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2-04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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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김서형, 이러니 칸 페스티벌서 박수 받았지 [엑's 초점]

기사입력 2023.05.10 16:30

최희재 기자


(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칸이 먼저 알아본 '종이달' 김서형의 연기, 안 보면 손해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유이화(김서형 분)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

'종이달'은 제6회 칸 드라마 페스티벌(Cannes International Series Festival) 비경쟁부문 랑데부 섹션에 초청됐다. 또한 현지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웰메이드 드라마임을 입증했다.

'종이달'은 동명의 일본 소설 '종이달'(가쿠다 미쓰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한국에서 다시 드라마로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김서형이 있다. 김서형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6년 전에 '종이달'이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며 "지금보다 여성 서사를 그린 작품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종이달'을 보고 너무 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작사까지 수소문했던 김서형은 직접 러브콜을 보냈다고 전했다. 6년을 기다린 김서형은 "주체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내면적으로 깊숙이 끌림이 있었고 매료됐다"고 덧붙였다.



'종이달'은 돈을 은유적으로 뜻하는 단어다. 일본에서는 '한때의 가장 행복한 추억'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김서형은 극중 삶에 무료함을 느끼던 중 우연히 저축은행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게 되면서 자신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유이화 역으로 분했다.

은행 직원의 횡령이라는 범죄를 소재로 다뤘지만 그것보다는 캐릭터들의 관계, 그 안에서 돈은 어떤 매개로 작용하는지를 보여줬다. 정돈된 모든 것들 사이 결핍, 열등감, 허영, 위선, 욕망, 모순을 그려냈다.



"그럴 이유가 없었어"라던 이화의 삶에 그럴 이유가 생겼다. 그게 정당하지 않더라도, 끝이 파국일지라도 말이다. 넓은 집에 잠겨 숨막혀하던 이화는 숨을 쉬기 위해 좁디 좁은 세상으로 나갔다. 남편 말에 움직이는 장식품이 아닌, 사모님도 아줌마도 아닌, 유이화라는 주체로서.

돈 때문에 사람 때문에 도망자 신세가 된 유이화는 세상에서 증발해버린 듯 보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유이화는 힘 없는 약자를 도왔다. 김서형은 유이화의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내면을 섬세하고 슬프게 그려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김서형과 여성들이다.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흔들고 협박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모르는 새 누군가를 구했다. 누군가는 누군가의 위로가 되고 방패가 되기도 했다. 유선과 서영희, 보라와 이채은. 이외에도 모든 여성 캐릭터들이 이름 없이 지나가지 않고 그 자리에 존재했다.

이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려는 남자들의 모습은 어쩐지 하나같이 추잡했고, 겉만 번지르르해 오히려 우스웠다.



물결을 함뿍 머금고 푹 가라앉은 종이 같은 드라마에서 김서형의 연기는 잔물결 같았다. 악을 쓰지 않아도 감정의 구김살이 파동처럼 일렁였고 그 안에서 회오리를 일으켰다.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 하나로 전국민을 움직였던 김서형은 눈빛 만으로도 신을 설명하는 배우임을 증명했다.

'종이달'에는 김서형의 모든 얼굴이 담겨있다. 선한 얼굴. 친구들과 있을 때 비로소 파하하 웃음을 터뜨리는 얼굴. 물기를 머금은 축축한 얼굴. 버석한 얼굴. 사랑에 빠진 얼굴. 숨겨야만 하는 상황에도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내던지는 얼굴까지. 그야말로 김서형의 연기 차력쇼 같았다.

원작과 다르게 끝난 열린 결말 엔딩은 아무래도 허탈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도 있어야 한다. 이화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김서형은 물음표를 시청자 앞에 또 한 번 접어뒀다.

사진=지니TV 오리지널 방송화면, 롯데컬처웍스, KT스튜디오지니, 엑스포츠뉴스 DB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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