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1970.01.01 09:00 / 기사수정 2011.05.15 11:43
[엑스포츠뉴스=목동, 김현희 기자] “이것 참, 정말 좌타자 많네!”
제65회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겸 주말리그 왕중왕전)를 지켜보기 위해 목동구장을 찾은 LG 트윈스 김진철 운영팀장은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을 향하여 하는 이야기다. 1990년대 까지만 해도 흔치 않았던 좌타자가 최근에는 ‘대세’인 것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야구에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은 대부분 좌타자로 전향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좌타자’들이 대부분 타고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야구를 위하여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최근 고교야구의 대세? ‘우투좌타’
그런데 좌타자를 생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연습 내내 왼손으로만 치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왼손으로 치는 데 익숙해지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좌타자 ‘흉내’를 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좌타자로 ‘만들어진’ 선수들이 정작 투구는 오른손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고교야구에는 ‘우투좌타’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물론 좌타자가 지니는 메리트는 상당부문 많다. 우선, 국내 투수들 중 약 70% 정도가 오른손잡이다. 그만큼 오른손 투수에 강한 좌타자의 생산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다. 또한, 좌타자는 우타자보다 1루 베이스에 도달하는 시간을 짧게 할 수 있다. 그만큼 얕은 내야 땅볼로도 안타를 생산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아마야구 일선에 있는 지도자들이 좌타자를 생산해 내는 것도 바로 ‘조금이라도 많은 선수를 1루로 살아 보내기 위한’ 고육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선수를 왼손으로 치게 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몸’에서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곧바로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거부감이 ‘누적’된다는 것이 문제다.
좌타자의 지속적인 생산이 ‘우타 거포’의 탄생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우투좌타 선수들은 대부분 1루로 빠르게 살아나가기 위한 ‘똑딱이’ 타자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고교야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홈런이 최근 많이 줄어든 것도 이에 기인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 배트로 바꾸었기 때문이지만, 선수들의 ‘성향’이 바뀐 것도 가벼이 볼 수 없다.
우투좌타? 차라리 좌투좌타를 만들어라!
따라서 프로 스카우트들과 대학 감독들은 고교야구 일선 지도자들에게 늘 당부하는 말이 있다. 왼손잡이면 왼손잡이대로, 오른손잡이면 오른손잡이대로 ‘자연스럽게’ 선수들을 키우라고 이야기한다.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결국 프로나 대학무대에서 탈이 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한승혁 역시 우투좌타였지만, 입단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우투좌타에 대해 한 프로 스카우트는 “차라리 좌투좌타로 만들지, 왜 치는 것만 왼손으로 치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스위치히터로 만들면 되지 않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현하기도 한다.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우후죽순으로 우투좌타를 생산해내는 일선 지도자들에게 ‘일침’이 될 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진 (C)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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