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대학축구 준결승에서 선수들이 볼 돌리기, 리프팅, 잡담 등으로 20여분을 허비한 희대의 사건에 대해 한국대학축구연맹이 두 팀에 추후 한 대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60여년 전통의 대학축구를 먹칠한 '축구 문란' 사건치고는 솜방망이 처벌이고, 또 관례대로라면 한국대학축구연맹의 다음 대회가 1,2학년 대회여서 봐주기식 징계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공은 상위기관인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한국대학축구연맹은 "2일 서울 노원구 연맹 사무실에서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연세대-경기대 경기에 관하여 상벌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두 팀에 다가오는 연맹 주최 혹은 주관 1개 대회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징계 사유는 '협회, 축구단체, 국가대표팀 또는 축구인의 명예 실추,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다.
두 학교는 지난달 23일 열린 제59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통영기 4강전에서 일반적인 축구 경기와는 다른 행태로 경기를 운영해 축구팬과 언론의 질타를 받았다.
전반 9분 선제골을 넣어 1-0을 만든 연세대는 사실상 공격 의사 없이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20여 분을 흘려보냈고, 끌려가던 경기대 역시 공을 탈취하려는 움직임 없이 이를 방관했다.
그러는 동안 경기 시간에 선수들이 버젓이 잡담을 하거나 리프팅 같은 개인기까지 하며 적지 않은 시간을 하는 상식밖의 일을 서슴 없이 저질렀다. 두 팀 지도자들 역시 이를 방관했다. 이를 보다 못한 경기 감독관이 나서자 두 팀은 슬슬 정상적인 경기를 했다.
연세대가 2-1로 이기면서 조용히 넘어갈 듯했던 이 경기를 같은 날 KBS가 보도하면서 축구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연세대는 사흘 뒤 결승에 버젓이 진출해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을 차지했다.
국제대회에서도 남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선수들이 볼을 돌리는 경우는 가끔 있다. 두 팀 모두 다음 라운드에 함께 가고자 할 때 암묵적으로 '볼 돌리기' 등을 한다.
그러나 이번 연세대-경기대 준결승에선 볼 돌리기 수준이 아니라 아예 20분간 축구 경기라고 볼 수 없는 일이 일어나 축구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물론 두 팀 감독은 부정한 의도는 없었다고 강조했으며, 실제로도 그런 징후는 보이질 않는다.
다만 90분간 서로 쉼 없이 공수를 주고받고 싸우는 축구의 기본을 망각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를 두고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지난 2년간 사례를 적용하면 다음 대회는 오는 7월에 열리는 1,2학년 대학축구연맹전인데, 연세대의 경우 2021년과 2022년 모두 불참해 이번 징계가 실효성이 있겠냐는 의문도 따른다. 한국대학축구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다음 대회 일정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두 대학에 대한 징계를 놓고 공정위원회를 열어 논의하겠다는 자세다.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수도 있고 더 올라갈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iTOP21 스포츠 중계화면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