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자는 없지만 생일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생카'(생일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최애'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벤트 장소는 어떤 모습인지, 그리고 누가, 어떤 마음으로, 왜 열었는지 엑스포츠뉴스 가요팀이 4월생 아이돌 '세븐틴 민규·에스파 카리나·더보이즈 선우' 팬이 되어 축하를 보내고 온 후기를 전합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민규가 행복할 수 있다면, 힘은 좀 들어도 고생할 수 있어요."
아직은 제법 쌀쌀한, 그럼에도 봄 기운이 감도는 지난 6일 민규의 '생카'가 서울 마포구 합정 및 홍대 일대에서 열렸다. 6일 생일 당일 전후로 3, 4일씩 진행되는 민규의 '생카'에는 수많은 캐럿(세븐틴 팬덤명)들은 물론 '생카' 문화를 즐기는 아이돌 팬들이 방문한 모습이었다.
◆ "아이돌 '생카' 문화 붐, '생카' 전문점으로 바뀌는 추세"
합정 및 일대는 소위 말하는 '생카 메카'로 통했다. 몇 년 전부터 일반 카페들도 아이돌 '생카' 전용 카페로 전환되는 분위기. 한 카페 관계자는 "요즘 붐이다. 크고 작은 카페들이 아이돌 '생카' 전문으로 바뀌는 분위기다"라고 귀띔하며 "한 바퀴만 돌면 금방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는 진짜였다. 당초 민규의 '생카'를 방문하기 위해 뽑아뒀던 '생카 리스트'는 지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다수 '생카'가 밀집해 있는 거리에는 카페뿐 아니라 꽃집, 사진관, 분식집 등 다양한 가게에서 '생일 파티' 분위기로 민규의 생일을 축하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날 엑스포츠뉴스가 방문한 '생카'도 각기 다른 분위기와 콘셉트를 띈 모습이었다. 올해 27번째 생일을 맞은 민규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아낸 콘셉트로 '생카'를 차려 팬들끼리 즐겼다. '생카'를 준비한 운영자는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전부터 '생카' 기획부터 카페 대여 등을 시작했다. 이들은 '생카' 운영 이유에 대해 "민규를 위해"라 입을 모았다.
◆ "민규를 홍보하는 마음,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면"
팬카페에서 만난 친구들끼리 모여 민규의 '생카'를 기획했다는 20대 초반의 A씨는 "굿즈도 직접 만들고 아이디어도 직접 내면서 '생카'를 준비했다. 세븐틴 비활동기 때는 팬들끼리 '생카'에서 만나 놀고 문화를 공유하며 즐기는 추세"라 설명했다.
A씨는 '생카'가 비단 팬들만의 향유 문화가 아니라 타 아이돌 팬들 나아가 일반 대중에게도 민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민규 팬이 아니더라도 '생카'에 따라 왔다가 좋은 이미지를 얻거나 호감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카'만의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함께 마음을 열 수 있다"라고 전했다.
해당 카페에는 타 아이돌, 연예인 팬들이 민규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처럼 '그들'만의 문화가 아닌 '모두'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생카'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 "사비 털어 '생카' 꾸며, 굿즈 팔아 수익 창출"
'생카'는 팬들 간의 문화 교류, 소통 창구를 넘어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밝혔다. 약 6개월 전부터 '생카'를 기획했다는 20대 중반의 B씨는 민규를 향한 팬심으로 아이템을 하나, 둘씩 사비로 사서 모은 뒤 '생카'를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고 시장을 뒤져 보면 민규가 다니던 학교 교복부터 옛날 포토 카드, 화보 사진 등을 찾을 수 있다. 구하기 귀한 아이템들은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기도 한다. 이럴 수록 더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라 강조했다.
이렇게 어렵게 획득한 아이템들은 '생카'를 꾸미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희귀한 아이템일 수록 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해당 '생카'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여기에서 굿즈를 팔거나 카페 특전 등을 활용한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는 설명. 이외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 "투잡 느낌으로 '생카' 기획,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행복해"
주간에는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퇴근 후 밤을 새가면서 '생카'를 준비했다는 C씨는 4일 동안 진행되는 '생카'에 쭉 상주하며 팬들과 소통할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해 11월부터 '생카'를 준비했다는 C씨는 영화 '중경삼림'의 금성무를 보다가 영감을 받았다며 "민규의 홍콩배우 같은 느낌을 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C씨는 "몸은 힘이 들지만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어차피 한 번 할 때 힘들다면 예쁘게 만들자는 생각으로 밤마다 야근하는 기분으로 작업했다. '생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 마음일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민규가 팬들에게 셀카도 올리고 고맙다는 표현도 자주 하니까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민규가 팬들을 챙기지 않는다면 이렇게까지 안 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힘들 때 민규의 예쁜 짓에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 "팬들과 한 마음으로 생일 즐겨, 아이돌 문화라 여겨"
'생카' 전용으로 운영 중인 카페 사장은 아이돌 팬들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 문화라 내다봤다. 그 역시도 실제 아이돌의 팬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문화에 녹아들었다는 설명. "팬들이 즐기는 문화지만 저도 아이돌 문화를 좋아하게 됐다."
또 '생카'를 이벤트 식으로 연다는 한 카페의 직원은 "평소에도 많은 손님이 찾는 카페지만 한 번씩 '생카'를 기획하면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생카'가 밀집해 있는 곳에 가면 이렇게 많은 아이돌이 있나 싶을 정도"라며 아이돌 '생카' 문화의 활성화를 높이 평가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각 '생카' 운영자(박정현, 박란영, 남혜원, 김태은, 강00)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