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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자초한 추신수의 소신…WBC는 '경험' 아닌 '증명'하는 무대

기사입력 2023.01.24 07:0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SSG 랜더스 추신수가 또 한 번 한국 야구계를 겨냥한 소신 발언을 내놨다.

팬들에게 호평을 받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던 이전과 다르게 오히려 불신만 자초한 악수가 되는 모양새다.

비시즌 미국에 머무르고 있는 추신수는 최근 텍사스주 댈러스 라디오 프로그램 'DKNET'에 나와 오는 3월 열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준비 중인 한국 야구 대표팀 구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추신수는 크게 한국 대표팀의 세대교체가 미진한 점, 고교시절 후배 폭행 논란으로 국가대표 영구제명 징계를 받은 키움 히어로즈 투수 안우진의 미발탁 두 가지를 두고 목소리를 냈다.

추신수는 "일본은 국제대회 때 보면 새 얼굴들이 많다. 나라면 미래를 봤을 것 같다. 당장의 성적보다 앞으로를 봤다면 많은 선수들이 (WBC에)안 가는 게 맞고 새로 뽑히는 게 맞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한화 이글스 우완 영건 문동주(20)를 언급하면서 "제구력이 부족하지만 그만큼 던지는 투수가 없다"며 "WBC에 출전하면 어린 선수들이 느끼는 마인드가 정말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추신수가 간과한 부분이 있다. WBC는 역사가 17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야구 국가대항전 중 최상위 레벨의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는 무대다.

종목은 다르지만 이영표 전 강원 FC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WBC는 뛰어난 잠재력을 지닌 유망주들이 '경험'을 쌓는 곳이 아니라 각국 대표팀이 자신들의 실력을 '증명'하는 대회다.

FIFA 월드컵의 경우에도 최종 엔트리에 유망주 1~2명을 포함시키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기는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적 없는 선수를 데려가지는 않는다. 



한국 야구는 실력 증명에 성공한 2006 WBC 4강,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WBC 준우승을 발판으로 KBO리그의 질적, 양적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NC 다이노스, KT 위즈 창단으로 10개 구단 체제가 구축됐고 전국에 신축 야구장이 들어섰다.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하지만 인프라 역시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국제대회 호성적이 밑바탕이 돼 '야구붐'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한국 야구는 이 때문에 이번 WBC에서 최소 4강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제대회 성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몇년간 피부로 체감하고 모두가 온 힘을 모아 대표팀 지원에 나선 상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병역특례를 받은 뒤 태극마크와 인연이 없었던 추신수가 WBC 엔트리를 놓고 훈수를 두는 모양새가 야구팬들에게 호의적으로 보이기는 어렵다.

추신수는 특히 2013 WBC 당시 몸 상태에 이상이 없었음에도 불참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FA(자유계약) 자격 취득을 앞둔 데다 트레이드로 소속팀을 옮기고 포지션을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변경해야 하는 등 '참작' 사유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팬들의 실망은 컸다. 

대표팀과 오랜 기간 멀어져 있다 보니 WBC를 준비 중인 야구인 선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는지 역시 잘 알지 모르는 듯하다.

추신수는 "안우진이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전제를 붙이기는 했지만 "할 말이 정말 많다. 많은 야구 선배에게 일찍 태어나서 야구를 했다고 선배가 아니라 후배가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선배들도 한국이 WBC에서 최강의 전력을 갖추는 걸 원하지 않는 게 아니다.

다만 여론과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명확한 설명 없이 선수 선발을 강행했다가 엄청난 홍역을 치러야 했던 걸 선배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고 이미 뼈아픈 학습효과를 경험했다. 

지금은 이강철호에 힘을 보태줄 때이지 힘을 빼는 소리를 할 시점은 아니다.

오히려 WBC를 비롯해 KBO리그 인기 회복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요소가 많은 2023년에 추신수 같은 대스타의 팬심과 동떨어진 소신 발언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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