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아시아 축구 행정의 무게 추가 중동으로 더욱 기울어지고 있다.
중동이 대세를 장악한 가운데 동남아시아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모양새다.
지난 1일(한국시간)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33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에서 드러난 FIFA 평의회 위원 선거 결과를 보면 '중동+동남아' 커넥션 위세가 잘 드러난다.
총 5자리를 놓고 정 회장과 두 자오카이(중국), 다시마 고조(일본), 마리아노 아라네타(필리핀), 셰이크 아마드 칼리파 알 타니(카타르), 야세르 알 미셰알(사우디아라비아), 다툭 하지 하미딘(말레이시아) 등 7명이 출마한 가운데, 정 회장과 두 자오카이 등 동아시아 인사 둘이 낙선했다.
알 타니가 40표로 최다득표를 한 가운데 다시마가 39표, 알 미세알이 35표, 아라네타가 34표, 하미딘이 30표를 획득해 당선자가 됐다.
알 미셰알은 사우디아라비아축구협회장으로 과거 자국 프로리그 회장을 지내기도 한 사우디의 대표적인 축구 인사다.
이번 총회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두 번째로 FIFA 평의회 위원이 되면서 국제 축구 무대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당선되면서 밀려난 인사가 바로 중국축구협회 부회장이자 현 FIFA 평의회 위원인 두 자오카이다. 중국은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까지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두 자오카이는 4년 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따돌리며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정 회장에도 뒤지며 최저 득표로 평의회 위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중동세와 더불어 동남아시아 축구 인사들이 기존 아라네타 외에 둘이나 더 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이번 선거에 하미딘이 당선됐고, 라오스 국적의 카니야 케오마니도 한 자리인 여성위원에 뽑혀 FIFA로 진입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총회에서 AFC 회장 겸 FIFA 부회장으로 단독 출마, 연임에 성공한 바레인 출신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 회장까지 합쳐 FIFA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평의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사들로 중동에서 3명, 동남아에서 3명이 포함됐다.
두 지역 외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선 3개 지역을 모두 합쳐 다시마 회장 한 명만 남게 됐다.
국내 및 아시아 축구 행정에 밝은 인사들은 AFC 내 중동 영향력이 견제세력을 불허할 만큼 막강해진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중동이 '오일 머니'로 동남아 축구 인사들을 유혹, 자신들과 한 패 삼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두 자오카이가 밀려난 것도 이런 '중동+동남아' 커넥션의 영향으로 본다.
한 축구계 인사는 "중동 축구의 향후 과제가 사우디의 월드컵을 유치인데 이를 위한 첫 단추로 AFC 장악력을 더욱 높이고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로 평의회 위원을 채운 것 같다"고 해석했다.
한국은 이번 총회 선거 결과로 안 그래도 아시아 축구 외교에서의 좁은 입지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2023 아시안컵 유치전에서 카타르에 졌을 때부터 외교력이 복원하기 힘든 지경에 몰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어 정 회장이 평의회 위원 선거에 2019년 이어 또 다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2011년 정몽준 현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FIFA 부회장직 낙선 뒤 밑바닥까지 내려가고 말았다.
사진=AFP/연합뉴스, AFC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