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전북 현대가 구단의 역사를 함께 한 베테랑 미드필더 이승기(34)와 작별하면서 우승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관록 대신 패기로 중원을 무장한 전북은 성적으로 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셈이 됐다.
K리그2 부산 아이파크는 전북에서 10년간 활약한 미드필더 이승기를 영입했다고 15일 공식 발표했다
<엑스포츠뉴스 3월 10일 단독보도>.
이승기는 2013시즌 전북 이적 뒤 군팀 상무 시절을 제외하곤 줄곧 한 팀에서만 뛴 베테랑 미드필더다.
전북과 함께 그는 K리그1 우승 6회, FA컵 우승 2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를 기록하는 등 '전북 왕조'의 핵심으로 뛰었다.
K리그1 통산 성적(승강제 이전 포함)은 283경기 46골 50도움, K리그2(상주) 기록은 22경기 5골 5도움이다.
하지만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지난해부터 이승기는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됐고, K4에 소속된 전북 B팀 경기에도 출전하는 등 1군 복귀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였다. 그는 지난 시즌 K리그1 16경기 출전에 그쳤고 득점 없이 1도움만 기록했다.
이번 시즌도 이승기의 자리는 A팀엔 없었다. 울산전, 수원전 등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 연이어 엔트리에 빠지더니 결국 지난 12일 광주전 앞두고 부산 이적이 가시화됐고 이적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전북은 이번 시즌 앞두고 중원에 젊은 선수들을 데려오는데 열을 올렸다. 백승호, 맹성웅(이상 25)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울산 소속으로 전북을 괴롭혔던 외국인 선수인 아마노 준(31)이 이번 시즌 전북에 합류했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김건웅(25)을 비롯해 이수빈(22), 오재혁(20) 등 22세 자원도 속속 뽑아 향후 5~10년을 내다보는 미드필드진을 꾸렸다.
당연히 베테랑 이승기의 입지는 지난 시즌보다 더 좁아졌고 결국 그는 뛸 곳을 찾아야 했다. 마침 지난해 전북B팀을 지휘했던 박진섭 부산 감독이 이승기를 불렀다.
전북은 10년간 구단의 위대한 역사를 함께 한 레전드를 아쉽게 내보냈고, 그에 따른 팬들의 적지 않은 비판 역시 감수해야 했다.
전북이 스스로 세대교체를 위한 선택을 내린 만큼 현재의 젊은 자원으로 어떻게든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아마노가 갈비뼈 부상으로 빠졌지만, 경미한 만큼 빠른 복귀와 함께 동료들과 더 호흡을 맞춘다면 울산 시절 기량 발휘가 충분히 가능하다. 경험이 비교적 적은 미드필드진을 시즌 끝까지 어떻게 기복 없이 이끌고 가는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승기와 부산도 전북 못지 않게 큰 시험대에 오른다.
우선 이승기는 선수 시절 말년 부산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광주 출신으로 금호고 졸업 이후 울산대학교를 다닌 그는 거의 15년 만에 부산 경남 지역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경남권 프로 구단에서 활동하는 건 처음이다.
마침 지난 시즌 1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던 부산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선 만큼 이승기의 관록이 지난해 2부리그에서 부진했던 부산의 부활을 이끄는 촉매가 될지 궁금하게 됐다.
부산은 수비수 최지묵(성남), 공격수 최건주(안산), 페신(코린치아스)를 영입하고 공격수 최기윤(울산)은 FA로, 임민혁(FC서울)을 임대로 영입했다.
중원의 핵심이던 김정현(FC안양)과 문창진(성남)이 떠났지만, 셀틱이 열렬히 구애하던 권혁규를 지켜냈고 여기에 이승기까지 합류, 부산은 나름대로 탄탄한 스쿼드로 K리그2 승격에 도전할 수 있다.
보낸 전북도, 받은 부산도, 그리고 떠난 이승기도 모두 시즌 막판 웃어야 하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