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플로리다(미국), 조은혜 기자) 프로 무대, 1군 주전, 통합 우승, 그리고 이제 SSG 랜더스 최지훈은 태극마크라는 꿈을 이룬다.
최지훈은 오는 3월 열리는 WBC 대표팀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최지만이 소속팀의 반대로 WBC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리가 비었고,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기술위원회는 수비와 주루에 강점이 있는 최지훈을 대체자로 낙점했다.
갑작스럽게 실전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최지훈은 투수들이 불펜피칭을 진행하는 동안 타석에 들어서 공을 보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다음은 미국 플로리다 재키 로빈슨 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최지훈과의 일문일답.
-대표팀 대체 발탁 소식은 어떻게 들었나.
한국에서 김민재 코치님이 혹시 모르니까 준비는 해야 될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때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확정 소식을 들은 건 기사가 난 날이다. 기사 나기 직전 KBO 쪽에서 연락이 와서 여권번호와 등번호를 물어보셨다.
-합류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처음이고,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뽑히니까 기분이 좋다기보다 실감이 잘 안 났다.
-국가대표가 꿈이라고 했었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한테 너무 빨리 찾아온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 요즘 삶이 신기하다. 멀게만 봤던 게 한 번에 확 오는 느낌. 내가 이 팀에 들어온 지 이제 4년밖에 안 됐는데, 한 번에 좋은 일만 생기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부모님은 어떤 얘기를 해주셨나.
전화받으셨을 때는 고생 많이 했다, 축하하고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시고 다음날 지인분과 술 한잔 하시면서 우셨다고 하시더라. 기회가 되면 초청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여권사진 찍으시라고 해놨다.
-명단이 나오기 전에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
내가 작년에 잘한 건 맞지만 그렇게 잠깐 잘했다고 뽑힐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 워낙 잘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외야는 거의 정해져 있다고 봤다. 50인에 든 것만 해도 '내가 잘하긴 했나 보구나' 생각했는데, 뽑힐 것 같아서 미리 준비를 하고 그러진 않았다.
-이강철 감독이 '아까웠다'고 하기도 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타 팀 감독님께서 인정을 해주시는 그런 선수가 됐다고 생각을 하니까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
-등번호는 53번을 골랐다.
54번은 양현종 선배님이 달고 계시고, 53번은 대학교 때 한 번 달았던 번호다. 원래도 좋아했던 번호라 53번을 달았다.
-혼자 늦게 합류해서 어색하진 않을까.
아는 분들이 하나도 없다. 야구장에서만 얼굴 익힌 분들이다. 우리 팀 형들, 선배님들하고 친해지는 데도 1년 걸렸다. (최)정이 형이랑 둘이 꼭 붙어다니기로 했다.
-사실상 시즌이 빨리 시작하는 셈인데.
나도 처음이라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잘은 모르겠다. 일단 훈련이 거의 한 달 정도인데, 대표팀 선배님들이 다 계시니까 같이 훈련하면서 차근차근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
-나가야 할 경기가 많아진 것에 대해 구상은 했는지.
미리 구상을 하면 항상 안 되더라. 그냥 순간순간 상황이 찾아오면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 보자' 그런 마음이다. 그래도 페이스가 빨리 올라와 있으니까 그래도 시즌 초반에는 잘 될 수도 있겠다.
-걱정되거나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면.
기대는 사실 안 된다. 뭔가 기대를 품고 가서 뛸 수 있는 그런 대회는 아닌 것 같다. 내가 느끼지 않아도 될 마음이지만 부담이 될 것 같기도 하다. 이번 대회가 정말 조명을 많이 받고 있는데, 내가 대체 발탁이 되다 보니 '쟤, 대신 나온 애잖아' 이런 느낌이 있을 것 같다. 기분 좋고, 끌어 오르는 건 있지만 그것보다 부담과 걱정이 많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지 않을까.
좋은 경험이기도 하고 배울 점도 많겠지만, 가서 경험하고 배우려고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게 아니라 어쨌든 가서 다른 나라와 싸우는 것이지 않나. 그렇게 나가는 거기 때문에 잘해야 된다는 생각만 드는 것 같다. 그래서 아무도 부담 안 주는데 그냥 혼자 부담감을 갖고 있다.
-한국시리즈와 비슷할까?
(김)강민 선배가 그것보다 조금 더 긴장된다고 하시더라.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모르겠다. 맨날 TV에서 보던 건데 나간다고 하니까 정말 나가는 건가 싶고, 일단 합류해야 '나 여기 왔구나' 할 것 같다.
-원래 중요했던 해지만, 더 중요한 해가 됐다.
그렇다. 우승한 다음 시즌, 잘한 시즌 다음 시즌이라 올 시즌도 잘해야지 생각했고, 9월에는 도 아시안게임도 있지 않나. 그런데 WBC까지 나가게 되면서 굉장히 타이트하면서도 중요한 한 해가 되어버렸다.
-SSG 팬들의 사랑을 받는 최지훈이 다른 팀 팬들에게도 좋은 기억을 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인생 살면서 세상 사람들한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지 않나. 영광스럽다. 정말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실수를 하더라도 납득이 되는 그런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진=플로리다(미국), 조은혜 기자, SSG 랜더스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