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아침을 먹을 때도, 밤에 침대에서 잘 때도 옆에 놓겠다."
쇼트트랙 월드컵 남자부 종합우승을 차지한 박지원(서울시청)은 '크리스털 글로브' 수상한 소감을 전하면서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해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박지원은 13일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2/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25초359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정상에 올랐다.
이어 열린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서 6분47초048로 결승선을 끊고 금메달을 추가했다.
전날 남자 1500m에서 정상에 오른 박지원은 이날 금메달 2개를 손에 쥐며 3관왕이 됐다.
또 지난해 11월 시작된 월드컵 1차 대회부터 1500m 5차례, 1000m 4차례 우승하며 개인전에서만 총 9개의 금메달을 따내고 월드컵 포인트 1068점을 기록, 남자부 선수들 중 유일하게 1000점을 돌파하며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ISU가 이번 시즌부터 남·여 각 한 명에게 주는 '크리스털 글로브'도 거머쥐었다.
박지원은 남자 및 혼성 계주에서도 금메달 5개를 따내 이번 월드컵 1~6차 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이 14개나 됐다.
화려한 부활이었다. 컨디션 난조와 부상 등으로 2018 평창 올림픽, 2022 베이징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지만 좌절하지 않고 빙판 위를 달린 끝에 한국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는 물론 세계 최고의 레이서로 올라섰다.
박지원은 13일 남자 500m 결승에서 두 바퀴 반을 트랙 바깥에서 질주하는 엄청난 괴력으로 대역전극을 일궈내고, 이어진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선 한국 대표팀 맨 마지막 주자로 나서 귀화한 중국 선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금메달을 지키는 등 내용 면에서도 쇼트트랙의 재미를 한껏 선사하는 화려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박지원은 크리스털 글로브를 품에 안은 뒤 진행한 ISU와 인터뷰에서도 그간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사를 전하며 기쁨을 마음껏 드러냈다.
"이 트로피를 정말 원했다. 쇼트트랙 역사의 한 조각이 되기를 소망했다"는 박지원은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최근 몇 년간 대표팀을 왔다갔다했는데 올해는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그게 내가 모든 레이스에서 최선을 다한 이유다. 난 다시 정상에 섰다"고 외쳤다.
박지원은 크리스털 글로브 수상에 대해선 "며칠간은 내 옆에 계속 두고 간직할 것이다"며 "아침 식사를 할 때도, 밤에 침대에서 잘 때도 내 옆에 놓겠다"며 마치 리오넬 메시가 월드컵 우승 뒤 침대에서 월드컵 트로피를 옆에 두고 잔 것과 같은 감정임을 알렸다.
하지만 월드컵 종합우승의 기쁨에만 들 뜬 것은 아니다.
박지원은 "크리스털 글로브의 주인공이 누군지 아는가. 바로 나다"면서 "이제 말할 수 있다. 난 세계선수권에서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말로 쇼트트랙 인생 최고의 순간 쓸 것을 다짐했다. 올해 세계선수권은 다음달 서울에서 열린다.
사진=AP, EPA/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