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 윤정희,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이끈 은막의 여왕 [종합]

(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던 원로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윤정희는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오던 윤정희는 이날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2017년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 딸 백진희 씨와 함께 프랑스에 거주해왔다.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이던 1966년 신인배우 오디션에 합격한 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한 윤정희는 빼어난 미모와 스타성을 모두 인정 받으며 1960년대 문희, 남정희와 함께 1세대 여자 영화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끈 주역 중 한 명이다.

19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33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대종상,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및 인기여우상 등을 수상했다.

1973년 여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돌연 프랑스 유학을 선언했고, 1976년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94년 영화 '만무방' 출연 후 연기활동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1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며 청룡영화상, 대종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고인이 생전 수상한 여우주연상 트로피만 무려 7개다.

'시' 개봉 당시 진행한 인터뷰에서 윤정희는 16년 만의 스크린 복귀에 대해 "지금까지 영화를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며 연기 활동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의지를 드러냈다.

또 "편안한 마음으로 꿈을 꾸고 있다 보니 이렇게 좋은 작품이 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내 나이가 90살 이상이 됐을 때, 그 인생을 스크린에 그리는 게 꿈이다. 몸으로 소설을 쓴다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다시 태어나도 멋진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인은 '시'에서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한 내용까지 다시 회자되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2018년에는 제38회 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 참석해 공로영화인상을 수상하며 "50년 영화 인생을 돌아볼 때 난 정말 럭키하다 생각한다"며 자신의 연기 인생을 추억하기도 했다.

2021년에는 백건우와 딸 백진희 씨로부터 윤정희가 방치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윤정희의 동생이 딸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에 백건우 측은 "허위 사실"이라며 동생들의 주장을 부인한 바 있다. 이후 후견인 자리를 놓고 윤정희 동생들과 백건우와 그의 딸이 법정 공방을 벌여왔다.

법원이 윤정희 동생 측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2심까지 딸을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한 가운데, 윤정희의 동생이 법원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었다. 윤정희가 사망하면서 법원은 사건을 추가 심리하지 않고 각하할 예정이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DB, 영화 '시' 스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