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성+인물'을 연출한 정효민, 김인식 PD가 AV 배우 출연편을 구성하게 된 이유를 비롯해 공개 예정인 대만편을 언급했다.
'성+인물'의 정효민 PD와 김인식 PD는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성+인물: 일본편'을 연출한 정효민 PD는 2013년 '마녀사냥'을 통해 MC 신동엽과 함께 했고, 발칙하고 신선한 성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정 PD는 "'마녀사냥'이 10년 전인 2013년 프로그램이다. 그 때도 많은 갑론을박이 있었다. JTBC 초창기 시절이었는데, 미디어에서 어떻게 미혼의 성을 다룰 수 있느냐는 얘기도 나오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아무 일도 아니지 않나.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성+인물'이라는 제목을 지은 것도, 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굉장히 예민하고 모두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이기에 더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성을 특징으로 자기 정체성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였다"고 얘기했다.
지난 달 25일 공개된 '성+인물: 일본편'은 각 회차마다 약 30분의 분량의 미드폼으로 만들어졌다. 1회에는 18세 미만 출입금지인 성인용품점과 성인 VR방 방문기가, 2회와 3회에는 일본의 AV 여배우 3인, AV 남배우 및 감독 3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대표 AV 남배우 시미켄도 출연한다.
또 성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유명 회사를 방문해 직원과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호스트 클럽을 찾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호스트로 꼽히는 로랜드와 만남을 가졌다. 마지막 편에서는 신동엽과 성시경이 일본의 20·30대 청년들을 직접 만나 성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펼치는 모습이 전해진다.
공개 다음 날인 26일에는 신동엽이 23년 째 MC로 출연 중인 SBS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성+인물'에 출연하는 신동엽이 '동물농장' MC로 나오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일부 누리꾼의 부정적인 의견이 전해지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은 제작진에 있는 것인데, 라이브가 아니고 편집을 거쳐서 가는 프로그램이었는데도 그것이 '동물농장'의 하차로 얘기가 나오게 됐다는 것에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신동엽을 향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정 PD는 "AV배우가 등장한 회차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대만 편으로 가면 이야기가 더 확장된다. 성이라는 것이 직업에만 국한되는 것만이 아닌 성 정체성에 대한 부분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성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향유하고, 나와는 다른 다양한 생각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또 "'마녀사냥' 때는 TV 채널에서 주간 단위로 하다 보니 이것을 수용할 시간들이 차차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성+인물'의 경우에는 어쨌든 한 번에 공개가 되다 보니 6편의 에피소드에 대한 논의가 골고루 이뤄지기 보다 하나의 초점에 맞춰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제작한 사람의 입장에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고 말을 이은 정 PD는 "'마녀사냥' 이후 10년 동안 성에 대한 화두를 던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었다는 생각도 들더라. 예능에서 이 정도의 화제성을 갖기 시작했다면, 교양이나 시사에서도 이를 다루게 되지 않겠나. 그러면 좀 더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귀 기울여 주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예능의 순기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예능 한 편으로 왜 모든 문제를 왜 해결하지 못했냐'라고 물으시는 것도 의미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고 다양한 담론들이 나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역할은 다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AV 배우 등이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성에 대해 다양한,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저희가 정한 편집 방향은, 인물들이 갖고 있는 직업의 소신을 최대한 손상하지 않고 전달하자는 것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AV 배우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체 6개 회차를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왜 이 일을 선택하게 됐으며 주변 사람들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 일을 해서 어느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으며 이로 인한 성취나 목적, 행복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까지 디테일한 질문을 다루게 되지만 결국 줄기는 하나로 고정된다"고 전했다.
지난 주까지 촬영 일정을 소화한 '성+인물: 대만편'도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 PD와 김 PD는 "대만에서 촬영한 아이템들도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성혼, 동성애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합법화된 곳이기도 하다. 대만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동성 부부들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그 중에서는 육아를 할 생각이 있는, 임신 중인 레즈비언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의 성 박람회도 가봤는데, 그 곳에서는 AV 배우들도 와서 아이돌처럼 인사를 하더라. 부모와 자식까지 3대가 함께 오기도 하고, 부부와 연인들이 오는 모습을 보며 성에 대해 각자의 나라, 문화마다 기준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이며 다양한 성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성+인물: 대만편'에 담길 것임을 귀띔했다. (인터뷰③에 계속)
사진 = 넷플릭스, JTBC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