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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벤슨·로드 재계약…'왜 모험 아닌 안정인가'

기사입력 2011.06.01 01:54 / 기사수정 2011.06.01 01:54

김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준영 기자] 이런 게 소위 말하는 '안전X'인가.

지난달 31일은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재계약 협상 마지막 날이었다. 지난 시즌 한국 무대를 밟았던 20명이 넘는 외국인 선수 중 차기 시즌에도 '코리안드림'을 이어가게 된 선수는 3명으로 결정이 됐다. 주인공은 허버트 힐(인천 전자랜드).로드 벤슨(원주 동부) 찰스 로드(부산 KT).  이들은 어째서 지난 시즌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은 것일까.

▲ 모험 아닌 안정

31일 KT 동부 전자랜드는 보도자료를 통해 세 선수와 각각 재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연봉은 벤슨과 힐이 35만 달러, 로드가 30만 달러. 이들의 재계약은 결국 세 팀이 '모험보다는 안정'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차기 시즌부터 KBL은 외국인 선수가 '2명 보유 1명 출전'에서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바뀐다. KBL 15년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사건 중의 하나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 혹은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게 자명하다.

여기에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은 기존의 트라이-아웃에 이은 드래프트가 아니라 자유계약으로 회귀된다. NBA나 주요 유럽 리그 등지에서 뛴 경력이 있는 선수의 경우 여전히 KBL 입성이 금지되지만 트라이 아웃 참가자에 한정된 선수를 뽑지 않는 것 자체로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높아질 것을 암시하고 있다.

어쨌든 외국인 선수가 1명으로 줄어든 대신 각 팀은 좀 더 자유롭게 알짜배기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연봉 상한선도 인센티브 5만달러 포함 40만 달러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일찌감치 감지한 사령탑 대다수는 지난 4~5월부터 유럽과 미국, 남미 등지서 차기 시즌 외국인 선수를 물색해왔다.



여기서 각 구단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과연 KBL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인 선수를 그대로 안고 가느냐, 아니면 소위 말하는 '스펙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모험을 감수하느냐가 바로 그것. 피트 마이클(전 오리온스) 단테 존스(전 KT&G) 등 과거 자유계약 시절 영입된 외국인 선수는 확실히 한 차원 높은 농구로 KBL을 접수했다.

그러나 자유 계약 시절 모든 외국인 선수가 한국 농구에 잘 적응한 것도 아니었고 외국인 선수가 KBL에 적응하는 것 자체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다. 사실 KBL의 전 세계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고 해도 현재 각 팀이 추구하는 변형 수비 전술이나 비교적 빡빡한 리그 일정 등은 생소한 외국인 선수들이 적응하기에 결코 만만찮은 요소가 아니다. 그래서 외국인 선수의 '코리안 드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자신의 득점 욕심만을 내세우는 외국인 선수는 더더욱 살아남기가 어려운 게 KBL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명이 차기 시즌 재계약을 맺었다. 차기 시즌 코트에서 뛸 외국인 선수가 10명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재계약 선수의 비중은 무려 30%. 결코 작은 비율이 아니다. 이는 곧 동부 전자랜드 KT가 그만큼 벤슨 힐 로드를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 골밑 사수 부탁 

힐(26, 203cm)은 지난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에 선정되며 평균 17점 9.1리바운드를 기록하는 건실한 모습을 선보였다. 오리온스 시절 수비가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으나 전자랜드서 수비도 많이 좋아졌다. 블록슛을 뜨는 타이밍이 좋고 훅슛, 중거리슛 등 다양한 득점 루트도 보유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서태힐 트리오의 선봉장 서장훈이 LG로 떠났지만 힐을 잔류시켜 차기 시즌 골밑 누수를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벤슨(26, 206cm)은 지난 시즌 17.4점 9.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화려함은 없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플레이가 강동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비시즌 이렇다 할 전력보강이 없었던 동부는 벤슨의 잔류로 차기 시즌에도 김주성-벤슨-윤호영 삼각편대를 다시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로드(25, 203cm)의 재계약은 좀 놀랍다. 힐과 벤슨과는 달리 안정감이나 꾸준함에서는 좀 모자란 게 사실. 포스트시즌 들어 들쭉날쭉한 활약을 보이며 전창진 감독으로부터 채찍과 당근을 고루 받는 모습을 보였던 로드를 두고 KT는 큰 고민에 빠졌던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좀 투박해도 운동 능력이 좋은 로드를 붙잡았다. 이로써 로드는 포스트가 약한 KT의 차기 시즌 행보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힐 벤슨 로드 ⓒ 엑스포츠뉴스 DB]



김준영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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