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노래 잘하는 가수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었나. 거미가 폭발하는 입담으로 공연 내내 관객석을 들었다 놨다 했다.
거미의 20주년 콘서트 'BE ORIGIN'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렸다.
거미는 지난해 11월부터 20주년 기념 콘서트 투어를 시작해 천안, 대구, 울산, 부산, 수원, 광주, 성남, 인천까지 8개 도시에서 약 2만 명의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서울 공연으로 'BE ORIGIN' 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거미는 이날 22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의 대표곡들을 열창했다.
데뷔곡인 '그대 돌아오면'으로 시작해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 '기억상실', '아니', '어른아이', '미안해요', '눈꽃', '그대라서', '죽어도 사랑해', '러브레시피', 'Special Love', 'You are my everything', '기억해줘요 내 모든날과 그때를'까지. 거미는 히트곡들과 많은 사랑을 받은 OST들을 빠짐 없이 열창하며 독보적인 라이브로 공연장을 채웠다.
공연은 기대 이상의 라이브에 거미의 센스 있는 멘트들이 더해져 무대 중간중간을 더욱 알차게 채웠다. 거미는 "저 어렵거나 무서운 사람 아니다. 편하게 대해주셔라"고 관객들에게 당부, 엄청난 내공으로 공연을 이끌어갔다.
시작부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한 거미는 자연스럽게 '거미를 만난 소감'을 유도해 "예뻐요" 등의 칭찬을 듣고 흡족해했다. 또 거미는 "올해 20주년이다. 많이 했다. 점점 늙어가고 있다"고 인사, "아니"라는 팬들의 외침에는 "여러분들도 같이 늙어가니까 다행"이라고 화답해 반전(?)의 웃음을 안겼다.
이별 노래가 많은 거미는 자신의 공연장에 커플 관객이 많이 찾아왔음을 확인했다. 거미는 "손을 꼭 잡고 저의 이별 노래를 어떤 생각을 하며 들으시는지"라며 "오늘 만큼은 나의 연인이 (이별 노래를 듣고) 눈물 흘려도 내 연인이 그냥 감정이 풍부하구나 하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한 거미는 "발표순으로 공연 순서를 짜봤다"며 자신이 마이크를 넘기면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제 노래 많이 어렵지 않다"는 말로 팬들의 밉지 않은 원성을 샀다. 이내 거미는 "노래방에서 제 노래 많이들 부르시지 않나. 화장 진하게 한 노래방 주인 만났다 생각하시고 노래방이다 즐겨 달라"고 말해 장내를 웃게 했다.
거미는 생일인 관객에게 이름까지 바꿔서 세상 구슬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가 하면, '노래방처럼' 즐기며 '어른아이'를 시작부터 떼창하는 팬들과 호흡했다. 고음 애드리브에 환호하자 노래를 멈추고 "너무 좋다"며 관객들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거미는 키까지 잡아주며 선창, 따라하는 팬들을 보며 "잘한다, 잘한다"고 반응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처음 본 관객들과 만담을 펼치기도. 특히 "아가씨 같아요"라는 외침을 한 관객과는 "최고의 칭찬"이라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아이는 남편이 돌보고 있다는 관객의 말에 거미는 "많이 즐기세요. 어머니들"이라는 응원(?)도 잊지 않았다.
거미는 "공연할 때 관객분들과 같이 하는 걸 좋아한다"며 사연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주로 프러포즈 사연이 많이 왔다. 이별 노래 전문 가수인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떤 노래로 프러포즈 해달라고 하는 건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은 거미를 닮은 자신의 연인과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 인생 노래인 '어른아이'를 듀엣으로 부르고 싶다는 요청 등이 있었고, 거미는 흔쾌히 그들을 무대 위로 모셨다. 사연의 주인공들도 예상치 못한 활약들로 웃음을 선사했다. 특히 사연이 채택된 이들에게는 거미의 남편인 조정석이 광고하는 영양제를 선물했다. 거미는 "협찬 아니다. 먹어보니 좋아서 구매했다"고 강조해 폭소를 더했다.
끝으로 거미는 "죄송한 말이지만 많이많이 사랑하고, 많이많이 이별해 달라. 그래야 제 음악을 더 찾으실 것 같다"며 부부는 제외라고 덧붙였다.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진솔한 이야기도 전했다. 거미는 최근 20주년을 맞아 리스너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을 담은 신곡 '그댈 위한 노래'를 부른 뒤, "20주년을 그냥 지나치는 게 저는 괜찮은데, 팬분들한테 죄송하더라"며 눈물을 보였다.
거미는 "가수분들이 이런 기념일에 정규 앨범이나 미니를 발표하는 게 맞다. 그렇게 하자니, 제가 너무 여유가 없었다. 애 키우느라. 아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조금은 더 아기한테 신경을 쓰고 싶었다"며 재차 눈물을 쏟았다.
이어 "팬분들께 평소에 편지나 메시지를 많이 받게 되는데, 아이 낳고 재우고 달래고 하다가 창문에 나뭇잎 하나가 흔들리고 있더라. 그런 모습이나 지금 여러분이 비춰주는 불빛(핸드폰 플래시 라이트)처럼 별 볼 때 여러분 생각이 나서 감사한 마음을 가사에 담아봤다"며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그냥 지나치긴 아쉬웠다는 거미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든 곡이다. 20년 동안 이렇게 노래할 수 있던 건 음악을 들어주신 분들이 이유니까. 여러분이 안 계셨다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지 않냐. 여러분 덕에 살아가고 있는데 여러분도 노래 듣는 순간만이라도 힘을 얻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소감을 밝혀 뭉클함을 안겼다.
노래는 물론 상상도 못한 재담꾼의 면모, 가수 거미의 진실된 마음까지. 공연 장인의 면모를 확인케 한 거미의 이번 20주년 콘서트는 오늘(5일)까지 이어진다. 5일 공연에는 거미의 남편인 배우 조정석이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