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의 스프링캠프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재키로빈슨 트레이닝콤플렉스의 불펜피칭장, 박민호는 다른 투수들보다 준비할 것이 더 많았다. 그는 삼각대에 설치한 태블릿PC를 마운드 옆에 단단하게 세워 놓은 후에야 투구를 시작했다.
박민호는 올해 1월부터 자신의 투구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박민호는 "비시즌에는 코치님도 안 계시니까 피드백을 받을 수 없지 않나. 어떻게 할까 하다가 직접 태블릿PC와 삼각대를 구입했다. 찍어 보니까 내 컨디션과 느낌이 어땠는지 다 체크가 되더라"고 전했다.
편집도 직접 한다. 일기를 쓰듯 날짜는 물론 그날의 느낌을 기억할 수 있도록 자막을 단다. 박민호는 "데이터팀 영상과 다르게 공이 날아가는 걸 같이 체크해 보고 싶었다. 영상을 다시 보면 내가 어땠는지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면서 "들어가서 편집을 해야 해서 바쁘다"고 웃었다.
번거로울 수도 있는 일을 시작한 건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박민호는 지난해 1군에서 22경기에 나오는데 그쳤고,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박민호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부진한 것도 있고, 올해 똑같이 열심히 해서 잘하자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서 카메라를 설치해 봤다"고 얘기했다.

지난해의 쓴맛을 반복하기 싫었던 박민호는 비시즌 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준비했다. 김원형 감독도 "표정이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웨이트 트레이닝 때는 무게를 늘려 훈련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까지 일명 '3대 운동' 중량의 총합이 500kg을 넘었다.
이야기를 나누던 박민호는 "누가 목표를 물어보는데, 나한테 그런 낭만적인 게 있냐고 했다. 나한테는 정말 그런 게 없다. 목표도 세울 사람이 세우는 것 같다"면서 "그냥 잘 던져서 잘하자, 살아남자가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내가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쟁을 하면서 했어야 했다"는 것. 박민호는 "너무 팀원들을 좋아해서 '다 잘해라' 이렇게 하는 식이었다. 지금 안 그러겠다는 건 아니지만, 나도 좀 할 걸 하면서 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목표는 없어도, 잘하고 싶은 이유는 있다. 박민호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가족을 위해서 잘하고 싶더라. 부모님이 항상 나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내가 못하니까 많이 속상해하셨다"면서 "이제 와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잘못된 것 같지만, 가족을 위해, 부모님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시금 각오를 다졌다.
사진=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 조은혜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