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주니어 시절 김연아 이후 최고의 유망주로 각광받았다가 베이징 올림픽 출전 무산으로 시련을 겪은 이해인이 4대륙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통해 부활을 알렸다.
3년 뒤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을 향한 시동을 걸었다.
이해인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4대륙선수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4.96점, 예술점수(PCS) 66.75점으로 합계 141.71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9.13점을 찍었던 그는 이날 프리스케이팅 점수까지 합쳐 210.84점으로 우승했다.
특히 그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에 그쳤으나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번의 실수 없는 클린 프로그램으로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지난해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이 대회 은메달리스트였던 이해인은 1년 뒤 메달 색깔을 '금빛'으로 바꾸며 지난 2009년 밴쿠버 대회 이후 처음으로 이 대회 여자 싱글 정상에 오른 한국 스케이터가 됐다.
4대륙선수권은 유럽을 제외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다. 한국 선수들에겐 세계선수권대회 다음으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기적 같은 드라마를 펼친 이해인은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아쉬운 점들을 빨리 잊고 프리스케이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보여드려서 정말 기쁘고 값진 메달이다"이라고 밝혔다.
피겨 팬들의 기억 속에 잠시 잊혀지는 듯 했던 유망주가 화려하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2005년생으로 올해 고교 3학년이 되는 이해인은 지난 2019/20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두 차례 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하며 '포스트 김연아'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급부상했다. 한국 여자 피겨 선수 중 한 시즌에 출전할 수 있는 주니어 그랑프리 두 대회를 모두 우승한 경우는 2005/06시즌 김연아 말고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이해인은 유영과 김예림 등 언니들에 밀려 시니어 무대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지난 2021/22시즌엔 국내 랭킹전에서 6위에 그치고, 종합선수권에서도 3위에 머물러 두 장 뿐인 올림픽 티켓을 놓치는 시련도 겪었다.
다행히 같은 시즌 4대륙선수권에서 미하라 마이(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아쉬움을 달랜 이해인은 이번 시즌 대회를 치를수록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끝에 두 차례 시니어 그랑프리에서 연이어 4위를 차지하더니 4대륙선수권에서 역전 드라마로 시상대 맨 위에 오르는 '사고'를 쳤다.
이해인은 선수 시절 김연아와 비슷한 스케이터로 평가받는다. 트리플 악셀(3회전 반)이나 4회전 점프는 아직 실전에서 해 본적이 없지만, 5가지 3회전 점프를 정확하게 구사하고 또 스핀이나 스텝도 레벨 4를 거의 따내는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고 있어서다.
표현력도 우수해 예술점수(PCS)도 높은 점수를 꾸준히 유지하는 편이다.
4대륙선수권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은 이해인은 이제 내달 20~26일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정조준하고 있다.
앞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입상자들이 전부 200점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인은 자신의 실력만 잘 발휘하면 사카모토 가오리, 미하라, 와타나베 린카 등 일본 선수들과 좋은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연아가 2013년 금메달을 거머쥔 뒤 한국 피겨가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세계선수권 메달에도 충분히 도전 가능하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