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좌완 영건 이원재가 혹독한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사령탑이 주문했던 자신감 있는 피칭이 이뤄지지 못했고 제구 난조 속에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두산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4차전에서 9-6으로 이겼다.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고 5위에서 4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두산의 이날 승리 요인은 선발 전원 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활약이었다. 1회초 양석환, 허경민이 2타점 2루타로 공격의 물꼬를 터줬고 3회초 김재환의 2점 홈런, 6회초 로하스의 솔로 홈런 등 주축 타자들이 나란히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선발투수 이원재의 경우 투구 내용에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원재는 지난해 2차 2라운드 전체 1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2년차 좌완 유망주다. 2022 시즌을 2군에서만 보낸 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던 가운데 최근 호투를 발판으로 1군에 콜업됐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의 부상 이탈 속에 천금 같은 1군 데뷔 기회를 얻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이원재에 원했던 건 완벽한 투구가 아닌 타자와 자신 있는 승부였다.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보다 확실하게 자기 공을 던져 주기를 바랐다.
이 감독은 게임 전 "이원재에게는 오늘 선발등판이 충분히 좋은 기회다. 다른 투수들도 많은데 경쟁자 중에서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원재의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회말 선두타자 이정후를 볼넷으로 출루시키기는 했지만 이후 임지열-김혜성-러셀을 차례로 범타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문제는 두산이 4-0으로 앞선 2회말 수비였다. 선두타자 박찬혁에 2루타를 내준 뒤 김휘집에 볼넷, 이원석에 안타를 허용해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이형종에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두산 벤치는 계속된 무사 1·2루에서 이원재에 승부를 맡겼지만 이원재의 영점은 잡히지 않았다. 이지영마저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무사 만루로 상황이 악화됐다.
이 감독은 결국 투수를 김명신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렸다. 김명신은 이정후에 1타점 외야 희생 플라이를 내주기는 했지만 임지열, 김혜성을 범타로 잡고 4-3의 리드를 지켜냈다. 두산은 이후 3회초 김재환의 2점 홈런으로 주도권을 유지한 끝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이원재로서는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확인했다. 특히 제구가 뒷받침 되지 못한다면 1군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날 투구수 34개 중 스트라이크가 15개에 불과해 스스로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사진=고척,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