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전,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또다시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부임 초기부터 팬들의 불신을 샀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엘살바도르와의 친선 A매치 맞대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전이 득점 없이 0-0으로 끝나자 클린스만 감독은 이재성을 대신해 황의조를 투입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용병술은 적중하면서 황의조가 후반 3분 귀중한 선제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은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대표팀은 추가골 넣을 기회를 번번이 놓치다 결국 후반 42분 프리킥 상황에서 엘살바도르 수비수 알렉스 롤단에 다이빙 헤더골을 허용해 스코어가 1-1이 됐다.
대표팀은 후반 추가시간이 끝날 때까지 분투했지만 결국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하면서 '클린스만호' 첫 승을 또 뒤로 미뤄야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16강으로 이끈 파울루 벤투 감독을 대신해 지난 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까지 그 어떤 대표팀 외인 사령탑보다 나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초반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3월 A매치 기간 때 콜롬비아 상대론 2-2 무승부를 거뒀고, 우루과이전 때는 1-2로 패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나 6월 A매치 기간을 맞이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16일 페루전에서 0-1로 패배했고, 이후 엘살바도르에게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4경기 연속 무승을 거뒀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사정은 있다.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이 스포츠 탈장 수술로 인해 컨디션에 문제가 있고, 핵심 수비수 김민재가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어 최상의 전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에서 한국(27위)보다 48단계 밑인 75위에 위치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되고 있는 엘살바도르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사실은 팬들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불과 5일 전인 지난 15일 일본에 0-6으로 대패한 팀이다.
특히 지금까지 대표팀을 맡아온 외인 감독들 중 부임 초반 4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유일한 지도자가 되면서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나톨리 비쇼베츠(1994~96년), 조 본프레레(2004~05), 딕 아드보카트(2005~06), 핌 베어벡(2006~07), 울리 슈틸리케(2014~17), 파울루 벤투(2018~22) 감독 등 한국 대표팀을 맡았던 외인 감독 상당수가 부임 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반면 클린스만 감독 이전까지 데뷔전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감독은 단 2명이었다.
일본전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3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한 움베르투 코엘류(2003~04) 감독 그리고 많은 축구 팬들이 잘 알고 있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2001년부터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한 히딩크 감독의 첫 승은 2번째 경기에서 웃기는 했는데 승부차기를 통해서 승리를 거둔 것이라 경기 직후 기록은 무승부로 남는다. 당시 2001 홍콩 칼스버그컵에 참가한 히딩크호는 파라과이와의 3·4위 결정전 승부차기에서 6-5로 이기며 3위를 차지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컵에서 모로코와 비긴 히딩크호는 4번째 경기인 UAE전에서야 4-1 승리를 거두고 한국 대표팀 마수걸이 승을 따냈다.
즉, 첫 승이 가장 늦었던 히딩크 감독도 4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는데 클린스만 감독이 이 기록을 최소 5경기 이상으로 늘리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은 약 3년 뒤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바라보고 선임한 감독이었다. 부임 초반 부진한 성적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던 히딩크 감독도 결국엔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준결승까지 오르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팬심을 빠르게 돌릴 필요성이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표팀은 오는 9월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던 유럽의 다크호스 웨일스와 친선 원정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따라서 첫 승은 여전히 쉽지 않을 전망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여론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대전,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