이를 떠나보내려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며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여러분께 좋은 드라마로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합류했다는 이원정은 "대본 속 희섭을 보자마자 이건 내가 아니면 안 된다. 내가 꼭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라 쉽진 않았다. 그런데 내 나이대 친구들이라면 다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다면 나를 보여주자고 생각해 자신감 있게 오디션에 임했다. 감독님도 그 모습이 좋았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는 "사투리를 잘하고 싶어서 친구 2명과 전라남도, 북도를 오가며 5박 6일을 보냈다. 한 명은 전라도가 고향인 친구였고, 다른 한 명은 할머니가 전라도 분인 친구였다. 친구 할머님께 녹음을 부탁드려서 매일 자기 전에 듣고 자면서 익혔다. 그리고 희섭이가 락에 빠져 있는 친구라 매일 아침을 락을 들으며 나를 캐릭터에 체화시키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비중이 큰 역할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이원정은 "희섭이대로만 살자고 생각했더니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위에 단단한 (김)동욱 선배님이 자리해서 걱정이 없었다. 저에게 연기를 지도하거나 지적한 적은 없으신데 '희섭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며 마냥 기다려주셨다. 저를 배려해 주시는 그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원정은 "원래 제 롤모델이 할리우드는 디카프리오고 한국은 이병헌 선배님이었다. 물론 그분들도 여전히 좋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동욱 선배님이 롤모델이 됐다. 현장에서 늘 저를 '원정이'가 아닌 '희섭이'라고 부르셨는데 종방연 때 '원정아 이리 와'라면서 처음으로 제 이름을 부르셨다. 놀라서 '제 이름 알고 계셨냐'고 물었는데 '네 이름을 어떻게 잊어. 원래 현장에서는 희섭이라고 불러줘야 잘 돼'라며 웃으시더라. 정말 많은 에피소드가 있는데 선배님은 유죄인간이자 너무 멋있는 사람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애 역할의 서지혜와 윤영 역할의 진기주와의 호흡도 전했다. 이원정은 "지혜 누나와는 서로 버팀목이 돼 주는 존재였다. 눈만 바라봐도 저 사람의 상태가 어떤지 아는 찐친의 느낌이었다. 기주 누나는 첫 촬영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제게 '아부지'라고 부르면서 분위기를 풀어줬다. 분량상 한 달 늦게 촬영을 들어가서 걱정이 많았는데 그 한마디에 마음이 놓였다. 누나 덕분에 연기를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극중 희섭은 '범인 찾기'에서 초반 범인으로 의심을 받았던 캐릭터였다. 유섭(홍승안), 범룡(주연우), 민수(김연우), 미숙(지혜원) 등 많은 인물들이 범인 후보에 오른 가운데 최종 범인은 연우(정재광)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이원정은 "6회 엔딩에 제가 (범인의로 의심되는) 모자를 쓰고 등장하지 않나. 평소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다가 눈빛이 확 변하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는 연출적 속임에 저도 기여할 수 있어서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범인'의 존재는 배우와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비밀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원정은 "저는 연우의 첫 등장부터 알았다. (배우들 중) 저만 유일하게 맞췄다"며 "사실 설정 자체가 그렇지 않나. 미국에서 유학을 했다는데 '진짜 했다고?' 싶었다. 감독님께 넌지시 '연우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웃고 넘어가셨다. 그렇지만 솔직히 저도 헷갈렸다. 교련 선생님(장서원)인 줄 알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고아라 기자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