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로 8강 노린 '요행'…3연속 1R 탈락→한국 야구 '참혹한 민낯' [WBC]

박윤서 기자

(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희망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 한국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참사를 겪었다.

'경우의 수'를 통해 요행이나 꿈꾸던 한국 야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한국은 2023 WBC 본선 1라운드 마지막 날 '경우의 수'를 통한 기적의 8강 진출을 꿈꿨다. 체코가 4점 이상을 실점한 채 호주를 꺾고, 한국이 중국을 잡는 시나리오였다. 그러면 극적인 8강 진출이 가능했다.

헛된 바람이었다. 한국은 중국전을 치르기도 전에 본선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됐다. 체코가 에이스 마르틴 슈나이더를 앞세워 분전했음에도 호주의 전력이 월등했다.

호주는 13일 정오에 열린 체코전에서 8-3으로 이기며 3승 1패를 기록, B조 2위로 8강 토너먼트로 향한다. 1위는 4전 전승을 거둔 일본이다. 호주는 15일 쿠바, 일본은 16일 이탈리아와 8강전을 치른다.

한국은 13일 오후 7시에 열리는 중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따내도 2승 2패로 3위에 그친다.

이로써 한국은 2013년,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에서 떨어지는 굴욕을 맛봤다. 1차전 호주전부터 7-8 충격패를 당하며 가시밭길을 예고했고, 한일전마저 4-13 참패를 떠안으며 커다란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마운드가 연이어 상대 타선에 농락당하며 붕괴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3차전 체코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이겼으나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며 첫 승마저 찝찝함을 남겼다.

직장인 팀으로 구성된 체코를 상대로도 3점을 헌납하며 비난 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특정 투수들만 경기에 활용하는 쏠림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부터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에 빠졌던 한국은 결국 대회를 망쳤다. 중국, 체코 등 한 수 아래 팀들과 한 조에 속해 조편성 운까지 따랐지만 실력이 이런 운마저 가로막았다.

마무리투수 고우석의 부상 이탈이 변수로 떠올랐으나 젊은 투수들의 극심한 부진, 불안정한 투타 밸런스 등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한국은 더 이상 야구 강국이 아니다. 그렇게 불릴 자격도 없다.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 신화는 아주 먼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