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현지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속편'이 궁금증을 모으는 시대다.
지난 17일 넷플릭스는 2023년 라인업 공개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 공개를 예고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더 글로리', 'D.P.', '스위트홈'과 같은 속편의 등장이다.
이것은 비단 넷플릭스만의 화제성이 아니다. 디즈니+의 '형사록'이나 '카지노', 티빙의 '비밀의 숲' 스핀오프, '아일랜드' 등 각종 플랫폼에서는 시즌2·파트2를 공개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러한 시즌제는 '대탈출', '여고추리반', '범인은 바로 너' 등과 같은 예능을 통해 먼저 대중에게 친숙해졌다. 프로그램 포맷의 큰 틀을 유지하되 출연진이나 세부 내용을 변경해 신선함을 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스토리의 유지, 긴 촬영시간, 거대한 제작비 등 이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았다.
티빙의 '술꾼도시여자들', SBS '낭만닥터 김사부', tvN '비밀의 숲' 등 시즌1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드라마들이 시즌제를 도입하게 됐다. 팬덤을 등에 업은 드라마들은 세계관을 이어받아 다음 시즌을 내기도 했지만, 몇 드라마들은 꽤나 긴 기다림 끝에 찾아온 다음 시즌 전혀 다른 드라마로 등장하기도 했다. 출연진이나 제작진이 바뀌어 기존의 방향성을 잃은 것이다.
이러한 시즌제의 단점을 딛고 '파트제'가 눈길을 모은다. 드라마 여러 편을 한꺼번에 볼 수 있게 하는 '빈지 와치(Binge Watch, 몰아보기)' 전략을 고수해온 OTT가 파트제를 통한 '쪼개 보기'를 선택한 것이다. 시즌제와 달리 한번에 제작되며, 나눠 제작되더라도 출연진과 제작진이 동일해 작품의 일관성을 더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더 글로리'는 파트제를 도입해 지난 12월 파트1을 공개, 오는 3월에 파트2를 선보인다. 주간활성사용자수 800만 돌파, 글로벌 인기 순위, OTT 화제성 1위를 놓치지 않는 등 높은 성적 뿐만 아니라 대중성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2는 파트1에 이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합류시키며 다시 한번 이슈몰이에 힘썼지만 파트1으로 이미 실망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파트1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 시청자들은 파트2에서도 무관심을 보였다.
드라마 파트제의 국내 최초 도입은 '아스달 연대기'다. 2019년 tvN에서 방송된 '아스달 연대기'는 총 3파트로 나누어 파트2와 파트3의 사이에 두 달의 간격을 뒀다. CG의 완성도, 극적 재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였으나 시청률은 계속 하락했다.
드라마의 특징에 따라 각 플랫폼들은 각기 다른 공개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디즈니+의 '카지노'는 주마다 공개되는 회차 공개를 진행했고, 웨이브의 '약한 영웅'은 전체 공개, 애플의 '파친코' 3화 선공개 후 순차공개 등이다. 그러나 각 드라마들은 미미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처럼 파트제는 시즌제의 대체 방안이 되지 못했다. '더 글로리'의 흥행 역시 작품이 가진 드라마의 힘이지, 파트제의 수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흐름이 끊긴다는 비평이 많고 플랫폼의 시청자 유치를 위한 일시적인 방안이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파트제'가 OTT의 또 하나의 특징이 되려면, 장점인 '빈지 워치(Binge Watch)'를 포기한 것이 OTT의 이탈자 증가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면 안 된다. 작품의 세계관을 이어갈 수 있고, 더 큰 규모의 콘텐츠 제작으로 나아갈 발판이 될 시즌제와 또 다른 장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
'더 글로리'는 파트1 공개 후 2개월 뒤 파트2를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쪼개기 전략은 '의도적이다'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으나, 파트2 사이 비하인드 포토, 영상, 인터뷰부터 각 배우들의 '과몰입' SNS 등 끊임없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공백없이 채우고 있다.
이처럼 파트와 시즌 사이 공백을 채울만한 콘텐츠가 필요하다.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꾸준한 '떡밥'이 없으면 그새 잊혀지고 만다. 다음 전개가 기다려지는 적절한 예고, 창작진들의 메시지를 전하는 인터뷰, 배우들의 적당한 과몰입이 담긴 SNS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넷플릭스, tvN
윤현지 기자 yhj@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