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드림팰리스'로 연기 변신에 나선 배우 이윤지가 작품을 통해 느낀 감정과 딸 라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드림팰리스'(감독 가성문) 이윤지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드림팰리스'는 남편의 목숨값으로 장만한 아파트를 지키려는 두 여자의 고군분투를 담은 영화로, 이윤지는 남편을 잃고 어린 남매를 키우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수인 역을 맡았다.
이날 이윤지는 자신이 연기한 수인에 대해 "지금까지 제가 표현해왔던 캐릭터와는 다르게 저와 가깝다고 느껴진 인물이라서 시작하기 전에 조금 편안한 느낌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보통 연기를 하기 전에 캐릭터와 실제 저와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이 있는데, 수인은 이윤지라는 사람과 닮아있어서 속속들이 아는 친구처럼 순간순간의 감정이 연상이 잘 되는 친구였다. 그걸 수면 위로 끌어내는 게 숙제였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극중 노메이크업의 피폐한 모습으로 첫 등장한 것과 관련해 "신랑이 시사회로 먼저 영화를 보고 나서 처음 등장한 저를 '못 알아볼 뻔 했다'고 했는데, 그게 제게는 큰 칭찬이었다"며 "남편에게는 '사별한 여자 역할'이라고만 소개했어서 그냥 어렴풋하게 이미지를 상상했을 거 같다. '언제 나올까' 하고 보고 있었을 텐데 그런 느낌으로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고정 출연 중인 그는 '공감 요정'으로서 활약 중이다. 이윤지는 "이제는 좀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한다"면서 "배우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연자 각자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너무나 잘 그려지니까 몰입되고 공감되면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정형돈 선배님이나 (박)나래 씨가 누가 상담받으러 온지 모르겠다고 하실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주책이다', '오지랖 부리지 말자'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두 딸의 엄마로서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봐야하는데, 집 앞에서 만나는 사람이나 지하철에서 마주치게 되는 사람에게도 신경이 쓰인다. 마음을 쪼개서 쓰는 사람이다보니 힘들 때가 많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촬영하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윤지는 "수인이 혜정(김선영 분)과 둘이서 남편들이 주로 가던 공간인 당구장을 찾아서 하루를 보내는 장면이 너무 슬펐는데, 표현이 잘 안 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두 분이 당구를 치고 있는데, 한 분은 실제로 영화 조감독님이셨다. 그런데 그 분이 저희 남편과 이름이 같고, 극중 수인의 사별한 남편으로서 영정사진에서 모습을 비춘다. 또 제가 남편의 옷을 입고 당구를 치기도 한다. 앞모습이 나왔다면 그런 세세한 모습이 잘 드러났을텐데, 그걸 찍으면서 어느 때보다 많이 슬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실제로 그 장면을 찍을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만약 시간이 좀 더 허락됐다면 그 장면에 욕심을 내고 싶다. 제게 권한을 주고 장면을 추가로 넣을 수 있다고 한다면 이 장면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 그래야 제 감정이 해소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윤지는 '드림팰리스'를 찍으면서 쌓아둔 감정을 아직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디엔가 존재하며 지금도 고통스러워 할 많은 수인이들이 생각나서 계속 불편한 상황"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는 건, 결국엔 그 작품에 제 감정과 인생이 담기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이 일이 좋고, 직업만족도가 높은 거 같다. 나중엔 까먹을 수도 있는 문제인데, 작품으로 남겨지는 것이 좋은 거 같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첫째 딸 라니 양이 하는 말에 많은 감동을 받기도 한다고. 이윤지는 "라니가 무슨 말을 하면 너무 좋아서 한 번은 침대에 누웠다가 일어나서 수첩에 적은 적도 있다"며 "저를 닮은 부분도 있지만, 저는 때가 묻었고, 라니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함까지 더해지니까 더 아름답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엄마가 알아야 할 것 같다'면서 고백을 하더라. 친구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싶었는데, '엄마가 너무 좋아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 엄마는 '금쪽' 공기를 마실 때 나는 '집' 공기를 마신다'고 하더라"며 "저와 같은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말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 촬영장에 따라가고 싶다는 말을 한 것 아닌가. 저를 조련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풍부한 감수성이 자신과 닮았다는 라니 양에 대해 이윤지는 "배우로서 가지면 좋을 감성이나 끼, 재능이 많이 보이지만, 배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드림팰리스' 촬영하면서 유난히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다. 그래서 그 날 감독님께 '라니가 배우한다고 한 적이 없는데, 엄마 입장에서 연기를 하다가 이렇게 울고 들어오면 제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고 했다"면서 "배우를 한다고 하면 반대할 거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왜 제 작품 찍을 때 그런 말씀을 하시냐'고 답장을 하셨다. (웃음) 그래도 그 답을 받으니까 마음이 편하더라. 제가 촬영하면서 마음이 아팠다는 이야기를 한 건데, 그 마음을 알아주시고 아프다는 걸 느끼셨구나 싶더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인 '범죄도시3'와 같은 날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이윤지는 "많은 분들이 보고 공감했으면 하지만, 영화관까지 오는 길이 많이 멀어지지 않았나. 그래도 저도 보고싶은 영화가 개봉하니까, 극장에 오신 김에 극장이 활성화되는 느낌으로 우리 영화를 보러오시면 한다"고 소망을 전했다.
한편, '드림팰리스'는 31일 개봉한다.
사진= ㈜인디스토리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