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벤치에 놔둔다면 찬성한다."
잉글랜드 축구사에서 빠질 수 없는 두 레전드들이 웃었다. 토트넘 주포 해리 케인이 사우디아라비아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훨훨 날고 있는 뉴캐슬 유나이티드행 여부에 대해 찬성하면서다.
내용은 이렇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득점왕이자 영국 축구계 최고의 셀러브리티 중 하나인 개리 리네커가 자신이 공영방송 BBC에서 진행하는 축구 리뷰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나와 역시 잉글랜드 전설적인 공격수이자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3연패한 앨런 시어러와 케인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10년 넘게 토트넘에 헌신했으나 무관인 케인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게 과연 맞느냐에 대해서다. 케인은 내년 여름 토트넘과의 계약이 끝난다. 그러다보니 토트넘이 이적료를 받고 팔 수 있는 올여름 케인이 이적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행선지도 거론되고 있다. 케인처럼 걸출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순위로 꼽히는 중이다. 이 외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골에서 만큼은 월드 클래스를 인정받은 리네커와 시어러는 케인을 논할 만하다. 특히 패널로 나선 시어러는 만약 저 상황이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어떻게 행동할까란 생각을 갖고 접근했다.
시어러는 "케인이 내 상황이라면? 내가 갖고 있는 옵션을 보겠다"면서 "케인은 토트넘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했다.
이어 "난 토트넘 팬들이 불평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케인이 '이봐, 정말 열심히 했어. 이제 다른 팀을 알아볼거야'라고 한다면…"이라며 케인에게 이적을 권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 때 리네커가 한 가지 주제를 갖고 치고 들어왔다. 시어러가 가장 오래 뛴 뉴캐슬로 이적해도 좋겠냐는 질문이었다. 시어러는 사우샘프턴에서 5년, 블랙번에서 4년을 각각 뛴 뒤 뉴캐슬에서 10년간 활약했다. 그래서 시어러의 친정팀을 꼽으라면 다수가 뉴캐슬을 꼽는다.
시어러는 흔쾌히 찬성했다. 다만 조건을 달았다. 그는 "케인을 오직 벤치에 놔둔다면 찬성하겠다"고 했다.
시어러는 프리미어리그 통산 260골을 터트려 오랜 기간 확고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케인이 무섭게 쫓아오는 중이다. 케인은 20일 브렌트퍼드전에서도 한 고을 추가해 211골을 기록하며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역 선수 중엔 리버풀 포워드 모하메드 살라가 139골을 넣어 그 다음(은퇴 선수 포함 14위)인 터라 시어러의 기록을 넘볼 선수는 오직 케인인 셈이다. 시어러 입장에선 49골 간격이 있지만 케인의 현 상승세대로라면 2~3년 뒤에 추월당할 수 있는 기록이다.
시어러는 "케인을 벤치에 놔둬 (내) 기록을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뉴캐슬 이적에 동의하겠다"라고 했고 이에 리네커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농담으로 마무리됐지만 케인의 이적 고민은 두 레전드 공격수들에게도 어떻게 풀어야할지 모를 고차 방정식이란 뜻이었다. 다만 시어러는 이적에 한 표를 던지는 모양새였다.
이번 시즌 홈 최종전을 마무리한 케인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사진=AP, EPA, 로이터/연합뉴스, 프리미어리그 홈페이지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