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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최희재 기자) '더 글로리'는 역시 드라마였던 모양이다.
학교폭력(이하 학폭)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털어서 먼지 한 톨 안 나오는 사람 없다지만 학폭을 '어렸던' 날의 '철 없던' '장난'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모두가 입만 열면 '더 글로리' 이야기를 하는 세상이니까.
최근 MBN '불타는 트롯맨'(이하 '불트') 출연자 황영웅이 학폭 의혹을 인정했다. 황영웅은 폭행 전과까지 밝혀졌음에도 출연을 강행하며 1위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방송국 또한 무책임한 태도로 황영웅의 뻔뻔함을 눈감아줬다.
황영웅은 지난달 28일 방송된 '불트' 결승 1차전에서 최종 1위를 차지헀다. 그는 "혹시나 최종 1위가 된다면 상금에 대해서는 기부를 하겠다"며 설레발을 쳤다.
그러나 결국 황영웅은 하차를 하게 됐고, 결승 2차전에서는 통편집됐다. 황영웅을 안고 가려던 '불트' 측은 "끝까지 공정하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방송 종료 시점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비웃음을 샀다.
충격적인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더 글로리' 안길호 PD의 학폭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 제보자 A씨는 안길호 PD가 필리핀 유학 중이던 1996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안길호 PD와 그 무리들에게 폭행 및 폭언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폭행을 당했던 A씨는 중학교 2학년이었다.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부인했던 안길호 PD는 학폭 제보자와 과거 연인 등의 인터뷰가 뜨고 나서야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안 PD는 "(과거 유학 당시)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줬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고개를 숙였다.
27년 전의 일, 가해자에게는 기억 안 나는 일이겠지만 피해자에게는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상처일 것이다. '더 글로리' 속 동은의 고데기 자국처럼 말이다.
각자 노래로, 작품으로 위로와 희망을 준 두 사람은 누군가에겐 이미 '영웅'일 것이다. 결승 1차전 1위, 넷플릭스 38개국 글로벌 정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학폭 가해를 인정하고도 수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팬미팅을 준비하고 있다는 황영웅, 학폭의 가해자이면서 학폭 가해자를 벌하는 드라마를 연출한 안길호 PD를 보며 '드라마는 역시 드라마구나' 하는 씁쓸함이 남는다.
"보다 나은 사람으로 변화하며 살아갈 기회"와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는 시혜적인 태도와 뻔뻔함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학폭 논란'이 계속되길 바란다. 수많은 동은이들이 목소리를 내길. 주여정이나 강현남 같은 든든한 조력자는 없더라도 권선징악을 믿는 대중들이 귀를 열고 있으니 말이다.
사진=MBN, 엑스포츠뉴스 DB, 넷플릭스
최희재 기자 jupit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