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김광현 만한 에이스는 없기 때문에.
10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한국과 일본의 경기,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하는 김광현이 짊어진 짐은 한 두 개가 아니었다.
한일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담이 될 법한데, 반드시 잡아야 했던 9일 호주전을 패하면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은 더 커졌다. 게다가 김광현은 전날 호주전에서 불펜 대기까지 했다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에 나서야 했다.
그리고 또 하나, 김광현은 이번 대표팀 발탁을 두고 '언제 적 김광현이냐'라는 조소 앞에 자신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몇 번을 던져도 첫 경기는 떨린다고 말했던 김광현의 이번 대회 첫 경기가 그런 경기였다.
1회부터 이를 악 물고 온 힘을 쏟아냈다. 일본의 강타자들을 상대로 선취점을 허용하지 않고 분위기를 내주지 않아야 하는 게 김광현의 역할이었다. 얼굴은 물론 목까지 빨개질 정도였다. 간간히 특유의 미소가 나오긴 했지만,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묻어났다.
2회까지는 완벽에 가까웠다. 'KK'라는 이름답게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내야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퍼펙트도 가능했다. 그런데 3회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위타선에 연속 볼넷을 허용한 것이 뼈아팠다.
김광현은 완급조절에 능한 투수다. 경기를 길게 보고, 초반 고전하더라도 위기를 넘기고 후반까지 이닝을 끌어갈 수 있는 게 김광현이라는 투수의 장점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65구 제한이라는 규정이 있었고, 평소와는 다른 운영을 해야 했다. 지난 시즌 평균 구속이 144km/h이었던 김광현은 2회까지 평균 147km/h를 뿌렸다.
김광현의 힘이 빠져 가는 게 보이고 수 싸움도 마음 같지 않은 상황에서, 김광현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는 벤치의 고민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었다. 김광현만큼 이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는 투수가 누가 있을까 생각하면, 쉽지가 않았다. 아쉬움은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사실상 김광현의 태극마크는 이번 대회가 끝이다. 분명 마지막으로 좋은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김광현의 마운드 위 모습은 그가 왜 15년 동안 에이스라는 운명을 짊어질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쳤다. 왜 여전히 김광현인지, 왜 아직도 김광현이어야만 했는지.
사진=도쿄(일본), 김한준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