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도쿄(일본), 박윤서 기자) 잦은 등판과 많은 투구수. 하지만 팀을 위해 선발 임무까지 맡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 마운드의 씁쓸한 현주소다.
13일 결전의 날이 밝았다. 한국(1승 2패)은 오후 7시 중국(3패)과 본선 1라운드 B조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낮 12시 호주(2승 1패)-체코(1승 2패)전 결과에 따라 8강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가능성은 존재한다. 한국이 중국을 꺾고, 체코가 4점 이상을 실점한 채 호주를 제압하면 기적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체코의 선전을 기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지난 12일 체코전이 끝난 뒤 중국전 선발투수를 공개했다. 원태인이 마운드 선봉장으로 나선다. 원태인은 1라운드에서 2차례 구원 등판해 3⅓이닝(1⅓이닝→2이닝) 55구를 소화했고, 이틀 휴식 후 선발로 출격한다.
범위를 일본에서 열린 평가전으로 넓히면, 무려 나흘 동안 5⅓이닝(한신전 2이닝 포함)을 던졌고 투구수 82개를 기록했다. 아무리 선발 임무가 익숙한 원태인이어도 최근 불펜투수로만 나서다 선발로 등판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구나 이미 많은 공을 뿌렸다.
한국 마운드에는 선발 자원이 넉넉하다. 이미 본선에서 역할을 소화한 김광현, 고영표, 박세웅 외에도 양현종, 구창모, 소형준, 이의리, 김윤식, 곽빈, 원태인이 있다. 그럼에도 빡빡한 등판 일정을 소화한 원태인이 중국전에서 선발로도 나서야 하는 잔혹한 현실에 직면했다.
전반적으로 투수진이 컨디션 난조를 겪은 가운데 양현종, 구창모, 소형준, 김윤식의 투구는 신뢰를 잃었다. 양현종과 소형준은 호주전에 등장했고 각각 0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일본전에 나선 구창모는 ⅓이닝 2피안타 2실점, 김윤식은 아웃카운트 없이 사사구 3개를 남발하며 3실점을 떠안았다. 이의리 또한 일본과의 경기에서 ⅓이닝 동안 볼넷 3개를 허용했다.
한국은 선택지가 좁았다. 불펜으로 등판해 무너진 투수들은 다른 자원들에 비해 체력면에서 우위에 있지만, 결국 믿을맨 원태인이 낙점됐다.
기필코 승리가 필요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최약체 중국을 상대로 일주일간 투구수 100개 돌파를 눈앞에 둔 원태인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한국 마운드의 실체는 너무나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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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서 기자 okayby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