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홍상수 감독의 신작 '물안에서'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됐다. 61분의 러닝타임을 대부분 아웃포커싱으로 처리한 시도가 다양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물안에서'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홍상수 감독의 29번째 작품인 '물안에서'는 지난 해 4월 제주도에서 6회차, 10일간 촬영됐으며 홍상수 감독의 다수의 작품에서 함께 해 온 신석호와 하성국, 처음 호흡을 맞춘 김승윤 등이 출연했다.
'물안에서'는 최근까지 홍상수 감독이 연출했던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그후'(2017), '클레어의 카메라'(2018), '풀잎들'(2018), '강변호텔'(2019), '도망친 여자'(2020), '인트로덕션'(2021), '당신얼굴 앞에서'(2021), '소설가의 영화'(2022), '탑'(2022) 등과 비교해 홍상수 감독 특유의 잔잔함을 바탕으로 큰 분위기에서는 맥락을 같이 한다.
배우를 하겠다고 노력하던 젊은 남자가 갑자기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겠다며 사비를 털어 자기 연출의 영화를 찍겠다고 하고, 같은 학교를 다녔던 세 사람은 제주도에 도착한다. 아직은 무엇을 찍을지 모르겠다는 젊은 남자는 다른 두 사람과 하루 종일 배회하다 해변가에서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여자를 만난다. 이후 그녀와의 대화에 감동받아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작품 속 캐릭터에 빗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홍상수 감독식 화법도 여전하다. 젊은 남자는 영화 작업을 통해 '명예'를 얻고 싶은 것이라며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돈 아니면 명예, 다 똑같지 않나"라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홍상수 감독 대부분의 작품이 그래왔지만, 61분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만들어진 '물안에서'는 특히 장면 대부분을 아웃포커싱 처리하는 실험적인 화면 구성을 선택해 관심을 모은다.
앞서 '물안에서'는 지난 2월 열린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인카운터 섹션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 공개되며 전 세계 관객들을 먼저 만났고, 공개 후 현지 관람객들 역시 아웃포커싱 처리된 장면 장면에 호기심을 표하며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아웃포커싱을 활용한 '물안에서'에 대한 사전정보를 접하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은 시작 화면 후 곧바로 초점이 흐려지는 화면에 적지 않게 놀랄 수 있다.
홍상수 감독은 그간 작품들 속에서 롱테이크 등을 활용해 인물간의 대화를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일상에 더욱 밀착된 화면으로 몰입감을 선사해왔다. 아웃포커싱 처리로 그 몰입감이 낮아진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초반 세 명의 등장인물이 영화 만드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에서는 거의 얼굴의 눈, 코, 입 형태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이며 탁 트인 제주도의 풍경 역시 그저 뿌옇게 스크린 위에 펼쳐질 뿐이다.
홍상수 감독은 '물안에서'의 베를린국제영화제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아웃포커스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배경을 밝혔으며, 김승윤은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아웃포커스로 인해 줄거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소 파격적인 아웃포커싱 실험은 홍상수 감독이기에 도전할 수 있었던 부분이라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지고, 신석호 등 홍상수 감독의 전작에 출연했던 이들의 얼굴에 익숙해진 이들에게는 흐린 초점의 화면 역시 큰 이질감 없이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아웃포커싱 처리된 화면을 61분 내내 지켜보는 것이 관람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상수 감독의 작품들에서 제작실장으로 참여하며 작품 안팎으로 곁을 지키고 있는 김민희는 이번 '물안에서'에서 제작실장과 스태프, 노래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 = (주)영화제작전원사, 콘텐츠판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